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김종민과 함께하는 ‘무한도전’이라니 상전벽해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무한도전>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은 이제 수다거리도 아니다. 그들은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예능에 새로운 정서를 품어냈고 여러 색다른 구성의 특집을 내놓았다. 오늘날 예능은 이를 발판삼아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캐릭터쇼로 시작해 리얼버라이어티를 거쳐 아예 방송에 시청자들을 더욱 깊숙이 끌어들였다. 올해 초 ‘토토가’ 특집이나 이번 주 ‘바보전쟁’처럼 아예 기획부터 제작과정의 전반의 공정을 시청자들에게 노출하고 공유하기도 했다. 방송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시청자들이 처음부터 지켜보며 애정과 기대를 더욱 더 쏟게 된 것이다.

‘바보전쟁’ 특집은 <무한도전> 2015 특별기획전에서 하하와 광희가 제출한 기획 아이템이다. 연예계 곳곳에 숨어 있는 대표 바보들이 출연해 바보임을 검증 받고 사실은 바보가 아니라 순수한 삶을 살아간다는 걸 보여주는 콘셉트다. 멤버들이 직접 기획했다는 것을 외에 특별한 것 없는 지극히 <무도>스런 특집이었다. 예전에 하하와 길, 광희 그리고 노홍철 등이 열심히 했던 받아쓰기와 상식 대결 등을 펼쳤으니 크게 새롭다고는 할 수 없다. 그리고 예고편에서 보여준 모처에 함께 모여 즐겁게 노는 장면들을 보니 ‘못친소 특집’ ‘쓸친소’ 특집 ‘열대야 특집’ ‘로맨스가 필요해’ 등에서 게스트를 불러서 펼쳤던 형태의 특집과 비슷한 계열로 예상된다.

멤버들의 아이템이 방송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놀라움은 이번 방송의 첫 번째 즐길 거리가 아니다. <무한도전>은 영향력만큼이나 확고한 자기만의 영역과 방식이 있다. 멤버들이 각자 혹은 함께 수행하는 미션이 주를 이루는 까닭에 게스트쇼인 <런닝맨>이나 ‘정’을 바탕으로 하는 <1박2일>에 비해 게스트 의존도가 높지 않다. 게다가 김제동, 김영철, 홍진경 같은 범 무도 가족이라 할 수 있는 멤버들이 이미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특집이 신선하고 흥미로운 것은 올드스쿨한 <무한도전>의 성향과 어울리는 게스트들의 섭외다. 다소 식상할 수 있는 기존 출연자들을 배제한 새로운 캐스팅이다. <무한도전>의 게스트는 기존 식구들이 등장하거나 이번 가요제의 혁오처럼 발굴하듯 찾아내면서 캐스팅에 공을 들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능 트렌드에서 조금씩 밀려나고 있는 2000년대 중후반에 전성기를 보낸 예능 선수들을 불러냈다. 솔비와 간미연, 채연 등은 ‘X맨’과 같은 버라이어티쇼의 전성기 때 활약했던 예능 선수들이다. 그래서 채연은 SBS의 이미지가 강하고, 은지원과 김종민은 <1박2일>이라는 두 말 할 것도 없는 KBS 예능국의 히트상품이다.

식스맨 후보로 거론된 이후 종종 등장하는 홍진경이나 <나 혼자 산다>로 예능 나들이에 성공한 심형탁을 제외하면 <무한도전>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예능 선수 출신이다. 최근에도 활발히 활동 중인 은지원, 김종민은 물론이고 최근 활동 장르를 조금 바꾸긴 했지만 솔비와 간미연 등은 <무한도전> 멤버들이 전성기를 구가할 때 함께 전성기를 보내면서도 함께했던 화면은 많지 않기 때문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흥미롭고 기대가 된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무한도전>은 그동안 예능적 재미를 구축하면서 사회적 목소리도 내고, 올바른 삶에 대한 고민, 그리고 정서적 연대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나영석 사단 등 새로운 흐름이 대세가 되고, 보다 젊은 감각과 다양한 소재의 쇼가 쏟아지면서 <무도>의 개척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게 보인 건 사실이다. 그런 이때 <무한도전>만의 이런 특별한 특집들이 결코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무한도전>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번 아이템에서처럼 쌓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데서도 재미와 의미를 찾아내는 식이다. 기획의도가 딱히 초심을 노래하거나 추억을 들추는 것은 아니지만 <무한도전>은 ‘토토가’의 대성공도 그렇고 지난 시간을 재조명하는 콘텐츠를 보여주는데 최적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바보’라 불리는 예능선수들은 기존 예능에서 웃음을 담당하던 스트라이커들이다. 어쩌면 신선한 인물을 원하고, 일상과 맞닿은 정보와 정서가 중요한 시대에 가면 갈수록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캐릭터일 수 있다. 그런 인물들이 <무한도전>이라는 큰 무대에서 재조명을 받을 기회다. 같은 예능이지만 조금은 다른 영역에서 활동해온 은지원, 김종민과 함께하는 <무한도전>이라니 상전벽해다. 이들이 멤버들과 만들 신선한 조합이 어떤 웃음을 줄지 또 어떤 <무한도전>의 역사가 기록될지 기대되는 이유는 이런 흐름에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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