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민·이성민·박성웅은 왜 이렇게 영화에 자주 나올까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영화 <검사외전>을 보면서 수많은 자잘한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중 대부분은 질문이 떠오르는 즉시 답이 나왔는데, 그렇다고 그 질문이 의미가 없었던 건 아니다.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이성민, 황정민, 박성웅은 왜 이렇게 자주 나오는가?

아까도 말했지만 답은 쉽게 나온다. 그들은 모두 실력있는 좋은 배우들이니까. 하지만 영화가 몇 편 나오지도 않는 한국에서 겹치기 출연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고 그들이 모두 3,40대 아저씨들이라면 한 번 이 수요에 의문을 던져볼 수밖에 없다. 왜 한국영화에서는 고만고만한 성격의 3,40대 아저씨 캐릭터들이 그렇게 많은가?

왜 이렇게 여자들이 적은가, 그리고 나오는 여자들은 왜 하나같이 그 모양인가.

답은 ‘그럴 수도 있다’다. <여고괴담> 시리즈에 남자 비중이 높으면 이상할 것이고 <제17 포로수용소>나 <빠삐용>에 남자들만 부글거리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한쪽 성이 쏠리는 곳이 무대인 영화는 얼마든지 있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검사외전>은 교도소와 한국 정치판이 무대이므로 당연히 남자들의 비중이 높다. 억지로 관대해진다면 그 모양 그 꼴인 여성 캐릭터들의 모양은 강동원 캐릭터에 종속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보자. <여고괴담> 영화들은 대부분 여자들이 많은 세계의 특수성을 인식한다. 포로수용소 영화나 감옥 영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검사외전>에서는 그런 특수성의 인식이 거의 없다. 남자들이 지나치게 많은 세계를 그린 것 자체는 문제가 없는데, 자연스럽게 그걸 당연시여기고 그 분위기 안에 빠져 버리는 것이다. 영화는 자신이 그리는 세계가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인식하지만 그것의 큰 그림을 멀리서 조망하지 못한다.



왜 이렇게 다들 ‘개저씨’들인가

그거야 ‘개저씨’들이 부글거리는 세계를 비판하는 영화니까 그렇지. 그리고 주인공이 고결하고 결백하기만 하다면 무슨 재미일까.

답이야 술술 나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오는 모든 남자들이 ‘개저씨’여야 할 이유는 여전히 없다. 그리고 <검사외전>은 특별한 예외가 아니라 ‘개저씨’들이 부글거리는 최근 한국 영화 유행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이 연기하는 폭력 검사 캐릭터는 <베테랑>에서 그가 연기한 형사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인물로, 그는 고만고만한 한국 남성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와 공감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무리 뒤에서 후회하는 척 해도 이 디자인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이게 당연시된다면 우린 진짜로 걱정을 해야 한다.

누군가가 천식으로 죽었다면 부검을 통해 밝힐 수 있지 않을까?

이건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여기저기 물어봤다. 한마디로 영화 속 상황은 있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 정도로 증상이 심하면 부검에서 드러나고 네뷸라이저는 의사의 처방기록이 남는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도 알고는 있었을 것이다. 단지 그냥 얼렁뚱땅 넘긴 것이다. 허구의 공간은 이야기에 맞추어 현실 세계를 왜곡시킨 곳으로 종종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단지 어디까지를 허용하느냐에 따라 만든 사람들의 성실성이 드러난다. 천식 설정은 의학지식이 빈약하기 짝이 없는 나 같은 관객들도 단번에 수상쩍다고 생각했으니 허약하기 짝이 없는 설정이다. 그리고 이건 치밀한 스릴러이자 복수극에 대한 기대를 깨트린다.

이는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넘어간다.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검사가 사기꾼의 도움을 받아 복수와 명예회복을 노린다는 설정의 영화가 왜 이렇게 엉성하고 머리를 쓰지 않는가?

답은 딱 그 정도가 한계인 사람들이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한계란 대부분 보기보다는 유연하다. 기대치와 요구가 높으면 개인의 한계라고 여겨졌던 것들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검사외전>이 딱 여기에서 멈춘 건 적당히 인기있는 스타를 캐스팅해서 적당히 카타르시스를 주는 영화를 만들어 대규모 상영관으로 밀어 붙이면 관객이 들 거라는 믿음과 흥행공식이 있었고 그에 맞추어 추가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검사외전>의 흥행을 보면 그 계산은 씁쓸하게도 정확하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검사외전>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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