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텔’의 성공적인 실험들이 의미하는 것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밖에서 예능 이야기를 하는 입장에서 안에서 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즐겨하는 김구라는 반가운 존재다. 그런 그가 <썰전>이후 오랜만에 <마리텔>에서 ‘예능’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냈다. 맡은 프로그램의 개수나 그 프로그램의 성적으로 보아 MBC 연예대상에 가장 가까운 김구라가 개인적으로 올 한 해의 경향을 대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라 생각하는 <마리텔>에서 예능과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흔히들 2015년 예능을 ‘쿡방’으로 정의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예능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쿡방은 <냉장고를 부탁해>부터 백종원 신드롬을 일으킨 <마리텔>로 이어지는 콘텐츠 예능의 흐름 속에서 가장 먼저 성공한 장르일 뿐이다. 셰프와 백종원 열풍이 대단하긴 했지만, 2015년 예능의 경향은 쿡방으로 정의하기보다 쿡방을 대표로 삼은 콘텐츠 예능에서 찾는 편이 더욱 타당하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관찰형 예능까지 정서적 교감과 소통이 변화의 핵심이었다면, 콘텐츠 예능은 일상과의 직접적인 교류가 화두다. 쿡방을 넘어서 셀프인테리어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예능의 영토를 설명할 길은 여기에 있다.

최근 10여 년간 예능 패러다임의 변화상을 간략히 살펴보자. 쇼에서 리얼버라이어티로, 다시 경연 서바이벌에서 관찰형 예능으로 장르와 포맷의 변신을 통해 이동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자 모두가 <무도>를 원형으로 한 비슷한 형태의 쇼를 내놓았고, 육아예능이 대세일 때도 마찬가지로 아류들이 쏟아졌다. 콘텐츠 예능의 시대에도 비슷한 흐름이다. ‘쿡방의 홍수’라는 말이 쏟아지듯 마찬가지 상황이다. 방송을 하는 몇몇 셰프들이 이곳저곳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 요리와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장르적 차용이나 포맷을 가져오는 것으로 흐름에 편승할 수가 없다. 셰프나 <능력자들>의 ‘덕력’이 충만한 출연자가 가진 콘텐츠가 프로그램의 모든 것이다. 그래서 겹치기 출연을 해도 콘텐츠(사람)가 힘이 있으면 다 같이 동반 상승한다. 역으로 이들이 가진 콘텐츠가 매력이 없어지거나 지겨워지면 그때는 손을 쓸 수가 없다. 따라서 콘텐츠를 가진 사람에게 의존해야 하는 콘텐츠 예능 시대에는 기존 예능 제작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마리텔>은 이러한 콘텐츠 예능의 특징과 지향을 가장 잘 보여준 프로그램이다. 먼저 섭외 대상부터 예능인 혹은 방송인을 넘어서 요리, 미술, 예능, 스포츠, 미용, 마술, 패션, 댄스,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예능 무대로 끌어올리는 전복적인 변화를 감행했다. 그리고 핵심이 콘텐츠이기 때문에 적절히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수혈해 시청자들이 질리지 않도록, 콘텐츠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조율했다. 이 과정에서 고정 출연이라는 고정관념 또한 무너졌다.

시청자들은 일상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나 새로움에서 재미를 느낀다. 따라서 웃음과 재미는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시청자들이 몰입할 때 자연스레 나타난다. 다시 말해 시청자를 유혹할 수 있는 콘텐츠(인물)의 신선함과 소통으로 정의되는 정서적 교감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마리텔>은 이러한 콘텐츠 예능 시대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다. 보다 직접적인 소통을 내세우고, 인터넷 1인 방송과 융합한 데다 콘텐츠 예능이란 새로운 영토를 개척하고 그 방법론과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정서를 마련했다. <마리텔>의 성공적인 실험 덕에 방송을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신선한 인물을 섭외하는 능력이 주요 덕목으로 떠올랐다. 또한 시청자들이 콘텐츠에 질리지 않도록 짧게 치고 가는 호흡을 익히게 됐다. 이제는 쿡방 그 다음을 논의하는 시점이다. 그런 이때 그 다음 가능성을 그 어떤 곳보다 함께 쿡방의 시대를 열었던 <마리텔>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마리텔>을 올 한 해 최고의 예능으로 꼽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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