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나’, 강호동도 달라지게 만드는 반려동물 예능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종합편성채널 JTBC의 <마리와 나>는 강호동이 에너지로 승부하지 않는 첫 번째 예능이다. 2013년 <달빛프린스>로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변신에 성공한 예능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던 강호동이 이른바 ‘옛날식(<신서유기><아는 형님>의 예능코드인)’ 진행인, 좌중을 압도하는 에너지와 과도한 리액션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회에 아기 고양이 토토와 덩치 큰 강호동의 만남은 이 프로그램이 매력을 알리는 정서적 근간이 됐다. 강호동을 찾고, 그의 품을 파고드는 새끼고양이와 이를 사랑스러워하는 강호동의 그간 보지 못한 어색한 모습에 시청자들은 호기심과 애정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반려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가장 설레고 즐거웠던 때를 떠올리며 강호동의 모습에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강호동은 고양이 화장실이 뭔지도 모르던 초보였다. 그런 그가 조그만 새끼 고양이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과 속수무책의 귀여움 앞에 놓이고, 낯을 가리는 고양이 세 마리에게 ‘따’당한다며 몸부림치는 모습에 인간미와 유머가 나타났다. 강호동이 고양이를 품고 다니는 어울리지 않은 조합과 낯선 이미지이지만 일종의 성장 코드 속에 강호동이 녹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마리와 나>는 출연자만 8명이고 진행자가 필요 없으니 강호동만의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나누는 일종의 관찰형 예능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프로그램은 <아빠 어디가>로, 아직은 낯설고 어설프지만 정을 나누며 가까워지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에서 대견함과 사랑스러움을 느낀다.



심형탁은 영혼의 교감으로 돼지가 발정을 일으킬 정도고, 이재훈은 한밤중에 일어나 강아지들을 안심시키고 재운다. 서인국과 은지원 등도 좌충우돌하는 동물들과 나름 능숙하게 접근하고 다룰 줄 알며, 아직 형들만큼은 익숙치 않지만 아이콘 멤버들과 김민재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동물들을 보살피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금세 애정을 느낀다. 여기서 강호동은 가장 초보이자 반려동물에 별 관심이 없고 안 어울리는 아저씨다. 그런 그가 변하고 마음을 여는 모습이 특히 반려동물을 길러본 시청자들에겐 사랑스럽게 다가가는 것이다.

그러나 <마리와 나>는 기존 반려동물을 다루던 예능과 달리 귀여움을 전시하는 게 포인트가 아니다. 먹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긴 하지만 동물들의 매력발산의 이면에 있는 배변훈련, 사고치는 장난들과 같은 일상을 관찰형 예능답게 그대로 드러낸다. 해당 동물과 친해지는 법, 다루는 방법, 먹이는 방법, 씻기는 방법, 고양이가 좋아하는 하프소리 등등 반려동물 기르기에 대한 정보와 동물들의 매력발산이란 재미와 교감을 통한 성장이란 감동 코드가 균형 있게 잘 갖춰져 있다. 여기에 동물들의 숨은 상처를 발견해 치료까지 하면서 책임에 대한 교양까지 전달한다.

이처럼 <마리와 나>는 ‘아이들과 육아’를 ‘반려동물 보살피기’로 옮겨놓았다고 볼 수 있다. 육아예능이 대세인 시절부터 그 다음 아이템으로 반려동물이 손꼽혔다. 그런데 너무 욕심을 내거나(모든 귀여운 것들을 한 화면에 넣으려던) 관찰형 예능의 포인트를 살리지 못하고 사라졌다. 성장과 변화가 뚜렷하고 그에 대한 반응도 시청자들에게 보편적인 아이들보다 반려동물은 대중적이지 못하고, 애정의 지속도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마리와 나>는 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잠시 맡아주는 펫시터의 개념을 방송의 골격으로 만들었다. 동물과의 우정과 교감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매주 새로운 동물 친구들을 소개해 여러 다양한 동물들을 소개해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주고, 또 해당 동물을 기르는 다양한 정보를 알려주면서 흥미를 유지하려는 듯하다. 수년째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TV동물농장’이 매주 새로운 아이들을 선보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강호동의 변신도, 동물들을 소개하는 방식도 지금까지 매우 좋다. 반려동물 돌보기란 연결고리로 이어진 멤버들의 관계도 좋아 보인다. 그러나 교감이란 측면에서 짧은 호흡으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염려도 든다. 강호동과 토토의 우정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그런 것들이다. <마리와 나>의 숙제도 다른 여타 관찰형 예능과 마찬가지로 지속가능성이다. 동물 캐스팅으로 단조로움을 극복을 해낼 수 있을까. 매번 달라지는 게스트(반려동물)와 함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예능은 또 처음이라 종편에 진출하면서 확연히 되살아나고 있는 강호동의 새로운 모습만큼이나 지켜볼 관전 포인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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