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5’의 딜레마, 심사가 독이 될 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올해도 어김없이 ‘천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본 참가자 중에 최고”라는 표현 역시 마찬가지다. SBS 예능 ‘K팝스타’는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을 맞고 있지만 여전히 ‘세상은 넓고 천재는 많다’는 걸 보여준다.

2라운드의 첫 무대를 장식한 김사라, 유윤지, 유제이는 차례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았다. 김사라는 자신의 한계인 클리셰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극찬을 받았고, 유윤지는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다는 박진영의 지적을 무색하게 만드는 노래로 박진영으로부터 “점수를 준다면 100점을 주겠다”는 평까지 얻어냈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유제이였다. 뉴저지 출신의 그녀는 빌리 조엘의 ‘뉴욕 스테이트 오브 마인’을 특유의 감성으로 불렀다. 실로 놀랄만한 실력이 분명했다. 박진영은 이미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거의 혼절 직전(?)의 반응을 보였다. 심사평 역시 지금껏 들은 것 중 가장 극찬이었다.

그는 과장 안 하고 말하겠다며, “‘K팝스타’ 하면서 들은 무대 중에 최고”였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이상형”보다 잘 불렀다고 평했다. 유윤지에게 점수로 치면 100점을 주겠다던 박진영은 유제이에게는 “100점이 넘어간다”고 표현했다.

양현석은 심지어 휘트니 휴스턴과 유제이를 비교했다. 이제 15살인 유제이를 보면 휘트니 휴스턴의 15살 때가 어땠을까가 궁금해진다는 것. 그는 유제이를 “꿈에서 본 사람을 현실로 본 느낌”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유제이가 실로 괜찮은 실력과 감성을 가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그만한 감동을 준 무대였다는 것도 인정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과한 호들갑은 과연 시청자들에게도 호응을 얻을만한 일이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의 초기 때만 해도 심사위원들의 이런 반응들은 사실상 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을 이끌어가는 동력이기도 했다. 일반인들을 심사하고 때로는 독설을 서슴없이 내뱉는 심사위원들이 거꾸로 참가자의 노래에 감동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에 시청자들 역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에 대한 절대적인 권위나 신뢰가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심사의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모호해졌다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즉 과거에는 몇몇 가창의 기준들이 심사기준으로 제시되었지만 지금은 저마다 듣는 사람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게 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유제이의 노래가 극찬 받을 만한 것이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취향의 호불호는 분명 있을 수 있다. 본래 팝송이 훨씬 더 좋게 들리는 경향도 빼놓을 수 없다. <슈퍼스타K>의 이승철은 그래서 가요를 불러봐야 진짜 실력을 알 수 있다는 얘기를 건넨 적도 있었다.

잘 하는 친구들에게 잘한다고 얘기하는 게 뭐가 잘못일까 싶겠지만, 그것이 심사위원 같은 대표성을 띄게 되는 순간 조심해야 될 부분이 생긴다. 그것은 자칫 잘못하면 취향의 강권이 되기도 하고 이 다양성의 시대에 마치 본인들이 정답이라는 식의 오만처럼 비춰질 수도 있다. ‘K팝스타5’의 유제이가 부른 무대는 감동적이었지만 지나친 심사위원들의 호들갑은 자칫 시청자들 스스로 느끼고픈 감동의 기회를 앗아가 버린 건 아니었을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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