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광선검이 설마 진짜로 빛으로 되어 있을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얼마 전에 <나빠쑈>라는 TV 캐스트에 대한 소문이 SNS에 돌았다. 제목이 ‘나사 빠진 SF쑈’의 줄임말이라는 이 프로그램은 SF 주제 캐스트라고 하는데 소문을 들어보면 알고 보니 ‘제다이(XEDY)’라는, 디즈니 코리아의 하부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었다. 하여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이야기만 하고 있는데 나름 공식 프로그램이고 자칭 덕후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프로그램임을 감안하면 이상하게 질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그들이 애지중지하는 ‘확장우주’에 대한 정보는 평범한 머글인 필자가 봐도 한 3분의 1 정도가 그냥 틀린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기겁했던 건 <스타워즈>의 우주여행에서 상대성 이론에 따른 시각 왜곡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 세계가 비과학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였다. <스타워즈>의 세계가 특별히 과학적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사실 많이 비과학적이다. 특히 사이보그나 파섹과 같은 기초적인 어휘도 제대로 쓰고 있지 않은 1편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미 이를 피하기 위해 하이퍼 스페이스를 통한 초광속 여행 그리고 이를 통한 은하 제국의 통치라는 설정을 만들어놨는데도 굳이 다시 상대성 이론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설마 이 세계를 만든 사람들이 그런 기초적인 지식이 없었겠나. 알고 있으니까 우회로를 만들어놓은 것이 아니겠나.

설정을 보고 간단하게 불가능하다고 결론짓는 사람들은 덕후가 아니다. 그 이상한 설정에서 기어코 과학적 근거를 찾아내는 게 덕후다. 물론 빛이 막대기처럼 중간에 딱 멈추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광선검이 설마 진짜로 빛으로 되어 있을까. 빛나는 막대기 모양의 무기가 될 수 있는 다른 기술은 없을까. 왜 초광속으로 은하계를 누비는 문명이 어떤 부분에서는 그렇게 원시적으로 보이는가. 아마 그들의 발전을 막는 어떤 사회적 압력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압력은 무엇인가.



이런 것을 탐구하다보면 원작을 만든 사람들도 상상하지 못했던 답이 나올 수도 있고 그것은 그 세계를 더 풍요롭게 한다. 물론 이 아이디어를 만든 사람이 조금 더 야심이 있다면 그 답을 갖고 스스로의 우주를 만들 수도 있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해’는 답이 아니다. 답일 수도 없다. <스타워즈> 영화는 자기 세계의 과학적 기반에 대해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을 하려면 뭐가 틀렸는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SF 장르가 지금까지 꾸준히 과학자 사회와 생산적인 교류를 해왔던 건 과학적 정확성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정확성만 꼼꼼하게 따진다면 장르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며 있다고 해도 재미가 없다. SF가 과학자들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이 장르가 가능성의 탐구이기 때문이다.

SF는 불가능하거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아이디어와 현실을 잇는 과학적 아이디어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진짜 의미 있는 과학적 가설이나 기술적 발전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것이 무의미한 건 아니다. 수많은 무의미한 시도가 없다면 의미 있는 시도도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SF는 그런 무의미함을 처벌하거나 모독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생생한 사고실험의 장이 될 수 있다. 이 실험을 막는 건 단 하나. “그건 비과학적이야”라는 섣부른 단언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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