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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민 국립오페라단 감독 “제대로 된 K오페라 유통시킬 것”
기사입력 :[ 2015-10-21 16:16 ]


[인터뷰] “폼 나는 프로젝트보다 좋은 오페라 환경을 만들고 싶다”

[엔터미디어=공연전문기자 정다훈] “잘난 척 하는 국립오페라단이 아니라 청중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모두를 위한 오페라, 모두를 위한 국립오페라단이 되겠습니다.”

국립오페라단이 제 11대 신임 김학민 예술감독의 취임과 더불어 ‘모두를 위한 국립오페라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롭게 거듭난다.

지난 7월 취임한 국립오페라단 김학민 단장 겸 예술감독이 운영방향과 플랜을 밝혔다.

자격 논란 등에 휘말리며 취임 53일 만에 물러난 한예진 전 단장 자진 사퇴 이후 4개월 째 공석이던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으로 부임 후, 첫 작품인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를 성공적으로 끝마친 그는 좀 더 여유가 있어 보였다.

■ “오페라의 격은 형식이 아닌 내용이 만든다”

많은 이들이 ‘오페라는 우아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 결과 누구나 쉽게 접하기 힘든 예술이다 혹은 특정 계층, 소수의 관객만을 위한 오페라는 편견도 갖게 된다.

이에 김 신임 단장은 “오페라가 격이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그건 형식이 아닌 내용물의 격이 되어야 한다”며 “조명, 연출, 미장센 등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음악의 감동이 함께 하는 오페라 공연이 격을 만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성이 있는 대중화’란 키워드를 꺼냈다.

“‘그리스 로마 신화’로 유명하신 고(故) 이윤기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한다. 그분의 지론이 대중화라는 게 전문화의 반대가 아니었다. 대중들에게 가장 전문적인 지식을 가장 친절하게, 그리고 전문성의 핵심이 있는 워딩으로 전달해주는 게 지식인의 칼이다는 내용이었다. 국립오페라단 역시 전문성이 있는 대중화로 국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

국립오페라단 공연의 주 스테이지는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이다. 객석 수는 2,327석으로 한 작품이 시작되면 4일간 이어진다.

“4일간 극장이 꽉 들어찬다고 했을 때, 대략 1만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게 된다. 1만명 이상의 관객이 오페라를 보러 극장에 오고 싶어하도록 만들어야지요. 국민 세금으로 만든 국립 오페라단 작품은 15만원에서 5만원 사이에 티켓 가격이 책정되는데, 보통 사람들이 공연을 많이 볼수록 이익입니다. 국민들이 세금을 냈잖아요. 그들이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도록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야지요.”

청중의 마인드를 지닌 김 예술감독 은 “모든 사람의 바람과 필요성을 모두 포용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나서는 최근 국립오페라단의 ‘진주조개잡이’와 성남아트센터의 ‘라트라비아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로엔그린’이 동일한 기간에 올라간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오페라 공연을 올리면 한 철 혹은 한 주에 몰리는 경우가 많다.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우선 그건 청중 마인드가 없어서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고매하다. 관객들은 볼려면 와서 봐라’ 로 보여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김 단장은 “다른 극장 단체와 사립오페라단 단장님들과 정례적인 회의를 거쳐 되도록 날짜가 겹치지 않도록 신경쓰겠다”고 했다.



■ “성악가들을 보다 유연성 있게 오디션의 품 안으로”

신임 김학민 예술감독의 향후 3년 간의 국립오페라단 운영 비전의 키워드는 “포용”이다.

이를 위해 김학민 예술감독은 ▲오디션 제도의 정례화 시즌 ▲데이터 베이스 구축 ▲ 개런티 책정의 객관성 확보 ▲ 레퍼토리 시스템 확립 및 지역 공연 활성화 ▲ 전문 영상물 제작 및 DVD유통 등 모두 5가지 플랜을 발표했다.

국립오페라단은 무엇보다 오디션 제도를 정례화함으로써 재능 있는 성악가들이 언제든 국립오페라단 무대를 찾아올 수 있도록 국립오페라단의 문을 활짝 열 계획이다. 최대한 이 작품, 이 배역에 적합한 성악가를 찾아 관객들에게 최상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한 국립오페라단의 열의가 담긴 계획이다.

“성악가를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오디션이 필요하다”고 한 김 단장은 “신입사원이 회사 면접을 가도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나. 확인하는 차원에서도 오디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본인을 알리고 싶은데 공식적인 창고가 없었던 젊은 성악가들에겐 희소식이다.

“매년 여름과 겨울 정기 오디션을 실시하고, 웹사이트에 수시 오디션 창고를 만들 계획이다”는 플랜도 전했다. 덧붙여 2016년 선보일 ‘오르페오’와 ‘루살카’의 출연자 역시 올 연말 2차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물론 원로 성악가의 반대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에 “모든 성악가들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오디션을 보는 게 아니다. 보다 유연성 있게 독방 오디션, 개별 오디션 등을 통해 오디션의 품 안에 넣어보려고 한다”고 답했다.



■ 오디션 심사는 어떻게?

“기본 원칙은 작품의 연출자, 지휘자, 오페라코치, 예술감독, 자문위원들이 참여하는 거다. 자문위원에 성악가 풀을 좀 더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여 성악가 분들도 더 충원했다.”

자문위원은 한번 결정되면, 고정된 게 아니라 6개월 이후 다시 교체된다. “자문위원이 고착화 되는 걸 경계한다. 또 하나의 ‘권력’으로 보일 수 있는 오해의 소지도 있을 수 있어 그렇다.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더 열어주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오디션을 통해 각 배역에 맞는 성악가풀(Pool)이 구축되면 캐스팅에 있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시스템 정착이 가장 중요”

김학민 예술감독은 “공연의 퀄리티도 중요하고, 멋진 가수들도 중요한데, 시스템을 제대로 어떻게 만드느냐가 제일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며 “그걸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김 예술감독은 아티스트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 중이다. 각 분야별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아티스트의 주요 장점이 담긴 데이터베이스이다.

“연출가, 의상 디자이너, 무대세트 디자인, 조명 디자인, 영상 디자인, 안무가까지 적합한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한 20개가 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 개런티 책정의 객관성 확보

국립오페라단은 개런티 책정의 객관성 확보 노력도 할 계획이다. 그는 “개런티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게 아닌, 오페라계의 질서를 부여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운영 효율화의 방침으로 최근 5년 간 국립오페라단 공연에 출연한 성악가 및 아티스트에 대한 개런티를 조사하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스칼라 극장 등 해외 극장의 사례들을 조사 수집하여 나이, 경력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한 매뉴얼을 구축, 국내외 아티스트의 개런티 책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 “국립 오페라단에도 18번이 필요하다”

세계 오페라 무대는 이미 5~6년 이상 미리 계획되고 대부분의 유럽 오페라극장은 매년 9월에 시작되어 6월경에 마무리되는 시즌제를 도입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역시 시즌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국립 오페라단에도 18번이 필요하다”고 말한 김 단장은 “시즌 레퍼토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중장기적 플랜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 플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대 세트를 보관 할 창고도 더 많아야 하고 제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서울 공연으로 그치는 게 아닌 지방 공연으로까지 돌리기 위한 극장의 사이즈도 점검 중이다.

전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동시에 오페라 마니아층까지도 흡수할 수 있는 레퍼토리의 안배 역시 중요하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이 공연되는 베르니의 리골레토, 푸치니의 나비부인, 비제의 카르멘 등의 작품으로 3분의 1, 베르디 푸치니에 준하지만 아직 덜 알려진 재미있는 오페라로 3분의 1, 그리고 나머지는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같은 보다 센 작품으로 안배 할 계획이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 몇 개의 작품을 동시다발적으로 공연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상시로 오페라 공연을 제공하는 레퍼토리 시스템의 확립에 대한 포부도 밝혔다. “2017년에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를 한 달 간 대관해 2개 작품을 연달아 올리는 방식으로 한 달 내내 오페라를 볼 수 있게 하겠다.”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백스테이지에는 객석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후방과 측면에 또 다른 공간이 있어 2개 이상의 무대세트를 교체하며 올릴 수 있다는 것.

■ “DVD제작으로 제대로 된 K오페라를 유통시키겠다.”

국립오페라단은 또한 시즌 공연 중 대표 공연을 선정하여 영상물을 제작, DVD유통에도 나선다. 유니텔클래시카, 소니뮤직, 워너뮤직, 유니버설뮤직과 같은 유럽의 정상급 공연 영상물 제작 및 유통망과 연계하여 국립오페라단의 우수한 무대와 그 감동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공연 영상을 제작,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까지 널리 유통할 예정이다.

김 단장은 “요즘은 오페라도 DVD시대, 유투브의 시대이다”며 “동영상으로 어떤 프로덕션의 어떤 성악가와 지휘자가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몸값을 좌우하더라. 1년에 한 작품이라도 DVD로 제작하고 싶다.” 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유명 성악가, 유명 아티스트 및 프로덕션은 어김없이 히트를 친 DVD를 보유하고 있다.

“DVD 유무가 개런티와 정비례한다. DVD를 우리나라에 팔려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오페라 시장에 알리고 유통시키고자 함이다.”

성악가들 역시 반기는 분위기다. 유럽에서 활동 중인 테너 김기찬씨는 “외국의 큰 프로덕션을 보면, 기념이 될 만한 작품은 DVD로 상품화 시키는 걸 볼 수 있다. 서울시향이 이미 많은 음반 제작을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리고 있지 않나. 음반에 투자한 것보다 더 많은 광고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에서도 오페라 DVD가 제작되면, 오페라의 성공여부와 완성도를 떠나 한국 오페라가 큰 홍보가 될 수 있고 관객들에게도 자긍심은 물론 하나의 기념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표했다.



■ 혹...말로만 하는 게 아닌가?

이날 김 신임단장의 플랜은 귀담아 들을 내용이 많았다. 물론 이를 두고 ‘지나치게 이상적인 게 아니냐’는 반론도 나왔다.

그는 “말로 승부 거는 게 아닌 결과로 평가해줬으면 좋겠다. 그 결과가 태가 나는 결과가 있고, 태가 별로 안 나는 결과가 있을 수 있다. 저는 그 중 후자의 결과를 지향하는 게 좋은 방향이다고 본다”고 답했다.

“폼 나는 프로젝트보다 좋은 오페라 환경을 만들고 싶다.” 3년의 임기기간 동안 김학민 예술감독이 달려가고자 하는 길이다.

“(제가 재임하는 기간 동안) ‘특별하게 거짓 된 건 없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그게 옳은 길이다고 본다. 혹시 그 때까지 태가 없다고 하더라도 내실을 기하는 과정이라고 믿어주고, 그 결실이 10년 뒤에 나타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오페라계에 도움이 됐다면 그거 하나로 만족하고 싶다.”

간담회 후반 내년에 선보일 몬테 베르디의 ‘오르페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던 김 단장은 “LG아트센터 공연장에서 ‘오르페오’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의 최근 오페라 연출작은 서울시오페라단의 ‘오르페오’이기도 하다.

추가로 “DVD로 본 스테파노 포다 연출의 오페라 '타이스'(2008년 토리노 왕립극장 공연)를 보고 감동 받았다”고 밝힌 김 단장은 기회가 된다면 국내에 꼭 한번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스테파노 포다는 최근 국립오페라단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연출해 국내 오페라 관객을 사로잡은 바 있다.

■ “오페라 저서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김학민 예술감독은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음악이론 석사를 마쳤으며,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에서 오페라 연출 실기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마술피리', '나비부인', '리골레토', '세빌리아의 이발사', '아이다' 등 다수 오페라를 연출했으며,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등 뮤지컬 또한 연출 한 바 있다. 저서로는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 '오페라의 이해' 등이 있다.

전 국립오페라단 박성원 단장은 “새 단장에 대한 섣부른 평가보다는 1년 이상은 지켜봐야 한다”며 “김학민씨는 오페라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다. 오페라에 대해 공부하는 자세가 좋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김단장은 “오페라 청중 개발 차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심도 있으면서도 대중적인 오페라 서적을 쓰고 싶은 게 나중의 꿈입니다.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오페라단의 예술감독으로 전문성 있는 있는 오페라 대중화를 실천하고, 나중에 책으로 내야죠. 오페라 책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싶어요. 그게 꿈입니다.”며 웃었다.

예술감독 부재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된 국립오페라단 측은 소통하는 예술감독을 맞이해 활기가 가득했다. 국립오페라단이 제대로 된 선장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해본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국립오페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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