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가 말하는 진화와 인류, 그리고 멸종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침팬지는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지만 걷는 자세부터 사람과 다르다. 뒤뚱뒤뚱 걷는다. 침팬지는 왜 그렇게 걸을까. 넙적다리뼈와 종아리뼈가 연결된 모양 때문이다. 침팬지의 넙적다리뼈는 종아리뼈와 직선을 이룬다. 이런 구조에서 한 발을 딛고 균형을 잡으려면 그 쪽으로 몸의 무게중심을 많이 옮겨야 한다.

사람도 한 발을 디디면 그 쪽에 무게를 이동해야 하지만 침팬지만큼 옮기지 않아도 된다. 두 넙적다리뼈가 가운데로 모이는 듯이 비스듬히 내려와 종아리뼈에 연결되는 구조 덕분이다. 이 구조에서는 발을 몸의 무게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에 착지하면서 옮길 수 있다. 사람도 아기일 때에는 넙적다리뼈가 덜 모여 아장아장 뒤뚱뒤뚱 걷는다.

유골이 발굴됐는데 넙적다리뼈의 윗부분과 그 뼈가 닿는 부분의 골반만 남았어도 침팬지의 것인지 사람 것인지 실험하지 않고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뼈가 들려준 이야기>, 진주현)

침팬지와 사람의 두개골 크기가 다르고 모양이 다르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두개골에서 척추와 연결되는 부분에 난 구멍의 위치가 다르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 구멍을 대후두공이라고 부른다. 네발 동물의 대후두공은 뒤통수 쪽에 나 있다. 직립해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뇌가 커지면 경추가 이 위치에서 머리를 지탱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침팬지에서 대후두공이 약간 안쪽으로 이동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하면서 대후두공은 점차 두개골 바닥의 한 가운데로 자리잡게 된다. (<공생 멸종 진화>, 이정모)

◆ 뼈를 위해 햇빛을 쐬고 운동하라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뼈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 <뼈가 들려준 이야기>다. 저자는 인류학자로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기 위해 뼈를 발굴하고 뜯어보다가 현재 하와이에 있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유골로 전사자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뼈도 살아 있다. 뼈는 7~8년이면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바뀐다. 뼈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힘을 가하면 강해지고 움직이거나 자극을 주지 않으면 약해진다. 뼈를 강하게 하는 방법은 운동으로 뼈에 힘을 가하는 것이다.

칼슘이 부족해 뼈가 약해지는 사람은 내 생각에 극소수다. 칼슘은 꼭 멸치나 우유가 아니라도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충분하다. 칼슘보다는 칼슘이 우리 몸에 흡수되도록 하는 비타민D가 충분해야 하고, 칼슘과 비타민D가 갖춰졌더라도 뼈 속속들이 칼슘을 원하도록 운동을 통해 자극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비타민D는 섭취하지 않아도 피부에 자외선을 쐬면 생긴다. 흑인은 피부 색소가 자외선을 차단하기 때문에 햇빛에 오래 노출돼 지내야 비타민D가 충분히 생성된다. 백인은 반대로 자외선을 많이 흡수해 비타민D 합성에 유리하다. 해가 덜 비치는 곳에 이동해 살게 된 사람들 사이에 피부색이 하얘진 변이가 일어나 비타민D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자외선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곳에서 적응해 생존한 흑인이 도시 빌딩숲에서 태어나 자라면 비타민D 부족으로 뼈가 굽는 구루병에 걸릴 수 있다. 1900년대 초 미국에 그런 흑인 환자가 많았다. 강렬한 태양 속에서 ‘광합성’을 극도로 조절하는 피부를 갖게 됐는데, 햇살을 받지 못하게 됐으니 비타민D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백인은 비타민D를 뚝딱 만들 수 있게 된 반면 자외선의 공격에 취약해 피부암에 잘 걸린다. 비타민D도 적당히 합성하면서 자외선도 어느 정도 차단하는 황인종이 가장 낫다고 할까. (내가 속한 인종에 감사하기는 처음이다.)

성인의 쇠골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다른 모양과 밀도가 유지된다. 다른 뼈는 생활 및 운동 습관으로 달라지지만 쇠골은 죽을 때까지 특징을 유지한다. 그래서 쇠골은 법의학자에게 또 다른 ‘지문’이다.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흉부 엑스레이 한 장 정도는 남기기 때문에 쇠골이 관심 대상 인물의 것인지 확인하는 일이 가능하다.

뼈는 나이도 알려준다. 성인 뼈는 206개이지만, 태어날 무렵의 아이는 뼈가 450개 정도 된다. 게다가 성장하면서 뼈가 추가로 생긴다. 추가로 생긴 뼈는 기존 뼈에 붙는다. 위팔뼈와 팔꿈치 뼈가 그런 경우다. 팔꿈치뼈는 10대 후반에 완성되고, 어깨와 닿는 위팔뼈가 완전히 붙는 건 20세 무렵이다. 인체 뼈에서 가장 늦게 마무리되는 부분이 쇄골판이다. 좌우 쇄골 사이에 있는 50원짜리 동전 크기의 쇄골판은 23~30세에 붙는다.

뼈대 있는 집안이 으스대는 것처럼 동물의 세계에서도 뼈대가 중요하다. 뼈대가 있어야 뼈대를 키우고 살을 붙여 힘과 속도를 낼 수 있다. 물속에서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고 몸을 지탱하지 않아도 돼 뼈대가 없는 대왕오징어 같은 동물도 있지만 말이다.



◆ 산소 농도는 뼈를 키운다

이런 변수를 제외하면 생물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대기 중 산소 농도다. 대기 중 산소 농도가 높으면 생물이 커진다. 왜 그런지 그 원리를 <공생 멸종 진화>의 저자인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설명하지 않는다. 누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산소 농도는 고생대 석탄기에 가장 높아 최고 35%에 달했다. 현재 산소 농도는 21% 수준이다.

석탄기 잠자리 메가네우라는 날개를 편 길이가 70센티미터나 됐다. 해양 산소 농도는 대기 산소 농도와 비례한다. 석탄기 절지동물 바다전갈은 키가 3m나 됐다. 산소 농도가 높아 숲이 울창했다. 당시엔 미생물이 없어 나무가 죽어 넘어져도 썩지 않았다. 석탄기에 쌓인 목재에 열과 압력이 가해져 만들어진 게 석탄이다.

우주가 137억 년 전에 생겨난 뒤 태양이 50억 년 전에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구는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 지구의 생명은 36억 5000만 년 전에 생겨났다. 이후 30억 년이 지나도록 생명은 느리게 진화해왔다. 생물은 5억4100만 년 전 무렵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기록됐다. 그 전 단계 생물은 흔적이 현존하는 게 거의 없다. 껍데기도 없고 뼈도 없어 화석이 되지 못했다.

◆ 인간이 저지르고 있는 생물 종(種) 대학살

생물 가짓수가 70% 넘게 사라지는 대멸종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 일어났다. 가장 큰 대멸종은 2억 5000만 년 전 시베리아에서 화산이 100만 년 동안 폭발해 빚어졌다. 이 때 생물의 95%가 절멸됐다. 대멸종은 공통적으로 온도의 급격한 변동, 산소 농도 저하, 대기와 비의 산성화 등으로 진행됐다.

대멸종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룡이 백악기에 멸종하지 않았다면 포유류는 여전히 미약한 존재에 불과했을 것이다.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중이다. 이번 대멸종은 그 어느 때보다 속도가 빠르다. 대멸종은 대개 최상위 포식자의 멸종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인류에게 경종을 울린다. (저자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상어가 예외가 아닐까 생각한다. 상어는 4억 5,000만 년 전에 등장해 다섯 차례 대멸종을 넘어 번성해왔다. 이제 인류가 상어 최후의 시련을 주고 있다. 인류 최후의 시련일지도 모르지. 인류는 멸망하고 상어는 계속 헤엄치는.)

저자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메시지를 인용한다. 이 영화에서 지구에 남아 새로운 행성을 찾는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아빠 브랜드 박사는 우주선에 있는 딸 브랜드 박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종(種)으로서의 인류를 생각해야 한다.”

저자는 이 대사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하며 자신의 주장을 꺼낸다. 세이건이 남겨 저자가 인용한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종으로서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 충성을 바쳐야 합니다. 우리는 지구를 대변합니다. 생존하고 번성해야 하는 우리의 임무는 단지 우리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태어난, 아주 오래되고 광막한 코스모스 자체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YTN]

[책 정보]
<뼈가 들려준 이야기>, 푸른숲, 344쪽
<공생 멸종 진화>, 나무,나무, 2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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