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 왜 아시아인 차별 논란에 휩싸였을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영화의 내용만 본다면 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인종차별 논쟁에 시달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화성에 낙오된 주인공이 표준화된 백인 남자이긴 하다. 하지만 지구와 우주에서 그를 구하려고 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인종적으로 다양하다. 흑인도 있고 동양인도 있다. 막판엔 백마 탄 기사처럼 중국이 등장하기도 한다(‘중국 투자’ 어쩌고 이야기는 꺼내지 마시길. 중국은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를 하기 전부터 미국 SF의 단골이었다.)

그런데도 MANAA(The Media Action Network for Asian Americans)에서 <마션>의 인종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한 건 이 작품에 원작이 있고 그 소설이 영화로 옮겨지는 동안 인종이 바뀐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은 민디 박이란 한국계 직원이고 다른 한 명은 벤캇 카푸르라는 인도계 간부이다. 민디 박은 맥킨지 데이비스라는 금발의 백인 배우가 맡아서 민디 파크가 되었고, 벤캇 카푸르는 영국 배우 치웨텔 에지오포에게 돌아가 흑인이 되었으며 빈센트 카푸르라는 새 이름을 받았다. 설정에 따르면 그는 인도계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것 같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민디 파크에 대해서는 아직 답이 없다.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작에 민디가 정말 한국계인지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다. 원작자 앤디 위어가 인터뷰에서 밝히기 전엔 나도 민디가 한국인인지 몰랐다. Park는 영어 이름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캐스팅할 때까지 민디가 한국계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

빈센트 카푸르에 대해서는 답이 있다. 원래 이 캐릭터는 요새 할리우드의 출연이 잦은 이르판 칸이 맡을 예정이었는데, 스케줄과 계약 문제로 취소되어 에지오포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흠, 이르판 칸이라면 어울렸을 텐데 아쉽긴 하다. 하지만 왜 그들은 다른 인도 배우를 찾지 않았을까? 인도는 영화대국이고 이 정도 역할에 맞는 수천 명의 배우들을 갖고 있으며 이들 중 영어가 가능한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설마 미국과 영국에 인도계 배우가 하나도 없었을까?



자, 그림이 보이는가? 질문이 던져졌고 답변이 나왔는데, 이게 다 어정쩡하다.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이 벌어졌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렇다고 인종차별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저 모호한 무신경함이 감지될 뿐이다.

<마션>은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과 대응이 보다 복잡하고 미묘한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인종차별과 백인중심주의에 대한 할리우드의 대답은 흑인 캐릭터를 끼워넣는 것이었다. 6,70년대까지만 해도 그건 혁명적이었고 (오리지널 <스타 트렉> 시리즈를 보라) 또 충분했다. 하지만 그 동안 세상은 바뀌었다. 인종적으로 더 다양해졌고 그들의 관계는 복잡해졌고 모두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비판은 백인 중심주의만이 아니다. 원래 인도계였던 캐릭터를 연기한 치웨텔 에지오포는 흑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캐릭터의 변경은 white-washing이 아니라 black-washing이 된다. 70년대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여기서 가장 피해야 할 건 “이만하면 됐지"”라는 태도이다. 연장하면 다음과 같다. “이전엔 백인남자들만 나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잖아. 여자도 나오고 흑인도 나오고 동양인도 나오고. 이만하면 됐지.” 하지만 아무리 바뀌어도 주인공이 여전히 백인 남성인 것이 당연시되고 다른 인종은 생색내는 ‘의무 출연’으로 만족하는 세계가 우리의 목표인가? 그것은 평등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백인 남성 작가가 백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할리우드 전체를 통해 보면 우리는 여전히 불평등을 목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불평의 무게를 상대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복잡한 세상에서는 문제도 분명히 보이지 않고 답도 뚜렷하지 않다. 당연히 질문의 제기와 비판은 중요하지 않은 불평으로 무시될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당연한 우위에 선 사람들에게 의미없는 불평으로 보인다고 해서 편견이나 불평등, 그에 따른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불평등한 세계에서 평등을 보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불평등을 겪지 않은 사람들 뿐이다. 세상 중심에 있는 것을 당연시하는 그들에게 불평등을 평가할 자격이 있을까? 이게 할리우드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님은 말할 필요도 없겠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마션>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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