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소현·김원준 커플을 응원하면서도 드는 노파심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며칠 전 SBS <강심장>에서, 몰아가기의 달인인 MC 강호동이 ‘가상이라는 단어를 뺄 여지가 0.1%도 없느냐’고 묻자 잠깐 멈칫했던 박소현은 이내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가상을 빼고도 생각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답을 하여 좌중의 환호를 받았다. 그리고 이어진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가상 신랑 김원준에게 보내는 영상 메시지는 누가 보더라도 연출이 섞인 가상은 아니었다. “내가 다른 남자와 커피를 마시는 거 질투하지 않았으면 좋겠구, 노출이 좀 심한 옷을 입더라도 사랑스럽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내가 더 잘할게, 고마워.” 이 말을 듣는 순간 김원준의 죽마고우이자 박소현과 오랜 친분이 있는 류시원은 수상하다는 시선을 보냈는데 시청자인 나 역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사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연인 사이로 설정된 두 연기자들의 눈빛이며 감정 교류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올 때가 종종 있다. 서로 ‘통’하지 않고서야 저리 열렬한 러브신이 나올 수 없다고 느꼈던 경험, 아마 다들 있지 싶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불행히도(?) 틀린 적이 없어서 훗날 연인 사이로 발전되었음이 알려지곤 하는데 이미 결별의 수순을 밟은 예야 굳이 들 필요가 없겠지만 결혼이라는 백년대계에 이른 드라마 속 연인만 해도 어디 한 둘이던가.

그런데 묘하게도 연애를 드러내놓고 하는 ‘웨딩 버라이어티’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는 오히려 그런 상황을 접하기 어려웠다. 한때 발을 씻겨주는 장면이 화제가 되기도 했고 웨딩 촬영을 통한 스킨십이나 가벼운 입맞춤 정도야 이젠 일상다반사라지만 서로 조심하는, 일주일에 단 한번 만나는 관계일 뿐이기 때문일까? 매번 커플링을 교환하고 다양한 이벤트로 사랑을 표현하고는 있지만 뭐라 말하기 어려운 벽이 느껴지는가 하면 더도 덜도 아닌 연기로 여겨질 적이 태반인 것이다.

물론 언젠가부터 앞날이 구만리 같은 아이돌들이 대거 투입되기 시작한 탓도 클 게다. 가상이 현실로 바뀌는 순간 두 사람에게 불어 닥칠 갖가지 위험을 아이돌, 그네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두려울 것, 거칠 것 없는 박소현, 김원준 커플의 행보는 지금까지의 여느 커플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무엇보다도 대중 앞에서 박소현처럼 당당히, 그것도 여성 출연자가 “성사시킬까요?”하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인 적은 없지 않았나? 대부분이 애매모호한, 긍정도 아닌 부정도 아닌 그야말로 예능에 걸맞은 수준의 대응이었던 데에 반해 박소현은 감정 표현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솔직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그러나 한 가지, 얼마 전 박소현이 QTV <수미옥>에 출연했을 때 주인장 김수미 씨가 하신 말씀을 되짚어 봤으면 좋겠다. 나중에 배우자가 마뜩치 않아 할 게 분명하니 가상 결혼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스치듯 해주셨는데 귀담아 둬야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박소현도 언젠가 E!TV <키스 앤더 시티>에 김원준이 출연했을 때 동료 신주아와 나눈 키스 장면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고 하지 않았나. 대본에는 없었던 키스신이 즉석에서 만들어졌고 더구나 김원준과의 협의 하에 이뤄진 촬영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은 터라 질투의 감정이 일어난 게 아닌가.

따라서 <강심장>에서의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눈빛과 미소도 훗날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앙금으로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함께 자리를 한 방송인 안선영이 ‘여자는 질투로 애정을 표현하고 남자는 간섭으로 애정을 표현한다’고 한 마디 거들었지만 질투며 간섭은 남녀 공통의 감정이 아니겠나.

어쨌거나 리얼 버라이어티 사상 최초로 결혼에 골인한 커플이 나와 주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나 또한 <우리 결혼했어요> 스튜디오 출연진들의 소망, ‘우리 출산했어요’를 지지하는 바이다. 다행히 건강 검진 결과도 박소현 소양인과 김원준 태음인으로 찰떡궁합이라고 하고, 김원준이 좋은 생활습관 덕에 더 바랄나위 없는 건강체라고 하니 함께 걷는 길이 더 든든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걷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그림 정덕주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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