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관심만큼 논란도 많은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이번엔 치킨 들고 입소다. MBC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이 벌써 4번째이지만 매번 입소할 때마다 나오는 해프닝. 여행 가듯 커다란 트렁크를 들고 와 인솔 조교를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고, 군대와는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 시작부터 험난한 군 생활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엔 한 술 더 떠 치킨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전효성의 팬들이 새벽같이 나와 그녀를 배웅하고 닭다리 하나라도 먹고 들어가라며 치킨을 건네준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입소가 채 10분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 그것을 먹을 시간이 없었을 전효성을 왜 제작진은 방치한 것일까. 그렇다고 팬이 준 치킨을 버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그걸 들고 조교 앞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당연히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 장면이 예능적으로 재미있을 거라 판단했을 수 있다. 늘 입소할 때마다 벌어졌던 해프닝 중 하나가 아닌가. 그러니 입소자가 치킨박스를 들고 있고 그걸 본 조교가 황당해하는 표정은 예능의 웃음 포인트로서 최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기까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치킨 입소’를 향후 군 체험을 하는 동안 전효성의 꼬리표로 만들어낸다.

예고편을 통해 잠깐 드러난 것일 뿐이지만 전효성이 체력 측정 같은 걸 받으며 힘겨워 할 때 뒤에서 조교가 “치킨 생각 나나?”하고 일갈하는 장면이 흘러나온다. 이 한 차례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던 치킨 입소가 전효성에게 지속적인 꼬리표가 되는 모습은 더 이상 모두가 웃을 수는 없는 일이 되어버린다.

화살은 다시 입소할 때 치킨을 준 팬에게 날아가고, 사실은 안티팬이 아니냐는 식으로 부풀려진다. 왜 하필이면 치킨이냐는 얘기가 나오고 마지막 협찬에 치킨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은 이 장면 자체가 협찬을 통한 조작이 아니냐는 얘기로까지 비화된다. 나아가 이런 논란 자체를 제작진이 몰랐을 리 없다며 일종의 노이즈를 통한 관심 끌기가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렇게 치킨 하나가 일파만파로 소설 같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까닭은 당연히 관심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은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의 번외편처럼 시작했지만 항상 본편보다 시청률도 화제성도 높은 효자 아이템이 되었다. 남자들의 군 생활은 반복적으로 보여지다 보니 자극으로 가지 않으면 더 이상 주목받기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여자들의 군 생활은 다르다. 작은 강도로도 효과는 훨씬 크다. 게다가 ‘여군특집’은 여성 시청자들도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되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다. ‘여군특집’이 시작하자마자 <일밤>이 주말 예능 시청률 1위를 탈환한 건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높은 관심만큼 훨씬 더 주의가 필요한 ‘여군특집’이다. 위병소 앞에서 치킨 때문에 한바탕 해프닝을 치르는 정도에서 멈췄다면 괜찮았을 수 있다. 뒤에 예고편에 나온 장면은 편집해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강조해 자극적인 재미의 소재로 삼았다.

사실 이런 부분은 소소해 보여도 리얼이라고 얘기하는 <진짜 사나이>에게는 치명적인 결함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네 차례나 방영됐으면 적어도 입소하는 이들이 어떤 걸 피해야하는 지 정도는 알 때가 되지 않았을까. 치킨 들고 입소하는 장면은 그래서 제작진들은 재미의 요소라고 생각했을 수 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리얼하지 않다고 여겨질 만한 내용일 수 있다. 팬이 있는 연예인에게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해프닝이지만 그걸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었을까.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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