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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맨’, 무척이나 달콤하지만 뭔가 2% 부족한 뒷맛
기사입력 :[ 2015-11-25 10:18 ]


‘슈가맨’, 재발견이 아니라 아류처럼 다가오는 이유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미국에서는 제로 남아공에서는 히어로였던 음악인 로드리게즈의 실화를 재구성한 다큐영화 <서칭 포 슈가맨>은 그 줄거리만으로도 감동적인 영화다. 멕시코 이민자 출신인 로드리게즈는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대도시 디트로이트의 우울한 삶과 인간의 자유를 담은 노래를 부르던 음유시인이다. 레코드회사에서는 그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큰 기대를 담아 앨범을 낸다. 하지만 회사의 기대와 달리 그가 발매한 앨범은 묻혀버리고 로드리게즈는 다시 낮에는 가난한 노동자, 밤에는 무명가수로 살아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그의 노래가 흘러든다. 당시 남아공은 인종차별인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으로 유명한 통제국가였다. 그런데 우연히 이곳까지 흘러온 그의 음악을 들으면서 통제국가에서 살아가는 남아공의 젊은이들은 눈물을 흘린다. ‘i wonder’나 ‘Sugar man’ 같은 그의 노래는 남아공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노래로 널리 울려 퍼진다.

남아공 정부는 자유를 말하고 국가를 비판하는 로드리게즈의 음악이 큰 인기를 끌자 아예 그의 노래를 금지시킨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의 노래는 남아공에서 살아남아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미국에서 여전히 인부로 살아가던 로드리게즈는 그를 찾아온 팬들을 통해 처음으로 자신이 남아공의 국민가수라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급기야 그는 남아공에서 콘서트를 열게 된다. 그는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그의 음악을 사랑해준 남아공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살아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뉴질랜드 뮤직비디오 감독에 의해 그의 삶은 2012년 다큐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2015년 그의 이야기와 비슷한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에서 방송중이다. <슈가맨>은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빅 히트곡의 주인공이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춘 가수들을 다시 만나는 포맷이다.



비록 로드리게즈의 삶을 다룬 영화만큼의 감동은 아니지만 <슈가맨>에는 묘한 짜릿함이 있다. 끊임없이 사랑받는 인기스타는 아니지만 한 곡의 인상적인 노래를 남기고 사라진 추억의 가수를 다시 만나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수성 충만하던 십대 이십대 시절에 워크맨으로 그 노래를 흥얼대며 콧노래를 부르던 사람이라면. 혹은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그 노래만 힘을 주고 따라하다 고음에서 목이 쉬어봤던 사람이라면. 아니면 첫사랑의 연인과 데이트를 하며 동대문이나 명동 거리를 걸을 때 매번 들려왔던 그 노래와 그 감정의 추억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시청자들은 그들의 등장과 함께 추억의 시간과 장소로 되돌아간다. 마치 슈가맨의 과거 히트송에 추억이란 설탕가루가 묻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아마도 그건>을 들었을 때는 AM라디오의 잡음 속에 들리던 그의 노랫소리가 떠올랐다. 박준희의 <눈감아 봐도>를 들었을 때는 그때 비슷한 라이벌처럼 자주 나오던 윤영아의 <미니데이트>란 노래가 함께 기억나기도 했다. 미스터 투의 <하얀 겨울>을 들었을 때는 그 시절 유행하기 시작한 노래방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이 노래를 부르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리치의 <사랑해 그 말 밖에>를 들었을 땐 당시로는 나름 쇼킹한 콘셉트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가 생각났다. 아마 각각의 연령대에 따라 각각 더 가깝게 여겨지는 추억의 노래와 스타가 있을 것이다.



성공과 실패의 희노애락 속에 스타에서 이제는 자연스러운 얼굴을 지닌 평범한 슈가맨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재미다. MC인 유재석과 유희열이 주고받는 입담 속에 그들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이야기에 양념을 치는 것도 유쾌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추억과 관련한 이야기들의 흥미진진함이 그리 길지는 않다는 점이다. 두 명의 슈가맨의 노래만을 가지고 한 시간의 예능을 채우기엔 어느 순간 지루하게 늘어진다. 물론 지난주 얼굴 없는 가수였던 <응급실>을 부른 izi의 보컬 오진성의 깜짝 등장은 놀랍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인상적인 깜짝쇼가 계속 이어지기란 힘들 것 같다. 슈가맨은 대개 얼굴 없는 가수가 아니라 한때 얼굴까지 널리 알려진 이들이 대부분이니 말이다.

무엇보다 워낙 슈가맨의 노래들에 대한 과거의 잔상이 워낙 강하다. 그렇기에 <슈가맨>의 후반부는 특별한 감흥이 없다. 아무리 지금 잘 나가는 프로듀서가 음악을 바꾸고 지금 잘 나가는 아이돌이 그 노래를 다시 불러도 마찬가지다. 한 시절을 잡아먹을 만큼 대단한 인기를 끈 히트송은 아무리 매끈하고 새롭게 다듬어도 재발견이 아니라 슬프게도 아류처럼 다가온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영화 <서칭 포 슈가맨>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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