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나’ 제작진에게 이걸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제 7회를 마친 JTBC 예능 <마리와 나>는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탔다. 주말예능으로 편성해도 무방한 화려한 출연진의 역할 배분, 캐릭터 형성, 그리고 방송의 근간인 펫시터 설정과 그들이 모여서 하룻밤 하나의 가족을 이루는 ‘마리네 집’까지 시청자들과의 상호탐색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된 단계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지금 <마리와 나>가 올라탄 궤도가 과연 잘 가고 있는 것인지, 맞는 길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반려동물 예능 프로그램이 시작했을 때 흥미로웠던 것은 강호동의 변신과 동물을 귀엽게만 전시하지 않은 데 있었다. 김노은 PD의 말대로 강호동은 과거에 보여줬던 소리 지르고 과장해서 웃음을 주는 모습이 아닌 동물들과 지내며 아빠 같은 편안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분명히 어필했다. 아기 고양이를 덩치 큰 강호동이 사랑스러워하는 모습은 이 프로그램의 매력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반려동물을 길러본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가장 설레고 즐거웠던 때를 떠올리며 강호동의 모습에 공감하고 빠져들 수 있었다. 토토 이후 비숑 스톤까지 강호동에게는 계속해서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을 붙이다 보니 점점 익숙해져서 그렇지 말이다.

<마리와 나>는 반려동물을 잠시 맡아주는 펫시터의 개념을 차용해 방송의 골격을 만들면서 새로움을 창출했다. 관찰형 예능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동물과의 우정과 교감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매주 새로운 동물 친구들을 데려와 해당 동물을 기르는 다양한 정보와 매력을 소개해 흥미를 유지하고자 했다. 수년째 반려동물 관련 콘텐츠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TV동물농장’이 매주 새로운 아이들을 선보이면서도 꾸준한 단골을 보유한 전략과 비슷하다. 여기서 핵심은 스토리의 중심을 컨트롤이 불가능한 동물이 아닌 출연자로 잡았다는 데 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마리네’와 교감하고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전략에는 반려동물 콘텐츠이기에 교감이란 측면에서 짧은 호흡으로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점이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염려도 있었다. 강호동과 1회에 등장했던 아기고양이 토토의 우정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하는 아쉬움과 같은 종류의 것들이 그렇다. 시청자들과 교감하고 함께해야 하는 관찰형 예능인데 매번 달라지는 게스트(반려동물)와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과연 가능할지는 의문이었다.

<마리와 나>가 그 이후 보여준 모습과 방향에서 염려는 현실이 됐다. 이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지켜보게 만든 강호동에게서 이 프로그램의 문제 또한 드러난다. 그는 메인MC답게 무지 노력한다. 동물들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투정을 부린다. 시범을 보이면서 몸개그를 시전한다. 그리고 다른 출연자들과 마찬가지로 의뢰인으로 부탁받은 미션에 몰두한다. 이번 주에는 비숑의 주식인 리코타치즈를 요리 초보 강호동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 먹였다. 다른 출연자들도 마찬가지다.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추억을 남기기 위한 사진을 찍는다. 사람의 입장에서 생일잔치를 하고 캠핑을 떠난다. 계속된 미션과 추억남기기로 들어간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점이, 기존 예능 문법이 점점 치고 들어오는 점들이 처음에 <마리와 나>에 가졌던 흥미 요소들을 아예 사라지게 만들었다.

반려동물과의 교감이 이렇게 단순하고 피상적인 미션 해결로 진행되는 건 출연자와 동물, 시청자와 동물이 정을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콘셉트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의 일상을 파고들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이들이 동물과 만나서 생활하는 게 일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근원적인 이유로 더 이상 동물과의 교감을 마련하는 게 힘들어지자 귀여움을 전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가장 큰 변화는 카메라가 동물들에게서 출연자들에게로 급격히 넘어온 것이다. 동물들 때문에 모였을 뿐 그냥 놓고 보면 야외에서 군고구마 나눠먹으며 수다를 떠는 일반적인 리얼버라이어티와 다를 바가 없다. 공략대상과 실제 가장 높은 시청자들이 30~40대 여성이라 그런지 매번 바뀌는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을 포장하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강호동과 심형탁, 아이콘까지 출연자들의 귀여움을 부각한다. 여성 출연자도 없다.

결정적 장면은 강호동과 한빈이 ‘무식함’을 놓고 자존심 대결을 펼칠 때다. 초대 대통령이 누군지, 국가 수도 맞추기부터, 포유류, 파충류 논란까지 상식 퀴즈를 통해 아직 방송을 자연스럽게 잘 풀어가지 못하고 있는 아이콘의 멤버 한빈을 순진무구한 바보 캐릭터로 잡는다. 행동이 보는 입장에 따라 귀엽긴 하다. 무인카메라에 당황하고 토끼에게 관심받기 위해 당근송을 부르니까. 그런데 지금 천하의 나영석 PD도 <꽃보다 청춘>에 바보, 순진, 천진이란 키워드를 내던졌다가 매회 1%씩 빠지는 시청률에 급하게 다시 아프리카로 떠났다.

지금 <마리와 나>는 반려동물과의 교감이란 기획 의도만 던져 놓고 실제로는 다양한 동물들과 남성 출연자들의 귀여움을 전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상이 예능의 화두가 된 시대에 반려동물을 키워드로 삼은 <마리와 나>에 기대한 것은 동물들의 귀여움, 아이콘의 매력이 아니라 동물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쌓는 교감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청자들은 그런 공감을 원했다. 이 프로그램의 타겟은 여성이 아니라 실제 반려동물을 기르는 시청자들이어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공감은 이런 종류의 전시가 아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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