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박규리, 과연 독거미 대대 가면 달라질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군통령’으로 알려진 트로트 가수지만 사실 박규리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이름이다. 박규리라고 하면 카라의 박규리를 떠올린다는 건 본인도 MBC 예능 <일밤-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 합류하면서 밝힌 내용이다. ‘군통령’이라는 별칭이 그녀의 ‘여군특집’ 합류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사실 방송을 통해서 박규리가 자기 존재감을 그렇게 드러낸 면은 많지 않다.

그녀는 처음 시작할 때 뇌출혈 수술을 받은 경력 때문에 입대가 될까 안 될까 했던 부분에서 잠깐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그 후로는 별로 방송에서 주목된 면들이 없다. 그래서 항간에는 박규리 병풍설이 나오기까지 했고 이에 대해 최민근 PD가 직접 해명을 하기도 했다. 즉 리얼한 상황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모든 출연자들이 균등하게 방송에 나올 수는 없다는 것.

그랬던 그녀가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낸 건 독도법 훈련 때였다. 신소율과 팀이 되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박규리는 과도하게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인물로 그려졌다. 계속해서 맞는 길인가를 의심하는 신소율에게 “맞다”고 확신어린 이야기를 해가며 엉뚱한 길로 계속 이끈 박규리는 결국 혼란에 빠졌고 그 먼 길을 되돌아와야 했다. 미션을 수행하지 못한 채 돌아온 그녀는 자신 때문에 동료가 힘들었다는 사실에 미안함을 토로했다.

즉 이 독도법에서 드러낸 그녀의 존재감은 호감이 아니라 비호감의 요소가 더 많았다는 점이다. 그녀는 ‘병풍’의 이미지에서 이제는 ‘민폐’의 이미지까지 덧씌워지게 됐다. 게다가 부사관학교를 수료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받는 훈련에서도 박규리는 ‘기준’ 하나를 제대로 하지 못해 마녀소대장에게 얼차려를 받기도 했다. 도무지 군대 체험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런 그녀에게 붙은 별명은 ‘기인 박씨’다. 엉뚱한 짓을 한다고 해서 순화해 붙여놓은 별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군대 체험이 그녀에게는 무리라는 걸 말해주는 대목이다. 군대에 적응 못한다는 사실이 이 프로그램에 나올 수 없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부적응도 어떤 캐릭터가 된다거나 그 속에서도 어떤 그녀만의 매력이 드러날 수 있는 요소가 조금이라도 있어야 그녀의 <진짜사나이> 출연이 효용가치를 갖는다는 점이다. 지금 현재까지 방송에 나온 모습만으로 보면 안타깝게도 그녀는 고생한 만큼의 결과를 가져가진 못하고 있다.

방송을 계속 봐왔던 시청자라면 그녀가 더 살벌하고 훈련 강도가 높은 독거미 대대의 관문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밖에 없다. 언어적 장벽이 있었지만 제시 같은 인물은 오히려 이 강도 높은 훈련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제시는 초반의 부적응에서 차츰 적응해 이제는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제시가 배제되고 상대적으로 군 적응을 거의 하지 못한 듯한 박규리가 독거미 대대에 들어갔다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것은 방송에 나온 분량과 실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시청자들이 방송을 통해 출연자들을 어떻게 느끼고 있느냐다. 편집을 통해 보여진 일련의 모습들이 있다면 거기에 합당한 결과들이 방송을 통해 이어져야 하는 게 상식적인 일이다. 과연 박규리는 독거미 대대에 들어가면 아쉽게 배제된 제시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을까. 혹 이건 출연자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일관성 없는 프로그램 편집의 문제가 아닐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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