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에게 ‘아빠를 부탁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서 초반 가장 예쁜 딸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 다름 아닌 조재현 딸 조혜정이다. 바쁜 일로 데면데면한 조재현의 주변을 빙빙 돌며 관심 받고 싶어 하는 모습은 ‘아빠 바라기’의 이미지를 부여했다. <아빠를 부탁해>를 시청하는 중년의 아빠들이라면 그런 조혜정의 모습에 반색했을 만하다.

하지만 그 예쁘던 딸이 갑자기 금수저 논란에 휩싸이게 됐다. <연금술사>, <처음이라서> 같은 작품에 살짝 얼굴을 내밀 때만 해도 설마 설마 했었지만 이제 <상상고양이>에 떡 하니 여주인공 역할로 캐스팅 됐다는 소식은 설마가 실제 현실이 되었다는 것에 실망하는 눈치다. 그것이 너무 파격적인 캐스팅이기 때문이다.

단역 정도야 본래부터 조혜정이 꿈꿔왔던 것이 연기자라는 점에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은 이미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면서도 밝힌 바 있다. 여러 번 오디션을 봐왔고 떨어졌다는 것.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계속 오디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상상고양이>는 이미 꽤 네티즌들에게 알려진 웹툰이다. 게다가 상대가 유승호라니.

특히 상대역이 유승호이고 그의 군 제대 후 첫 작품이라는 사실은 금수저 논란을 일으킬만한 일이었다. 아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자신의 연기 공력을 쌓아간 유승호라는 배우의 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혜정의 이번 캐스팅과는 너무나 비교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아빠를 부탁해> 출연과 이어진 <상상고양이>의 파격 캐스팅은 고스란히 그 부담을 조혜정에게 지울 것이 분명하다. 드라마가 드라마로서 평가받아야 하는 마당에 <상상고양이>는 이제 조혜정의 연기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드라마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상상고양이>의 여주인공 캐릭터와 조혜정이 <아빠를 부탁해>를 통해 보여준 모습이 잘 어울릴까 하는 점이다. 웹툰 <상상고양이>의 여주인공은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춘으로 고양이와 교감을 나누며 그 힘겨움을 이겨나가는 인물이다. 그런데 일단 금수저 논란을 일으킨 마당에 이런 소시민적 청춘의 힘겨움이란 이미지가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보통의 연기자들조차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으려 하는 이유는 그것이 연기 생활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기란 결국 시청자들로 하여금 캐릭터에 몰입하게 해줘야 하는 것인데 만일 전혀 다른 모습이 예능에서 비춰지면 그 몰입이 방해될 수밖에 없다. 여러 차례 연기를 통해 저마다의 아우라를 세워놓은 조재현 같은 연기자라면 상관이 없다. 실제 모습과 연기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혜정처럼 이제 신인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어쨌든 연기자로서의 자신만의 위상을 세워야하는 마당에 오히려 <아빠를 부탁해>에서의 모습이 그녀의 족쇄가 되는 걸 피할 수 없게 됐다. 조혜정은 이로써 조재현이라는 아빠의 후광을 입었다는 사실과 <아빠를 부탁해>에서의 이미지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연기를 세워야 한다는 두 가지 부담을 갖게 됐다. 과연 조재현은 아니 <아빠를 부탁해>는 그녀에게 무엇이었을까. 그건 말 그대로 금수저였을까. 아니면 혹이었을까. 드라마의 시작과 함께 그건 단박에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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