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이너’, 시즌2에 남은 숙제와 가능성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또 하나의 음악 서바이벌쇼가 끝났다. DJ가 주인공인 이 쇼는 세상에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소설로 치면 중편 정도의 짧은 여정, 그래서일까 반향도 길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은 없다. 때로 세상은 아무도 모르게 바뀌는 법. 힙합을 대중문화로 단숨에 격상시킨 <쇼미더머니> 시리즈도 시작은 미비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헤드라이너>가 탄생할 수 있는 운신의 폭과 기회를 제공할 정도로 거대해졌고, 방송을 넘어 힙합씬의 파이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워냈다. <헤드라이너>는 <쇼미더머니> 이후 엠넷의 새로운 영토 확장의 첫 걸음이다. 젊은 세대의 하위문화와 장르음악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면서 씬에 깃발을 꼽는 엠넷의 야심과 여러 오디션쇼를 성공시킨 노하우가 이 쇼에 모두 녹아있다.

킹맥이 최종회에서 말했듯 “DJ가 TV에 나오는 시대”라니 상전벽해다. DJ는 다루는 음악의 폭과 문화가 힙합보다 다양한데다 예능으로 풀기는 훨씬 어렵다. 힙합은 랩이 있어서 가창 오디션쇼의 문법을 적용하는데 큰 무리가 없었고, 대중성과 캐릭터 구축 면에서도 DJ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인지도가 높다. <쇼미더머니>는 적어도 심사위원은 누군지 알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는 심사위원부터가 낯설다.

더 큰 문제는 DJ는 사실 오디션쇼에 적합한 주인공이 아니다. 노래나 랩처럼 시청자들이 보기에 직관적이지 않고, 가장 중요한 현장감 전달에 한계가 있다. 이 오디션쇼의 목적이 그 동네를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것에 있는데 정작 DJ의 능력을 온전히 보여주기 힘든 미션들, 5분~20내외의 믹스셋으로 승부를 보는 무리한 설정이 나오게 되고 그나마도 편집해서 보여줘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헤드라이너>는 이런 단점을 최대한 감추고 대중들에게 DJ 문화를 소개하는 법을 찾아냈다. 제작진은 ‘갈등’을 다루는 오디션쇼의 노하우를 대거 투입해 스토리가 뻗어나갈 수 있는 커다란 지도를 그렸다. 시청자들은 온라인게임을 하듯 그 위에서 알아서 목적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DJ의 덕목이나 여러 용어와 음악 장르에 대한 정보와 개념을 접하게 되고, 목적지에 이르면 시청자들이 각자 생각하는 ‘DJ상’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여정의 마무리다.



<쇼미더머니>는 밑바닥에서 고생해서 올라온 언더와 제도권 시스템에 속해 있는 실력파 아이돌의 갈등을 빚어냈다. 여기서 시청자들은 대부분 랩퍼가 뭐고 언더가 뭔지 이미 개념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헤드라이너>에 등장하는 DJ에 대해서는 선입견이나 사전정보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은 현재 DJ씬과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DJ의 정의와 음악적 갈등을 다양한 유형과 특성의 DJ들을 불러 모아 시청자들에게 내보인다. 이들은 각자 자부심과 철학이 있는 까닭에 이들이 겪는 갈등은 DJ를 알아가는 소개 자료가 된다.

출연자들 간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음악과 DJ의 정의의 차이를 바탕으로 한다. 비트메이커에 가까운 DJ탁, 프로듀서로 공연가에 가까운 ‘아티스트’ 알티, 테크니션 스케줄원, 클럽신에서 성장한 올카인드 DJ 킹맥, 테크노로 정상의 반열에 오른 바가지, 샤넬과 같은 여성 DJ, 돈 스파이크의 성장스토리가 기대됐던 DJ듀오 엑소더스, 아이돌 출신 DJ, 퍼포먼스형 DJ 조이 등이 백가쟁명을 이룬다.

킹맥이나 스케줄원처럼 순혈주의에 가까운 DJ들과 핸드싱크 논란을 일으킨 조이와 같은 커머셜 DJ간의 대립이 가장 처음 불거지고, 음악적 상식 자체가 부족해 보이는 DJ 제아애프터는 엠넷의 히트상품인 아이돌 출신 오디션쇼 참가자의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혹은 ‘좋은 음악’을 트는 DJ와 뻔하더라도 무대를 흥분시킬 수 있는 대중성 있는 DJ 사이의 가치 갈등이 벌어지면서 손쉬울 듯한 선과악의 구분은 모호해진다.



거기다 순결한 아티스트를 외치는 알티는 자신은 프로듀서 DJ로서 “DJ가 DJ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자기 음악을 소개하기 위해 나왔고 남의 음악을 틀거면 안 하겠다”며 DJ 정의의 근간에 도전하며 퍼포먼스형 DJ라고 욕을 한바가지 먹었던 조이를 대신해 이 동네의 문제아로 자리매김한다. 어차피 DJ라는 것에 대해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데, DJ 본연의 정의에 대해 시청자가 스스로 선택하고 찾아가면서 이 문화를 접하게 하는 방식이 <헤드라이너>의 큰 그림인 것이다.

<헤드라이너>는 오디션쇼의 틀을 갖춘 DJ 입문서다. 라이브엑트나 프로듀서의 단어, 믹싱 등의 테크닉, 음악 장르에 대한 관심사부터 DJ의 개념 정립을 돕고 그들의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디제잉의 정수를 완벽하게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을 DJ가 가진 정체성의 충돌과 드러냄을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그래서 어떤 DJ의 출신, 철학이 끌리는지가 어떤 DJ의 음악이 좋은가보다 쇼 내에서는 더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숙제는 남았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몰입도가 높아야 하는데 오디션 역사상 최고로 맥 빠지는 최종전이 벌어지는 걸 막지 못했다. 클럽문화와 디제잉은 힙합과 달리 10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로 블랙넛 수준의 스타조차 탄생하지 않으면서 시청률과 함께 DJ들의 인지도가 올라오지 않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돌, 힙합 뮤지션 등등 보다 더 대중적 인지도를 지닌 존재들을 콜라보라는 이름으로 계속 무대 앞으로 데리고 왔지만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기엔 역부족이었다.

DJ 문화를 소개는 했으나 DJ를 띄우진 못했다. 스케줄원의 말처럼 종합예술인에 가까워져야 하는 DJ에 대한 소개는 어느 정도 되었으나 아이돌 등 협력 뮤지션들과의 시너지 효과의 부족은 다음 시즌을 생각했을 때 고민지점이다. <쇼미더머니4>의 참가자 한해가 여기서는 셀럽으로 등장했는데 이런 차이가 두 프로그램의 대중적 인지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그럼에도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건 <헤드라이너>가 주목한 갈등의 불씨는 전혀 꺼지지 않았고 더 지펴지면 더 지펴질 여지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일단 DJ씬은 전세계적으로 확장일로를 걷고 있고, 엠넷은 힙합을 띄운 전례가 있다. 무엇보다도 씬 내에서 보여준 DJ보다 씬에는 훨씬 더 많은 DJ들이 대기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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