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예뻤다’ 결방, 왜 이토록 시끄러워졌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일주일 간 기다려온 시청자들로서는 뿔이 날만한 상황이다. 야구중계로 인해 줄줄이 밀려버린 편성 속에서 결국 결방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상황은 당일 오전에 어느 정도 예견된 바였다. 만일 야구중계가 길어지게 되면 <그녀는 예뻤다>든 <라디오스타>든 하나는 결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막상 <그녀는 예뻤다>가 결방되고 <라디오스타>가 방영되자 그나마 기대를 갖고 있던 시청자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야구시즌에 드라마가 결방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처럼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MBC 측에서 좀 더 일찍 고지를 해주던가 아니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틀어줬다면 이 정도의 항의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시청자들이 <라디오스타>보다는 <그녀는 예뻤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MBC는 몰랐던 걸까.

시청률 4.8%(닐슨 코리아)에서 시작해 14.5%까지 고공 질주를 계속해온 드라마다. 그러니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다림을 몰랐다는 건 일종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지난 회 말미에는 역변한 극중 주인공 김혜진(황정음)이 다시 예뻐진 외모로 회사에 출근한 모습이 방영되었다. 시청자들의 궁금증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주근깨 외모에 감춰진 그녀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순간일 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과 궁금증.

심지어 야구중계가 끝나고 MBC 뉴스가 방영된 것에 대해서도 시청자들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누가 뉴스를 보겠냐는 것. 여기에는 MBC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 또한 섞여 있다. MBC의 뉴스나 시사 보도에 대한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진 지 오래다. 대중들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입장에서 필요할 때면 정부에 쓴 소리도 아끼지 않던 MBC의 뉴스와 시사 보도는 이제 찾아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니 ‘누가 뉴스를 보겠냐’는 불만 속에는 괄호 쳐진 MBC라는 단어가 숨겨져 있다.

MBC 주말드라마가 막장의 대명사가 되고, 심지어 월화드라마에도 막장이 편성되는 상황에, 그나마 <그녀는 예뻤다>는 최근 들어 거의 유일하게 볼만한 드라마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이번처럼 결방에 대한 항의 사태까지 나오게 된 건 그나마 대중들에게 남아있는 MBC에 대한 애증을 드러내는 일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이런 항의 사태가 말해주는 건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에둘러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드라마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것. 마치 보상을 요구하듯 2회 연속 방송을 해달라는 요구가 쏟아지는 건 그래서일 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간 쌓여온 MBC에 대한 곱지 않은 정서가 느껴진다. 드라마는 막장으로 흐르고 있고 뉴스나 시사 보도 또한 편향되어 있다는 비판 속에서 MBC에 이제 남은 건 <무한도전> 하나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니 그나마 잠시 애정을 주었던 드라마가 결방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그만큼 커지게 된 것이 아닐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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