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함께’ 김숙·윤정수 커플이 매력적인 두 가지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방송가에 가장 핫한 듀오는 김숙과 윤정수다. 관례상 보통 남자 먼저 소개하지만 (물론,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이다) 이들 만큼은 윤정수와 김숙이 아니라 김숙과 윤정수라 소개해야 한다. 이 듀오는 현재 방송 설정으로 맺어진 ‘쇼윈도 부부’ 콘셉트를 캐릭터화해 여러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본진이라 할 수 있는 JTBC <님과 함께 시즌2 – 최고의 사랑>은 전회 대비 1.5%나 상승한 6%대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제 윤정수가 목표 시청률 공약으로 내걸었던 실제 결혼까지는 약 1%만 오르면 된다.

사실, 이번 주 방송이 매우 특별하다거나 둘 만의 ‘쿵짝’이 터진 건 아니었다. 이번 주는 가상 연애 결혼 프로그램의 단골 레퍼토리인 지인 초대 시간을 가졌다. 김숙과 윤정수는 황석정을 만난 자리에서 박수홍과의 즉석 소개팅을 주선했다. 박수홍과 황석정이 기존 가상연애 프로그램의 기둥인 로맨스를 책임졌다면, 쇼윈도 부부는 몰입도 높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앉아서 티격태격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뻔하디 뻔한 가상 연애 콘셉트 예능에서 김숙과 윤정수 커플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못생기고 뚱뚱한 자학적인 코미디도, 예쁜데 반전 매력이 있는 모습도 아닌 낯설고 신선한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 김숙의 존재다. 파산한 남자와 그를 챙기는 건실한 여자라는 만남 자체부터 고정관념을 비틀고 시작했다.

김숙은 작은 몸에서 나오는 걸걸한 웃음소리로 남녀 모두에게 깊게 뿌리박힌 성역할을 분쇄한다. ‘남자면 집에서 조신해야 살림이나 할 것이지’, ‘어디서 남자 목소리가 담장 밖을 넘어’ 등의 멘트와 함께 별 것 아닌 듯 내뱉은 ‘돈이야 까짓것 내가 벌면 되지’는 가부장적 여성이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든 결정적인 한마디였다. 김숙의 태도는 남성성을 강요받고 자란 남성들에게도 신선하고, 수동적인 역할과 관계가 익숙한 여성들에게는 묘한 해방감을 주었다.



둘째는 전복의 코미디다. 김숙의 캐릭터처럼 이 부부는 너무나 익숙해진 가상 연애 예능을 180도 뒤집는다. 우선 대리만족을 주는 선남선녀의 연애 판타지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고 실제인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데 관심이 없다. 오히려 쇼윈도 부부 콘셉트로 그동안의 가상 커플들과는 정반대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존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성패는 시청자들이 설정에 몰입할 수 있도록 얼마나 그럴듯한 판타지를 제공하는지가 중요했다. 그런 다음 리얼리티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출연자의 방송 밖 모습을 프로그램 안에 조각조각 끌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 부부는 시청자들에게 우린 가상 부부라고 말하면서 시작한다. 타 방송에서도 이 관계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아무렇지 않게 언급한다. 바로 이 지점이 김숙과 윤정수의 즐거운 코미디가 전국민 응원 프로젝트로 승화된 포인트다. 실제 자신의 캐릭터로 등장해 가상 연애가 방송 설정임을 만천하에 알리고, 로맨스라기보다 방송을 소화하며 친분을 쌓아간다. 방송임을 누누이 상기시키는 데서 오히려 현실감이 생기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진짜가 됐다.

이제 이 부부는 로맨스의 대리만족을 제공하는 대신 결말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쪽대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시청자들은 앞으로 이들이 진짜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몰입한다. 윤정수의 절친한 형으로 등장한 박수홍의 말처럼 간 김에 결혼까지 바라게 된 것이다.



박수홍은 젠틀한 이미지를 깨고 “정수야, 덮쳐버려”라는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윤정수가 예전에 자신이 가상 결혼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다면 임신시켜서 진짜 결혼할 거라고 했다”며 대국민 사기극 안 만들려면 빨리 잉태해서 결혼하라고 종용했다. 돈 거래는 가족과도 안 하는데 이 둘이 정말 결혼한다면 1억1천을 바로 입금하겠다는 호언까지 했다. 가상 부부 프로그램에서 방송으로 그러지 말고 실제로 결혼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더 집중하게 되는 아이러니다. 그런데 부부의 리액션이 모호하다. 둘의 쿵짝을 바라보는 것도 재밌지만 바로 이런 점들이 시청률을 치솟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숙과 윤정수는 판타지와 가상연애의 끝에서 리얼리티를 불러들였다. 방송 설정을 노출 콘크리트 건물처럼 시원하게 보여주면서 기존 가상 연애 프로그램들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러면서 결국 가상 연애 프로그램이 추구하는 현실과 방송의 경계가 모호한 지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수많은 시청자들의 염원까지 담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이 드라마의 결말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가상 연애 프로그램은 판타지를 넘어서고 현실에 살아 있는 이야기가 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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