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의 운명, 그리고 고가공원의 미래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1. 이명박 서울시장은 2016년 9월 설치된 다슬기 모양 조형물 ‘스프링’이 청계천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2.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하이라인 공원처럼 공중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설치 전 잔뜩 비판을 받은 스프링은 이제 조용히 잊히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관광객 중에 스프링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음이 그 방증이다. 스프링이 기념사진의 배경이 되지 못함은 포털사이트에서 ‘청계천 스프링’을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확인된다.

랜드마크는 그 장소를 상징하게 되는 건물이나 조형물이다. 랜드마크는 사람들을 부른다. 사람이 모이면 활력이 생길 뿐 아니라 교류가 일어나고 경제활동이 벌어진다. 도시마다 눈에 띄는 빌딩이나 조형물을 경쟁적으로 올리는 까닭이다. 여기에 행정가의 야심도 더해지게 마련이다. 모든 시장은 도시에 자기만의 공원을 갖고 싶어 한다고 하니 말이다. 여기에 민간 부문도 가세해 랜드마크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 랜드마크 확률은 ‘별’ 되기만큼...

연예인 지망생이 많아질수록 스타가 되기 힘든 법이다. 마찬가지로 랜드마크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제로 랜드마크로 남는 확률은 낮아지게 됐다.

이런 과열을 책 <하트마크>를 쓴 건축가 홍성용은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오늘날 시각적 충격 효과에만 주목해서 진행되는 사례들로 점차 분위기가 과열되는 듯하며, 본래 의도는 사라지고 단지 특이한 것만 강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선택과 집중의 효과적인 전략이 아닌, 오직 홍보에만 목적을 두는 선택이 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수많은 실패를 예고하고 있으며, 또한 브랜딩의 활용 가치를 전략화하지 못하게 한다. 목적과 방법, 결과를 향한 순서가 전도되어버린 것이다.“

‘이명박의 스프링’은 실패했다. ‘박원순의 공중정원’은 어찌 될 것인가.

저자도 하이라인을 언급한다. “인간적인 공간으로 등장해서 세계적인 이슈가 된”, “공원의 역할을 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 지역을 새로운 도시로 재개발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 등이라고 평가한다. 아쉽게도 서울역 고가공원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트마크>를 낸 시기가 지난 10월 30일이었으니 뜻이 있었다면 서울 고가공원도 다룰 수 있었을 텐데.

저자는 랜드마크 대신 ‘하트마크’를 지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외양으로 눈길을 끄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발길을 불러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중에 의해 인정받고 재확인되는 과정에서 선명하게 인식됨으로써 랜드마크가 된다”고 말한다. 이어 “인간적 공간이 되어야 사람들이 반응하고 자극을 받는다”며 “그런 공간에서 사람들은 교감하고 추억하고, 기억하고 느끼는 상호간의 감정으로 확실한 기억을 갖게 되며, 이런 곳을 반복해서 찾게 된다”고 말한다.



◆ 하이라인과 서울역 고가의 차이

다시 서울 고가공원과 하이라인으로 돌아오자. 하이라인이 공원이 된 뒤 이 공원을 따라 카페와 레스토랑, 미술관과 갤러리가 들어섰다. 패션 매장이 생겨났고 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도 주위에 깃을 들였다.

하이라인이 이렇게 된 데에는 주위 환경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철길을 따라 주거∙상업용 건물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 건물들은 하이라인을 통해 연결됐다. 하이라인에서 거닐거나 노닐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살고 일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서울역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구역에는 주거용 건물이 거의 없고, 상업용 건물도 몇 되지 않는다. 서울시는 국제회의장을 만드는 등 방법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은다는 구상인 듯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듯하다. 서울 고가공원은 구간의 대부분이 철로와 도로 위에 떠 있게 된다. 고가를 산책하면서 주위에 구경할 거리도 별로 없다. 잘 조성하더라도 인근 지역과 유기적으로 융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 가지 가능성은 만리동과 청파동 일대를 건너편 동네와 연결하는 것인데, 과연 무슨 효과로 연결될지는 의문이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하이라인과 다른 점은 더 있다. 하이라인은 교통망의 일부로 역할을 하지 않은 지 오래 된 상태에서 공원이 된 반면 서울역 고가도로는 일대 교통에서 상당한 몫을 담당한다. 그러나 여기서는 교통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건축가인 저가는 ‘건축이라는 필터로 경제, 사회 및 타 예술 장르를 분석하고 바라본다’. 국내 최초로 ‘스페이스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만들고 발표했고 2007년 책 <스페이스 마케팅>을 썼다. 이후 스페이스 마케팅을 적용한 정책 제안서 <스페이스 마케팅 시티>를 써냈다.

이 책에는 하트마크가 된 세계 곳곳의 공간이 다채롭게 소개돼 있다. 그랜빌 아일랜드의 도시 재생, 홍콩의 연결된 건물들, 일본 전통과 서구 문화가 만나는 고베의 쇼핑몰 모자이크 등이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서울시, KT, 이새]

[책 정보]
​홍성용, <하트마크>, 412쪽, 이새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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