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왜 잘 나가던 ‘아빠 어디가’의 발목을 잡았나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결국 벌어질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제작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다름 아닌 중국 광전총국의 조치 때문이다. 광전총국이 새로 발표한 미성년자의 리얼리티쇼 출연에 대한 제한령에는 ‘예능 프로그램과 언론 보도에서 스타의 자녀를 포장하거나 상황을 조작해서는 안 되며, 가족이 함께 출연하는 프로그램 제작을 줄이거나 황금시간대 편성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어떤 식으로든 발목이 잡힌 셈이다.

사실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며 중국 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때부터 많은 이들이 동시에 불안감을 표명했었다. 지금껏 광전총국이 해왔던 행보를 보면 그 불안감의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아빠 어디가>의 성공으로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포맷 수입이 급증하자 광전총국은 방송사가 리메이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수를 1년에 한 편으로 제한하는 제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결국 포맷을 수입해 가고도 리메이크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더 불안한 느낌을 줬던 부분은, 처음이야 스타와 스타 자녀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지만 그것으로 인해 생겨날 상대적 박탈감이나 위화감 조성 등의 위험성이 이 프로그램에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아빠 어디가>가 가끔씩 보여주곤 했던 집안 내부의 모습을 중국판 <아빠 어디가>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유하게 사는 스타들의 집이 공개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

흥미로운 건 제한령에 들어있는 ‘스타의 자녀를 포장하거나 상황을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아빠 어디가> 같은 육아예능에 들어가기 마련인 자막을 편집을 통한 스토리텔링에 대한 불편함이 들어가 있다. 어떤 면에서는 미화되는 면도 있고 때로는 논란을 양산하기도 하는 것이 리얼리티쇼의 자막과 편집이다. 다른 이들도 아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 자막과 편집의 영향은 더 심각하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중국이 어떤 조치를 내리건 그건 그네들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이 중국판 <아빠 어디가>에 내려진 ‘제한령’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연 우리의 육아예능은 괜찮을까 하는 점이다. <아빠 어디가>는 그나마 아빠와 아이들이 집을 떠나 여행을 하는 콘셉트다. 그러니 그 일상을 통한 비교점이나 상대적 박탈감, 위화감은 상대적으로 덜 할 수 있다. 하지만 집에서의 일상을 관찰하는 우리네 육아예능들은 상황이 다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거기 등장하는 귀여운 아이들과 슈퍼맨 아빠들이 평범한 우리네 아이들과 서민 아빠들을 좌절시킬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국이 우려하는 아이들이 나오는 방송이 가진 조작과 과장의 폐해는 해당 아이들에게 큰 악영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리얼리티쇼는 말 그대로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다는 뜻이다. 거기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나이여야 훗날 생겨날 수 있는 후유증들을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제재조치에 대해 오히려 국내 육아예능에 대한 비판여론이 생겨나고 있는 건 이런 우려들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중국판 ‘아빠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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