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예능 출연자들의 문제,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갑작스레 보도된 송종국·박잎선 부부의 파경 소식은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비춰진 단란한 가족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빠 어디가>에 출연하며 송종국은 지아의 딸 바보로서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고 지욱에게는 다소 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는 아빠와 아이들뿐만 아니라 때때로 아내까지 등장해 요리를 선보이곤 했는데, 그 때 송종국의 가족은 여느 가족과 다를 바 없는 단란한 모습이었다. 그 단란했던 모습은 어디가고 파경이라니.

이미 이들의 불화가 2년 넘게 지속되어 왔다는 박잎선 측의 한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2년 넘게 지속되어 왔다면 <아빠 어디가>에서의 모습이나 그 후에 다른 방송에서 보여준 송종국의 모습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그들은 쇼윈도 부부의 삶을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송종국이 주로 출연했던 프로그램들이 일상 속의 카메라를 드리우는 관찰 카메라 형식이고, <아빠 어디가>에서부터 가족과 함께 출연해 이미 박잎선은 물론이고 지아나 지욱 역시 대중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되어 있다는 점은 이 갑작스런 파경 소식이 가져올 만만찮은 후유증을 예고한다. 부모들이야 상황에 따라 이혼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이미 노출된 아이들(그것도 단란한 가족의 모습으로)이 이로써 겪게 될 사회적 시선은 피할 도리가 없게 되었다.

이것은 최근 몇 년 간 방송의 한 트렌드로 자리했던 이른바 가족 예능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요소를 잘 보여준다. 어찌 됐건 잘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공개했다가 그 출연자에게 어떤 문제나 논란이 생겨날 때 그 후유증이 당사자만이 아닌 가족 구성원에게도 고스란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사생활 문제가 제기되면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한 강용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유자식 상팔자>를 통해 공개된 자녀들은 어찌 됐던 이번 사생활 문제의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된 셈이다. 부모에 대해 대중들이 갖게 되는 호불호는 그대로 그 자녀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해 어른들이 잘못이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사실 아이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그들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어른들의 선택일 가능성이 더 높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예능의 경우 아이들은 아무런 선택권이 없다. 부모의 선택에 의해 그 어린 시절의 모습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것이다. 그것이 호응을 얻을 때는 나쁘지 않은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삶이란 게 어디 그렇게 정해진 예측대로만 굴러갈까. 대중들의 반응이 어느 순간부터 냉담해지게 되면 그것이 아이들에게 미칠 후유증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송종국의 경우나, 강용석의 경우를 보면 한때 방송 트렌드로 자리해온 이른바 가족 예능이 가진 만만찮은 후유증을 확인할 수 있다. 어쨌든 대중들에게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성이 따르는 일이다. 특히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없는 입장에 놓인 아이들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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