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쇼’ 도 넘은 오지랖, 대체 누구를 위한 파파라치인가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도대체 이건 누구를 위한 파파라치일까. 종편 채널A의 <풍문으로 들었쇼(이하 풍문쇼)>는 싱가포르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연 신정환을 찾아갔다고 한다. 두 차례에 걸친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빚었던 데다 댕기열에 걸렸다며 대중을 속인 그에게 대중들은 냉담하다. 아니 지금은 이미 기억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었다.

함께 콤비로 활동했던 컨추리꼬꼬의 탁재훈 역시 2013년 불법 도박 혐의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함으로써 신정환에 대한 관심은 더더욱 사라져버렸다. 이미 예능의 트렌드도 훌쩍 지나가버려 한때 <라디오스타> 같은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는 언변으로 주목받던 그와는 사뭇 멀어진 느낌이다. 시청자들은 그의 근황이 별로 궁금하지 않다.

심지어 싱가포르까지 찾아온 <풍문쇼> 측에 신정환 역시 불편한 기색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싱가포르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 “활동을 하겠다는 사람”은 아니지 않냐고 강변했다고 한다. 그는 조용히 살고 있고 또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고 재차 사정사정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풍문쇼>는 마치 파파라치 컷을 찍듯 멀리서 신정환의 근황을 카메라에 담았다. 관광객을 반기는 모습과 아내와의 단란한 모습 등이 그 카메라에 담겨 방송을 탔다.

<풍문쇼>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건 이 프로그램이 연예인들의 꽤 내밀한 사생활까지를 파고들 것이라는 뉘앙스다. 채널 A처럼 플랫폼 인지도가 높지 않은 채널이라면 이런 식의 논란을 오히려 끄집어내 시선을 끄는 방식의 프로그램이 꽤나 전략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 아무리 <풍문쇼>라는 타이틀을 걸고 있다고 해도 어느 지켜야할 선은 있게 마련이다. 방송 활동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국내도 아닌 해외에서 조용히 장사를 하며 살겠다는 사람을 굳이 현지까지 찾아가 그 지극히 사적인 장면들을 담아온다는 건 너무 노골적인 노이즈 장사가 아닐까.



<풍문쇼>가 싱가포르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이유는 거기 있는 인물이 다른 이가 아니라 신정환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대중들의 불편한 심기는 꽤 세월이 흘렀어도 지금도 여전하다. 그러니 가만 있는 사람이라도 그 불편함을 끄집어내기 위해 굳이 카메라가 싱가포르까지 날아가는 것이다.

타인의 사생활을 마구 헤집고 들어오는 것은 그 자체로 백 번 잘못된 일이지만, 그것이 대중이 진정 궁금해 하는 일이라면 어느 정도는 수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정환의 근황은 그 누구도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복귀설’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준다는 것뿐인데, 신정환은 정작 복귀의 뜻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복귀설은 일부 언론들이 노이즈 장사를 위해 끄집어낸 이슈일 가능성이 더 높다.

<풍문쇼>는 ‘실제 현업에서 활동 중인 연예부 기자들과 함께 셀러브리티를 심층 취재해 평소 이들에게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밝히는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심층 취재’라고 표현했지만 파파라치에 가까운 촬영이었고, ‘궁금했던 이야기’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시청자가 그리 궁금하지도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 사안이었다. 다만 불편한 노이즈를 끄집어내기 위해 시청자도 또 당사자도 원치 않는 이런 무례한 무리수를 강행해도 되는 걸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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