하연수를 스타덤에 올린 예능 등용문 ‘마리텔’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인터넷 방송을 공중파에 접목한 <마리텔>은 실험정신과 인터넷 하위문화를 포섭한 취향으로 파란을 일으켰다. 시청자와 함께 소통하며 이야기를 쌓아가는 <마리텔>의 신선한 포맷은 그간 캐릭터와 게임에 의존했던 예능에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늘 이런 하위문화를 배경으로 하는 콘텐츠는 주목을 받고 정점을 찍게 되면서 성장세는 어느 정도 완만해지고 그 다음 급속도로 시시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초반 성공의 7할을 담당한 백종원의 갑작스런 이탈은 예상보다 일찍 찾아온 위기였다. <마리텔>이 배출한 불세출의 스타 백종원이 프로그램이 떠나자 시청률이 급감했다. 반면 백종원은 그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시작한 방송들을 모두 대히트로 이끌었다. 이는 현재 유재석도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백종원만 이 가능한 성과였다. 백종원의 빈자리는 시청자 입장에서 봐도 도저히 매울 수 없는 구멍 같았고, 그가 떠나면서 프로그램의 에너지도 가라앉는 게 당연해 보였다.

그런데, <마리텔>에는 백종원이 남긴 유산이 있었다. <마리텔>이 배출한 불세출의 스타 백종원이 독주체제를 굳히자 애당초 설정한 시청률 경쟁이란 포맷에 심각한 균열을 가져왔다. 백종원의 독주체제를 타파하거나 견제하기 위해 아니면 그를 제하고 나머지 출연자들 간의 경쟁이라도 긴장감을 자아내기 위한 ‘유연한 섭외’가 더욱 활발히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마리텔>은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인물들이 예능에 등장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되었고, 그렇게 등장한 인물들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마리텔>은 백종원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아닌 그 스스로 자신의 브랜드를 갖춘 예능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MC로 계약한 소수의 예능선수들과 예능을 겸업하는 톱스타들을 제외하곤 공중파 예능은 단발적인 게스트가 아닌 다음 출연할 기회가 적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의 예능이 캐릭터 쇼나 끼를 발산하는 것이 주된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리텔>은 캐릭터보다 콘텐츠로 시청자들 앞에 설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했다. 그 콘텐츠가 비록 단발성으로 끝나는 외모일지라도 섭외의 틀을 캐릭터에서 콘텐츠로 바꾸자 정말 기회의 문이 넓어졌고, 시청자들은 이에 반응했다.

그 덕분에 예정화부터, 헤어아티스트 차홍까지 다양한 인물이 등장했다. 특히 일시적이긴 했지만 사회현상으로 번질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종이접기의 김영만 선생과 재야의 숨은 방송꾼 황재근 디자이너를 다시 시청자 앞에 세운 것은 콘텐츠를 우선으로 하는 <마리텔>만의 독보적인 섭외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다. 도저히 다른 예능에선 등장할 수도 소화할 수가 없는 출연자들이 자신의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웃음까지 만들어냈다.



이런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프로그램의 성향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출연자는 MC로 계약한 김구라다. 캐릭터로 지금까지 살아온 예능 MC가 캐릭터를 죽이고 콘텐츠로 승부를 보며 헬기를 타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자신의 아들과 함께하던 스타일을 버리고 김새롬(이번 주에는 임대를 나갔지만), 김흥국 등과 함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에이전시로 프로그램 내에서 알맞은 정체성을 갖췄다. 그 덕분에 공약으로 내걸었던 10주 안에 1위를 달성해 헬기를 타고 내려와 레드카펫을 밟았다.

덕분에 라이징스타가 끊이질 않는다. 이번 주인공은 탤런트 하연수. 사실, 하연수가 <마리텔>에서 보여준 매력이야 <몬스타>에 비하면 편집본에 가깝고, <몬스타>를 본 사람들은 <전설의 마녀>의 발랄함이 사라진 서미오 역이 못마땅했을 수 있다. 그런데 실시간 방송을 한 지지난주와 본 방송을 한 지난주 주말, 하연수가 실검 1위를 할 만큼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건 시청자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예능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깜짝 스타를 만들고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는 것은 이제 <마리텔>만의 개성이 되었다.



<마리텔>은 이제 신선한 포맷을 넘어서 신선한 인물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또 하나의 관문역할을 한다. 정서적인 만족도와 함께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의 중요성이 오늘날 예능의 키워드가 됐다. 다양한 등장인물, 시청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도 <마리텔>을 특징지을 수 있는 키워드지만, 이런 콘텐츠에 집중한 전략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유연한 섭외 전략은 새로운 스타를 기대하게 하는 <마리텔>의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됐다. 그 어떤 누가 띄워준 것도 아니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뽐낸 것도 아닌데, 예능 경험이 거의 없는 하연수를 이렇게 깜짝 스타로 키워내는 게 바로 <마리텔>이 그간 쌓아온 힘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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