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의 품격’,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스토리가 필요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쿡방에 이은 콘텐츠 예능의 새로운 주자는 셀프 인테리어로 정해진 듯하다. JTBC는 2주 전 <헌집 줄게 새집다오>를 시작했고, tvN은 지난 23일 새로운 수요예능으로 <내 방의 품격> 첫 방송을 마쳤다. 이 둘의 목표는 같다. 공간에 부쩍 관심이 많아진 사람들에게 다가가 누구나 셀프 인테리어에 도전할 수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타깃도 통한다. 가족 구성원이 많은 집보다는 새댁, 그보다도 1인 가구 시청자들이 대상이다. 인테리어와 공간에 대한 관심을 몰입의 후크로 삼고, 일상의 공간에 관심이 많아진 시대적, 세대적 상황에 맞춰 영감과 정보의 제공한다. 여기서 오는 만족감이 예능의 재미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두 프로그램은 예산도 비슷하다. <내 방의 품격> 출연자들은 훌륭하게 꾸며놓은 집에 비해 놀랄 만큼 싼 공사비를 공개한다. 100만 원 이하 예산으로 대결을 펼치는 <헌집 줄게 새집다오>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정도 가격대가 셀프 인테리어 개념에 준하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두 프로그램은 노선을 조금 달리한다. <헌집 줄게 새집다오>가 연예인들이 펼치는 스튜디오 쇼에 가깝다면, <내 방의 품격>은 정보 전달과 일반인 출연자의 시공과 시연에 초점을 맞춘다.

여러 팀이 나와서 스튜디오에서 제한된 예산 안에 대결을 펼치는 <헌집 줄게 새집다오>는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테리어 버전이다. 그에 반해 <내 방의 품격>은 정보 공유와 어느 정도 공간에 관심을 갖고 꾸미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아지트 같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 가치와 취향의 연대를 노리는 모임과 같다.



<헌집 줄게 새집다오>의 전문분야가 상이한 연예인전문가 집단이 대결을 벌이는 긴장감 속에서 다양한 설계와 콘셉트의 시안을 보는 재미가 있다면 <내 방의 품격>은 일종의 카탈로그처럼 실제로 10~20평대 규모의 일반인 출연자의 집을 보여주면서 ‘당신도 이렇게 꾸밀 수 있습니다’를 말한다. 즉 예능 쇼보다 올리브 채널의 레시피쇼에 가깝다. 목재의 종류와 드릴 사용법, 셀프 인테리어에 도움 될 물품을 구할 수 있는 판매상과 인터넷 사이트 등의 정보를 알려주고 공유하면서 쿡방의 셰프처럼 집에서 해보라고 말한다.

첫 번째 출연자에게 노홍철이 카페처럼 꾸민 집을 보니까 자신과 취향도 같고 생각도 같은 것 같다고 한 것은 괜한 칭찬이나, 미모에 끌린 수사가 아니다. 싱크대를 40만원 안쪽 예산으로 새로 제작한 두 번째 출연자에게 쏠린 관심과 전문가들의 질문공세도 같은 맥락이다. 적은 비용으로 드라마틱하게 변신한 집을 보여주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에 눈을 돌리게 된 사람들이 타인의 취향과 선택에 관심을 갖고 보는 것은 그 자체로 공부이자 즐거움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그 라이프스타일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모여서 관심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 실제 셀프 인테리어로 이어지는 건 그 다음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램의 마케팅을 노홍철의 복귀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쉽다. 첫 방송의 첫 시작을 방송 복귀하는 노홍철의 떨리는 마음과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그런데 노홍철을 활용할 것이라면 차라리 관심은 많지만 자신만의 취향이랄까 학습이 부족했던 인테리어 실패담에서 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직 인테리어에 큰 관심 없는 시청자들도 쉽게 몰입할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생긴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홍철은 <무한도전>을 통해 집을 공개하고 연예인들의 아지트라는 이야기들이 그와 그 주변 방송을 통해서 나왔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멋있다, 대단하다는 반응 한편에서 뜨악함이 존재했다. 남들이 안 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고 방송에서 말했듯, 그의 집은 인테리어와 공간에 관심 많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논란거리다. 기왕 예능이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버린 노홍철의 실패담을 웃음거리가 아니라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노홍철과 인테리어에 아직 관심이 전혀 없어 보이는 MC들이 알아가고 성장하는 과정을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보다 예능답게 기술을 배우는 차원이 아니라 인테리어와 공간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고 안목이 좋아지는 성장 과정을 쇼의 구조로 삼는 것이다.

<내 방의 품격>은 첫 방송에서 충분히 일상과의 접목, 정보 제공 차원에서 흥미로운 모습 등은 보여줬다. 하지만 새로움, 혹은 예능의 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헌집 줄게 새집다오>가 베틀을 통한 쇼에 포인트를 두고 콘텐츠와 결합했듯, 이 프로그램도 셀프 인테리어라는 콘텐츠를 다루면서 예능화된 무엇이 있어야 한다. 셀프 인테리어는 얼핏 봐도 문화적 역사, 진입 예산 등에서 비롯된 시청자들의 관심, 그리고 방송이나 쇼로 구성할 수 있는 화면상의 한계 등으로 쿡방보다 각이 안 나온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의 정보전달 방식은 너무 심플하다. 예능이기에 관심 없는 사람들, 그리고 한 번 찾은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 있는 캐릭터, 그리고 단순히 기술적인 정보공유를 넘어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 스토리가 필요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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