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남자들의 소소한 여행도 성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빈틈없이 돌아가는 나영석 사단의 또 다음 스케줄이 시작됐다. 아이슬란드로 떠난 3번째 <꽃보다 청춘>에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다. 납치하듯 떠나는 여행 스타일도, 좌충우돌 즉흥적인 배낭여행 콘셉트도 여전했다. 여행을 떠나는 흥분, 여행지에서의 좌충우돌, 함께한 사람들과의 좋은 관계, 이국적인 아이슬란드의 풍광은 언제나 그랬듯 기분 좋은 공기를 품었다. 그래서 금요일 저녁이면 일상처럼 챙겨보게 된다. 기대보다는 믿음에 가깝다. 나영석 PD 사단이 그동안 쉼 없이 굴려온 눈덩이가 이제 시청자들의 시간표에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이다.

나영석 PD는 이번 아이슬란드 편을 소개하며 역대 ‘꽃보다’ 시리즈 중 가장 재밌는 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출연자 전원의 여행 경험이 일반인 평균에도 못 미치는 초보들인데다 기초 영어 회화마저 불가능하다. 즉, 좌충우돌이 예정돼 있다. 게다가 모두들 낙천적이다. 정상훈은 <수방사>에서처럼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하고, 정우는 가장 편한 옷처럼 모두를 감싸준다. 조정석은 순박하고 착하다. 이렇게 뭉친 30대 중후반의 절친에 건실한 막내 강하늘이 합세하니 마치 KBS <1박2일> 촬영을 온 것처럼 즐겁고 신나게 논다. 여행지에서 금세 소년으로 돌아가 버린다.

스스로를 바보라 부르는 이들은 시종일관 경쾌하다. 여행의 스트레스가 없기에 제작진이 마련한 여러 함정과 계획은 쓸모없어졌다. 자동차 렌트부터 숙박까지 기대했던 혼란 없이 예상보다 싸게 좋은 방과 차를 얻는다. 길을 잘 못 찾아도 괜찮고, 날씨 탓에 일정이 꼬이는 것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암스테르담 경유를 포함해 25시간의 비행 끝에 피곤할 법도 한데 날카로워지지도 않는다. 첫날밤 묵을 숙소 예약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긴장하거다 다투지 않고 핫도그를 몇 개까지 먹을 수 있는지를 놓고 수다를 떤다.



겉으로 보면 기존 시리즈와 달라진 것이 아무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쓰리스톤스’의 유쾌함은 이번 시리즈를 기존의 감성적인 나영석 PD 사단의 코드와는 조금 다른 소소한 여행으로 이끈다. 1시간 반이란 짧지 않은 방송 시간을 채우고, 그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들던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청춘’이란 두 글자에 얹었던 감성이 예전만큼 드러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는 우울, 고독의 여행지로 알려졌지만 출연진은 여행지에서 겪는 어려움이나 미션도 잘 느끼지 못하는 판이다. 중년의 청춘을 찾아 나선 페루 편이나, 청춘이란 날 것의 정서가 가득했던 라오스 편과 비교하면 아이슬란드 편의 청춘에는 가슴을 건드리는 설렘이나 고백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렇게 감성과 의미부여를 줄이면서, 조미료를 배제한 듯이 소소하고 담백한 여행이 됐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청자들이 이들의 여행을 지켜보지만 나눌만한 이야기 거리(여론을 일으킬 만한 이슈)가 특별히 없다. 떠나고 싶게 만드는 여행의 설렘에 불을 지피는 화력도 이제 익숙해져서인지 예전만큼은 아니다. 대개는 이럴수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에 자극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아이슬란드 편은 오히려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만들어 감성을 주입하는데 애써 노력하지 않는다. 예능 문법에 맞는 출연자간의 포지셔닝 만들기도 적극적이지 않다.



대신, 황량하고 이국적인 아이슬란드의 풍광처럼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여행의 설렘을 주조하고 청춘의 공감대를 드높이기보다 출연자들의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꽃보다 청춘>이 추구하는 바를 시청자 대부분이 알고 있으니 양념 없이 편안하게 보여준다고 할까. 일종의 느림의 미학과 맞닿아 있다.

이런 차원에서 아이슬란드 편은 계속 지켜보고 싶은 소소한 재미가 있다. 사람 좋은 출연자들이 그 첫 번째 이유다. 그런데 청춘이란 정서적 공감대를 말 많고 장난을 좋아하는 멤버들로 치환하고 나영석 사단의 전매특허인 스토리텔링이 약화된 여행이 과연 시청자들의 이탈을 끝까지 막고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느 정도 과잉된 감성 또한 나영석 사단의 특징인 점을 생각하면 꽤나 크게 달라진 변화다. 가보지 않은 길이다.

이러한 저자극의 여행예능이 과연 잘 마무리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은 이들의 여정에 어디까지 함께 관심을 갖게 될지 그 앞날은 변화무쌍한 아이슬란드의 날씨에 놓인 것 같다. 한마디로, 여성 시청자들의 관심보다 남성 시청자들의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여행이다. 담백하고 소소한 재미를 추구하는 여행이 과연 정서적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을지 달라진 나영석 PD 사단의 이번 여정을 지켜봐야 할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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