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나이’, 어쩌다 전효성 통닭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일밤-진짜 사나이>가 다시 한 번 필승카드를 꺼내들었다. 벌써 네 번째 여군특집. 예쁘고 화려한 여자 연예인들은 연예인들이 한 순간 군인이 되면서 겪는 혼란과 이를 극복해나가는 성장을 다루는 <진짜 사나이>의 설정을 가장 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는 도화지다. 출연자 입장에서도 물리적, 정서적으로 민낯을 보여주며 새로운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훌륭한 무대다. 폭발적인 응답으로 신화가 된 혜리를 보듯, 단 며칠의 입소로 인생이 바뀔 수 있기에 모두가 노리는 티오다.

네 번째에 이르면서 세팅은 끝났다. 캐스팅은 다음과 같은 공식에 입각해 반복된다. 김성은처럼 슈퍼맘의 모습을 보여줄 멤버, 이채영처럼 인간적인 매력과 에이스의 자질을 가진 성실한 연기자, 공현주처럼 로맨스를 간직한 멤버, 개그와 오락반장을 책임질 김영희, 예능 대세이자 엉뚱함으로 폭발력을 갖춘 외국인 멤버 차오루, 그리고 제2의 혜리를 꿈꾸는 여 아이돌들. 그 외에는 이미지 변신이 필요한 예쁘고 몸매 좋은 출연자들로 채워진다.

그리고는 군입대를 준비하는 과정들도 공식에 따라 이어진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지원서를 쓰고 짐을 싸는 모습, 체력 훈련 등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1차적으로 드러낸다. 눈물 또한 빠질 수 없다. 이채영처럼 오글거려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군입대의 긴장감과 가족과의 애틋한 이별을 그리며 새롭게 태어나길 다짐한다. 물론 그 다짐에는 진정성이 있다. 다시 한 번 혜리의 사례를 상기하자.

그리고 군입소날 아침, 시간 엄수를 위한 긴장감이 넘친다. 그래도 몇몇은 꼭 지각을 하고, 군필자들이 보기엔 상식에 맞지 않는 상황이 펼쳐진다. 그리고 조건반사와 같이 군대의 무서움을 맛보기로 보여준다. 이번 여군 특집의 핫바디 8명을 재치고 가장 핫하게 떠오른 ‘모닝 통닭’ 사건처럼 오해와 무지에서 오는 상황들을 통해 이들의 앞날이 매우 험난함을 보여준다. 조금만 더 경황이 있었다면 팬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으니 동행한 매니저나 방송 스태프에게 맡겼으면 될 일이기도 했고, 실제 군대였다면 이미 지적받은 마당에 내무반까지 통닭이 들어갈 일은 어떤 경우도 없을 일이다.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한 일이지만 방송 분량으로(혹은 분량을 위해) 튀겨지면서 왈가왈부가 벌어졌다.



이런 사건마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사실 군대의 엄격함을 바란다기보다 몇 번의 반복을 거치면서 군대에 대한 무지와 오해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재미를 기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우린 이제 너무 잘 안다. 제식훈련부터 각개전투를 비롯한 같은 군사 훈련들, 체력 훈련, 그리고 화생방 훈련 등등이 펼쳐질 것이고 민낯의 여군들이 식판의 ‘짬밥’이 너무 맛있게 먹는 소탈함은 매뉴얼이다.

이렇게 김성은의 팔에 붙은 판박이처럼 모든 게 똑같이 흘러가지만 여군 특집은 시청자들이 지겨워하기는커녕 시선을 주목하는 필승카드다. <진짜 사나이>와 오늘날 시간을 버텨온 관찰형 예능이 가진 ‘캐스팅 예능’의 특성 때문이다. 캐스팅이 바뀌면 모든 것이 리셋된다. 시청자들은 똑같은 상황을 마주하지만 새로운 인물에서 새롭게 흥미를 느끼고 기대를 갖는다. 인물이 바뀌면 반복이라 느끼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장수 관찰형 예능들이 설정이 아니라 캐스팅으로 환기를 시킨다. 관찰형 예능의 대부격인 <나 혼자 산다>는 예능인들 위주로 시작해 잘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을 찍고, 웹툰 작가들까지 캐스팅의 다각화로 승부를 보는 중이다.

<진짜 사나이>도 군대라는 특수 공간에 대한 새로움으로 시작했지만, 지속가능성과의 끝없는 생존 전투 끝에 이제는 인물로 관전 포인트가 바뀌었다. 그 기세등등하던 쿡방이 새로운 셰프를 더 이상 발굴하지 못하면서 기세가 빠지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진짜 사나이>는 같은 대본 속에 새로운 인물을 쉼 없이 데려옴으로써 활력을 어느 정도 유지한다.



이제는 군생활이 아니라 새로운 출연자의 군 체험을 보는 재미다. 따라서 멤버의 교체주기는 점점 더 짧아지고, 멤버간의 호흡 또한 점점 더 부수적으로 변하고 있다. 팀워크보다 누가 등장했는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수로와 서경석 이하 멤버들로 구성된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멤버들은 수평적인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각개전투인 여군특집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새로운 인물에 익숙해지면 흥미는 빠르게 식는다.

캐스팅이 지금까지 찾아낸 최적의 변화이고, 지속가능성의 길인 것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반복을 통한 생존은 기존의 파이와 기대치를 점점 더 줄여가며 가늘게 유지하는 방향이란 점이다. 한계치가 정해진 현상 유지가 목표다. 빠르게 바뀌는 트렌드를 잡아나간다기보다 최대한 유예하는 방식이다. 예능이 박수를 받으며 끝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별것도 아닌 통닭이 논란을 일으키는 것처럼 <진짜 사나이>를 향한 삐딱한 반응들이 존재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이제 새로운 출연자의 본격 소개는 다음 주로 끝난다. 그런 다음 여군특집4는 <진짜 사나이>의 긴 여정에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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