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비’ 소지섭·신민아, 어쩌다 드라마판 ‘우결’을 찍고 있나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오 마이 비너스>는 올해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KBS 드라마 중에서 그나마 괜찮은 시청률을 거두고 있는 드라마다. 하지만 그 시청률도 아주 좋은 건 아니다. 8%에서 9% 사이(닐슨 코리아 기준)를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올해 KBS 드라마에서는 감지덕지다. 상반기에 방영돼 큰 성공을 거둔 <프로듀사>를 빼놓고 나면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던 KBS 드라마가 아닌가.

그런데 이러한 고무적인(?)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오 마이 비너스>라는 드라마가 스토리적으로 완성도가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중반으로 오면서 <오 마이 비너스>의 스토리 전개는 너무나 지지부진하고 때로는 개연성도 상당히 부족한 면들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21일 방영된 11회에서 이 드라마가 전개한 스토리라고는 가홍의 새로운 이사장으로 부임한 김영호(소지섭)가 사실은 존킴이라는 게 밝혀지고 안나수와의 스캔들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기자들을 피해 다니는 이야기다. 결국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 때문에 갈 곳이 없는 김영호는 마치 수순처럼 강주은(신민아)의 집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

이 스토리 설정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즉 존킴의 정체가 밝혀지는 스캔들이라는 설정은 김영호가 강주은의 집에서 함께 보내며 알콩달콩한 장면들을 연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김영호가 존킴이었다는 사실이 그토록 중대한 사안인가도 의문이다. 기자들이 집앞에 진을 칠 정도로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냐는 것이다. 재벌3세라도 스포츠 트레이너로서 활동해왔다면 그건 박수 받을 일이지 크게 이상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사실이 기사로 나가자 마치 대단한 사건이라도 벌어진 것처럼 가홍의 회장과 김영호의 아버지는 경악하는 표정을 보인다. 시청자들로서는 고개가 갸웃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아랑곳없이 본래의 목적인 김영호와 강주은의 닭살 행각으로 이어진다. ‘섹시 쳐발쳐발’한 김영호가 뜬금없이 목욕가운을 입고 가슴을 드러낸 채 강주은 앞에 서자, 그녀는 갑자기 흥분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워 있는 그에게 다가가고 결국 그들은 키스를 한다.



그 이전회인 10회에서의 스토리도 11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10회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말하면 김영호가 강주은과 몰래 사귀던 것을 주변사람들에게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 한 가지 이야기에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애틋한 애정행각들이 드라마의 표현대로 ‘쳐발쳐발’ 이어진다. 멜로드라마이니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해도 이처럼 특정한 갈등이나 스토리 없이 닭살 애정행각만 계속 보여주는 건 어딘지 너무 무성의한 느낌을 준다.

결국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라고 하면 소지섭과 신민아라는 배우들이 이 알콩달콩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마치 소지섭과 신민아가 나오는 <우리 결혼했어요>의 드라마판을 보는 것만 같다. 결국 허구일 수밖에 없는 그 알콩달콩함은 스토리가 기반이 되지 않는다면 점점 과감하고 농도 짙은 스킨십으로밖에 귀결될 수 없다는 걸 <우리 결혼했어요>는 보여준 바 있다. <오 마이 비너스>는 과연 <우리 결혼했어요>와 다르다 말할 수 있을까.

소지섭과 신민아가 가진 매력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렇게 매력만을 활용해 완성도 떨어지는 스토리 속에서 적당한 애정행각으로 시청률만을 가져가는 건 이 연기자들에게도 예의는 아닐 것이다. <오 마이 비너스>가 애초에 하려고 했던 진정한 미에 대한 이야기들은 왜 진척이 없는 걸까. 오히려 장준성(성훈)과 그의 친모의 짧지만 안타까운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적인 스토리로 다가올 정도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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