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는 어떻게 목요일 예능의 굳건한 제왕이 됐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자기야-백년손님>은 목요일 예능 최강자라는 자화자찬의 자막으로 문을 연다. 후포리 회장님이나 마라도 사위처럼 허세가 아니다. 웹상의 화제성에서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주제와 장르의 쇼이지만 자신만의 색깔과 독보적인 위치를 가진 <썰전>이나 팀의 만년 유망주와 같은 <해피투게더>, 점점 세분화되는 오디션쇼의 변화에 강제 다이어트 중인 <슈퍼스타K7>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팬덤을 갖추고, 관찰형 예능, 토크, 정서적 연대를 이룰 커뮤니티가 균형을 이룬 가장 버라이어티한 쇼다.

<자기야>는 관찰형 예능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늘 남자 MC와 앙상블을 이루던 김원희가 단독 MC가 되고, 성대현, 김환 등의 문제적 사위 집단의 활약이 두드러지면서 스튜디오 토크가 매우 탄탄해졌다. 19금 토크와 주부들의 애환을 달래줄 조금은 부족한 남편들의 이야기는 종편 집단토크쇼만큼 정신없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그래서 귀엽고 다시 사랑스럽게 가족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을 만든다.

스튜디오의 토크를 더욱 흥미롭게 이끄는 요인 중 하나는 지난 번 후포리에 직접 찾아가서, 그곳에서도 확인받은 김원희의 캐릭터다. 김원희는 장모와 사위라는 겉으로 보면 어려운 관계를 한 꺼풀 벗겨내고 들어가는 쇼의 안방마님으로 가장 적합한 사람이다. 결혼 10년 차가 훌쩍 넘었지만 밥도 잘 할 줄 모르고 이불빨래를 해본 적이 거의 없음이 확실한 그녀가 살림과 주부, 그리고 가족을 논하는 프로그램의 안방마님을 차지하고 있고, 이를 성대현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모양새가 기본적으로 코미디다. 적당히 부족하고,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토크와 자막은 버라이어티한 <자기야>의 중추인 장모와 사위 간의 관찰형 예능을 더욱 맛깔나게 살린다. 다음날 웹상을 달굴 유명한 연예인이나 몸값 비싼 예능 선수들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도 않지만 공중파 방송에서 유일하게 쌍욕을 수시로 하는 두둑한 배포를 지난 ‘후타삼’(후포리 타짜 삼인방) 패밀리에 대한 반가움과 기대, 씨름인이나 방송인을 넘어선 인간 이만기의 호감과 매력을 높이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제리’ 장모와 그 주변 인물들은 등장만으로도 <자기야>의 시청자들을 반갑고 웃음부터 피어난다.

장모와 사위가 함께 지낸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처음 시작할 때는 어색함을 즐기고, 그 어색함을 타파하기 위해 벌어지는 엉뚱한 순간들을 지켜봤다면 이제는 여타 관찰형 예능과 육아 예능에서 보여주는 모델하우스 같은 연예인의 삶이 아닌 가장 현실적인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판타지를 제공한다. 장모와 사위가 장난을 치고, 함께 친하게 지내면서 타박도 듣고 또 훈수를 두면서 요즘말로 ‘츤데레’한 방식으로 챙기는 모습은 훔쳐보기나 엿보기와는 다른 지점의 공감대를 만든다.



행복한 가정의 모습에 대한 판타지를 완벽한 육아환경과 아이의 재롱에서 찾는 게 아니라 그 세대의 눈높이에 맞는 일상과 관계 속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이만기가 두부김치를 먹고 싶다고 장모가 함께 두부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나, 쇼핑을 좋아하는 남 서방(남재현)이 무전기를 사오고 오픈카를 빌려와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건들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야>는 장모와 사위라는 멀고 불편한 관계를 허물면서 행복한 감정을 가족이란 울타리 위에 씌운다.

장모와 사위를 웃고 즐기며 보면서 시청자들과 프로그램 사이의 관계도 가까워졌다. 웃음 속에 그래서 정이 있다. 갑자기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하다가 ‘개새끼들’이라고 읊조리는 할머니의 걸쭉한 한마디가 불편하지 않고 후련해지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이 주는 행복의 판타지가 얼마나 호소력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후포리를 찾은 김원희가 장모님과 할머니들을 뵈면서 연예인을 보는 기분이라고 말한 것처럼 시청자들은 장모와 사위, 그리고 그 주변 어르신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



이는 틈새를 찾고, 그것을 개발시키고, 또 질리지 않게 굉장히 냉철하고 또 빠른 템포로 출연자들을 교체하면서 신선한 기운을 계속 불어넣는 제작진의 분투가 쌓이면서 드러나는 성과다. 출연자들을 정리하는 개편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면서 <자기야>와 김원희를 둘러싼 커다란 가족이 형성되는 관계가 맺어졌고, 이런 점들이 멤버교체에 따른 아쉬움을 느낄 틈 없이 목요예능 왕좌를 차지할 수 있었던 힘이 됐다. 물론, 남 서방과 ‘이스방’의 뒤를 이을 스타 사위가 탄생이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자기야>는 가족 예능을 다른 방식과 다른 시장에 풀면서 그 누가 언제 봐도 재밌는 쇼를 넘어서, 한 번 보면 다음 주에도 챙겨보고 싶은 쇼가 되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