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표창원은 강용석과 뭐가 다르기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이철희 소장이 JTBC <썰전>에서 하차했다. 이미 어느 정도는 알려진 내용이었다. 올해 4월에 치러질 총선 때문이다. <썰전>은 이 부분을 에둘러 암시적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하차하는 이철희 소장과 이준석에게 김구라는 “두 분 같은 경우는 여기저기서 많이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썰전> 하차는 그 자체로 이철희 소장이 어떤 식으로든 본격적으로 총선에 뛰어들 거라는 걸 말해준다.

흥미로운 건 이철희 소장의 <썰전> 하차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이다.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 아쉬움은 그간 특유의 논리적인 분석과 따뜻한 진심으로 <썰전>의 중심을 잘 잡아왔던 그의 하차에 대한 것이다. 정치, 시사를 소재로 다룬 <썰전>이 제대로 설 수 있었던 건 방송적으로만 보면 이철희 소장과 강용석 변호사 그리고 김구라의 합이 빼놓을 곳 없이 딱딱 맞아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철희 소장은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식견을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정치와 시사 문제들을 풀어냄으로써 <썰전>의 알맹이를 만들어냈다. 강용석은 그 발언들이 합리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비판 받아도 웃고 넘어갈 정도로 방송을 잘 소화해냈다. 김구라는 그 중심에 서서 이 날선 의견대립이 지나치게 예능 바깥으로 나가는 걸 조절하는 역할을 했다.

강용석이 불륜스캔들로 하차할 때 대중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아니 하차를 요구했다. 결국 버티다 버티다 버티지 못하고 하차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은 그 후에도 변함없이 <썰전>의 자리를 지켰고 이제 스스로 하차를 선언했다. 대중들은 방송에서 그를 더 이상 못 본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한다. 하지만 동시에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것은 그간 그가 보여준 진심대로 정치 일선에서 대중들에게 어떤 희망을 보여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보다가 정치 일선으로 나가는 이철희 소장에게 보이는 대중들의 반응은, 새해 들어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 표창원 교수에 대한 반응과 다르지 않다. 그간 방송을 통해 사회 정의의 문제들을 에둘러 표현하고, 때로는 친근한 방송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던 표창원이었다. 그는 올해도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방송을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의 절박한 도움 요청에 “비겁해지기 싫어서” 모든 걸 접고 정치 일선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 민주당에 입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표창원 교수의 거침없는 행보는 대중들에게는 사이다 같다는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신사의 품격’과 ‘전사의 용맹’을 가진 정치인이 되겠다고 말했다.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로 설득하는 신사의 자세를 가지면서도, 동시에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대통령 앞이라도 할 말은 하고 또 불의에 맞서 싸우는 전사의 자세를 모두 갖겠다는 뜻이다. 방송이 아닌 정치에서의 표창원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졌다.



흔히들 방송과 정치의 상관관계를 얘기한다. 정치인이 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밀면 그게 결국은 정치를 위해 방송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연예인이 정치를 하면 나오는 얘기도 비슷하다. 폴리테이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까닭은 대중들이 그간 봐온 연예인, 방송인으로서의 친근함이 결국은 정치적인 행보를 위한 밑거름이 되어버렸다는 시선 때문이다.

하지만 이철희 소장과 표창원 교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전혀 다르다. 둘 다 방송에서 맹활약했지만 그들이 방송을 떠나 정치로 가는 것에 대해 많은 대중들은 지지를 표한다. 강용석이 <썰전>에서 하차해 이번 총선에 국회의원 출마를 하겠다고 나서자 나온 반응과는 정반대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그것은 아마도 이철희 소장이나 표창원 교수 모두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이나 행보에서 대중들이 일관된 진심을 읽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방송에서 봤던 것처럼 정치에서도 사이다 같은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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