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강동원 화보집 ‘검사외전’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흥행은 시켜드릴게” 영화 <검사외전>을 보고 나왔을 때, 귓전에 이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영화는 흥행의 요소가 잘 버무려져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엄청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체 스크린 수의 70%에 달하는 1770여개의 스크린에서 이 영화를 상영하는 시장의 횡포가 개입되어 있다. 흥행이 된다 싶은 영화를 지나칠 정도로 밀어주어, 관객들에게 다른 영화를 볼 기회를 빼앗는 것은 분명 독점자본의 횡포이다. 이에 대한 지적은 따로 있어야겠지만, 여기서는 이 영화가 지닌 흥행요소의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 얄팍하게 설계된 사회고발극

우직하지만 폭력적인 검사 변재욱(황정민)은 수사 도중 피의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징역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교도소에서 법률상담을 해주며 ‘범털’로 수감생활을 해나가던 변재욱은 사기전과 9범의 한치원(강동원)을 만나 자신이 누명을 썼음을 확신하게 된다. 변재욱은 한치원을 행동대장으로 삼아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고, 누명을 씌웠던 우종길(이성민)에게 복수하려 한다. 검사의 가혹행위로 피의자가 사망하여 검사가 처벌된 사건은 실제로 있었다. 영화는 2002년도 홍경령 검사 사건을 소재로 삼는데, 이 사건은 영화 <야수>를 통해서도 변주된 바 있다.

영화는 복수극, 법정극, 사회고발극의 외양을 띤다. 특히 철새 도래지에 리조트를 건설하려는 토건회사가 깡패들을 교육시켜 환경운동 단체인양 위장하여 시위대로 침투시킨다는 것은 섬뜩한 고발이다. 위장 침투한 깡패들은 경찰에게 쇠파이프를 휘둘러, 습지개발 반대를 주장해 온 환경단체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킨다. 여론의 역풍으로 환경운동이 궤멸된 상태에서 토건회사는 간단하게 개발에 착수한다. 이는 모든 운동들이 경계해야 할 자본의 역공작을 폭로하는 것이다.

또한 토건회사와 결탁하여 뒷돈을 챙겨온 우종길(이성민) 부장검사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여 유세를 펼치는 모습은 마침 현실의 선거철과 겹치면서 신랄한 풍자로 느껴진다. 학연과 지연으로 공고하게 연결된 검사사회와 그들의 출세욕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사법부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이들의 비리와 유착을 보는 것은 씁쓸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검사외전>이 복수극, 법정극, 사회고발극의 측면에서 아주 잘 만들어졌다고 평가하긴 힘들다. 가령 <내부자들>과 비교해보더라도, 치밀함이 한참 떨어진다. 갈등을 겉핥기식으로 보여주고, 해결은 손쉽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극적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영화가 독창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보는 내내 <쇼생크 탈출><부당거래><성난변호사> 등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더구나 최근에 많이 만들어진 기득권의 비리를 고발하는 영화들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문제, 즉 악인이 응징된다고 해서 사회 시스템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을 이 영화에서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변재욱의 복수로 우종길은 몰락하지만, 우종길을 제거하는 주체는 기회주의자 양민우(박성웅)이다. 그는 우종길의 밑에서 호시탐탐 스타검사가 될 기회를 엿보던 자로, “모래시계 검사 아시죠?”라는 한치원의 한 마디에 넘어가 우종길 제거에 앞장선다. 복수의 쾌감은 있지만, 우종길의 자리에 양민우가 놓인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감독이나 관객이나 그걸 모르는 이는 없다. 복수극의 지향점이 사회정의는 아니라는 것을 영화가 솔직하게 자인하는 셈이다.

<검사외전>은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거대담론을 품은 영화가 아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복수극, 법정극, 사회고발극의 면모는 그저 장르일 뿐이고, 게임을 보는 듯한 쾌감을 제공할 뿐이다. 그나마 그 쾌감도 상당히 얕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영화의 흥행요인을 복수극, 법정극, 사회고발극의 측면에서 찾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검사외전>의 진짜 재미는 따로 있다. 정사가 아닌 외전을 표방한다는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는 정공법이 아닌 곁가지에서 진짜 재미를 추구한다.



◆ 강동원 화보 창고 대방출

영화 <검사외전>의 진짜 재미는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처음에는 황정민·강동원의 버디 무비로 소개되었다. 황정민은 <부당거래><신세계><베테랑><히말라야> 등에서 연하의 남자 배우와 케미가 남달랐고, 강동원은 <의형제><군도><검은 사제들> 등에서 연상의 남자 배우와 케미가 돋보였다. 따라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남-남 케미스트리가 과연 어떠할지 기대가 모아졌다.

하지만 막상 영화에서 두 배우가 합을 맞추는 장면은 별로 없으며,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그 보다 두 배우는 따로 놀면서, 각자 자신의 매력을 어필한다. 그런데 황정민의 경우 최근에 비슷한 이미지의 배역을 연달아 맡았다. 가령 <베테랑>의 형사 캐릭터와 <검사외전>의 검사 캐릭터는 변별되지 않는다. 연기를 무척 잘하는 배우이지만, 반복되는 이미지로 인해 식상한 느낌이 강하다.



반면 강동원은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리며 독자적인 매력을 내뿜는다. 강동원은 데뷔초기 <그녀를 믿지 마세요> <늑대의 유혹> 등 로맨틱 코미디에서 발랄한 꽃미남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후 다양한 영화에서 연기의 폭을 넓히면서 진중한 이미지를 굳혀나갔다. <형사: 듀얼리스트><그놈 목소리><의형제><초능력자><군도><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은 낮게 가라않은 목소리와 서늘한 표정을 유지하였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에게서 밝고 다양한 이미지를 보고 싶어 했다. 만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해맑은 얼굴과 모델출신답게 길쭉한 팔다리가 돋보이는 과감한 패션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팬들은 영화의 서사를 감상하는 것과는 별도로 ‘도포를 입은 강동원’,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 등 패션놀이를 즐기며, 남-남 케미스트리를 통해 상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팬픽’을 구상해보곤 했다. 그런데 <검사외전>에서는 ‘죄수복 입은 강동원’, ‘슈트 입은 강동원’, ‘가죽점퍼 입은 강동원’ ‘안경 쓴 강동원’, ‘끼 부리는 강동원’, ‘막춤 추는 강동원’, ‘키스하는 강동원(흐미)’, ‘얻어맞는 강동원’, ‘사기 치는 강동원’ 등을 창고 대방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귀했던 강동원의 이미지들이 화보집처럼 펼쳐진 가운데, 관객들은 포만감을 느낀다. 마치 강동원을 닮은 정준영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노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데, 이번엔 진짜 강동원인 것이다. 그가 온갖 귀여움과 잘생김을 흩뿌리며 깨춤을 추는데, 이를 큰 화면으로 보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강동원의 연기는 다소 들떠 있고, 진짜 사기꾼이라고 하기엔 뭔가 가볍고 어설퍼 보인다. 그런 사기에 의해 그 많은 검사들이 모두 속는다는 설정은 너무 빈틈이 많고 비현실적이지만,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어차피 영화는 중반이후 진지한 리얼리즘 고발극임을 포기하고, 오로지 강동원의 유쾌한 사기극을 원맨쇼로 펼치며 코미디를 향해 나아가니까.

영화는 전체적으로 식상한 요소들이 불균질하게 결합되어 있는 형국이지만, 그런대로 매끄럽게 흘러간다. 영화가 품고 있는 수많은 빈틈을 메운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개인기 퍼레이드를 펼치며 매력을 방출한 강동원은 물론이고, 황정민, 이성민, 박성웅의 안정적인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십분 끌어 올렸다. 특히 그동안 주로 악역으로 등장했던 박성웅이 보여주는 ‘귀엽게 속보이는 허당’의 매력은 영화의 후반부를 강하게 지탱한다. 말할 것도 없이, <검사외전>을 키운 것은 팔 할이 배우다. 그리고 그중 절반의 공은 강동원에게 있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검사외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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