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강호동, 여운혁CP와 함께 부활한다면 그보다 멋진 그림도 없을 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의 새로운 주말예능 <아는 형님>은 ‘시청자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드린다'는 콘셉트의 리얼 버라이어티다. 강호동, 서장훈, 김희철, 김영철, 이수근 등 예능 선수들과 황치열, 김세황, 민경훈 등 예능 초보들이 출연자로 함께한다. 모두 남성 출연자로 구성된 오랜만의 리얼 버라이어티다.

그렇다. ‘강호동’이 중심인 ‘리얼버라이어티’쇼다. 오디션쇼, 관찰형 예능 등 예능 패러다임이 두어 차례 지나가고 난 2015년 말에, 2010년도 전후로 맹위를 떨치던 리얼 버라이어티를 그 당시에 최전성기를 누리던 인물들이 소환했다. 당시 시베리아 야생호랑이로 이름을 날렸던 강호동은 그 시절을 함께한 이수근(<1박2일>)과 <무릎팍도사>로 제2의 전성기를 함께 열었으며 <무한도전>으로 이 땅에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를 안착시킨 여운혁 CP와 함께 ‘가장 잘하는 것’으로 부활의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아는 형님>은 리얼 버라이어티답게 매주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해결하는 형태의 쇼다. 시청자가 보내온 출연자 중 누가 싸움을 제일 잘하는지, 정력과 오줌참기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극한 상황에서 시각이나 후각이 더 발달하는지 등등의 질문에 멤버들이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답을 찾아주는 콘셉트다. 의미나 스토리는 없다. 그 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만나고 ‘낄낄’거리는 게 웃음의 포인트다. 오늘날 우리 예능의 정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황금전설> 등 기상천외한 미션을 수행하는 일본식 리얼 버라이어티에 보다 가깝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모한도전>에서 <무한도전>으로 넘어가던 시기, 혹은 젊은 남성용 예능을 표방한 2010년 <뜨거운 형제들>과 궤를 같이하는 예능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기본적으로 성장 코드를 따르기 때문에 밑도 끝도 없는 상황과 약간은 부족하고 모자란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다. 즉, 기본적으로 망가져야 제 맛이다. 그래서 프로그램과 멤버들은 자신들의 현재를 인정하고 옛날 예능, 옛날 방식이라며 스스로를 희화하는 것에서 캐릭터를 잡고 웃음을 만들기 시작한다. 서장훈은 예능 판독기가 되어 제작진과 강호동이 훈훈한 마무리나 옛날 예능 방식으로 진행하면 끊는다. 민경훈은 멤버 중 식상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강호동은 형님 리더십 대신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힘을 빼고 당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면서 문제 또한 발생한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캐릭터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캐릭터들을 조율하고 재미를 포착하는 전지전능한 메인 MC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호동이 포지셔닝을 달리하면서 지금, 프로그램의 변사와도 같은 메인MC 자리가 애매해졌다. 그러면서 무슨 미션을 하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청자들은 보다가 길을 자꾸 잃게 된다. 즉, 흐름이 없고 산만하다.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시행착오일 것이다.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게 생물과도 같다. <무한도전><1박2일><런닝맨> 등 이제 전설이 된 리얼 버라이어티들이 한 번에 자리 잡고 출발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미리 예단하지 말고 아직은 지켜보야 할 상황이다.

<아는 형님>은 복고 프로그램이지만 역설적으로 미래형 예능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예능이 다루는 주제와 장르, 정서가 더욱 세련되고 다양해졌으며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등 일상과 동기화되는 시대에 전격적으로 웃음을 지향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극과 극 전략으로 허를 찌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런데 1회 시청률은 1.809%를 기록했지만 한 회 만에 1.140%로 급감했다. 물론, 자리도 안 잡힌 초반이라 시청률 추이로 일희일비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JTBC예능이 웬만하면 2%대 이상으로 승부를 봤던 것을 놓고 보면 좋은 출발은 아니다.



사실, 매주 미션 형태로 질문이 쏟아지겠지만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하고 싶은 질문은 따로 있다. 바로 강호동(혹은 이수근)의 반등 여부다. 강호동은 1년간의 공백 이후 2012년 말 복귀한 다음 새로운 도전, 변신은 모두 실패했다. 나영석 PD와 <1박2일> OB멤버들이 함께한 <신서유기>에서 옛날 예능인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내리막이라고 스스로 말하는 상황이다. 아마도, 여운혁 CP는 모두가 어려워할 때 이런 관심을 모아 대중들이 놀랄만한 답을 내보이려는 포부를 가진 듯하다. 스타PD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는 시대에 강호동과 함께 부활한다면 그보다 멋진 그림도 없으니까.

그런데 방송에서는 왜 오늘날 이런 올드스쿨 예능이 다시 돌아왔는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방송에서 슬쩍슬쩍 존재를 내비칠 게 아니라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야 한다. 왜 지나간 예능 패러다임인, 리얼 버라이어티를 꺼내들었는지부터 방송을 통해 전달이 되어야 스토리텔링은 시작된다. 만약 그 이유가 강호동의 재기라면 거기서부터 사람들은 재기 스토리에 관심을 가지고 올드함을 한결 편하게 웃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더욱 정교해지고 구체적인 타겟을 잡을 것이 아니면 강호동 재기와 같은 특정한 스토리라인이라도 있어야 시청자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그 어떤 신선함 없이 맥락, 의미 없는 웃음만으로 승부를 보기에 예능이 지금 너무 복잡해졌다.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지만 어쨌든 시작했다. 강호동은 한때 최고의 예능 설계자로 꼽혔던 여운형 CP와 함께 자신들의 텃밭인 주말 리얼 버라이어티로 돌아가 재기를 노린다. 종편은 부담과 제약이란 측면에 보다 가벼우니 운신의 폭이 넓다. 따라서 변명의 여지는 더욱 없다. 오랜만에 손잡은 PD와 강호동이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어떠한 답을 건네줄까? 과거로 돌아간 이번에는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이미 질문은 던져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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