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산다’가 여전히 흥미를 일으키는 방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13년 봄부터 시작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는 이제 친구처럼 친숙한 프로그램이다. <꽃보다 청춘>시리즈처럼 매번 기대를 하게 만들지도, <정글의 법칙>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도 아니지만 찾게 되는 편안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다. 수많은 출연자들이 ‘더 무지개 라이브’를 통해 자신의 공간을 내보였고, 또 데프콘부터 시작해 고정 멤버도 수차례 바뀌었다. 그럼에도 리얼 다큐 형식을 빌린 초창기 관찰형 예능이 지금까지 흔들림 없이 건재한 이유는 ‘일상’과 ‘공감’을 추구하는 예능의 포인트와 재미를 종류별로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 방송분에서는 이러한 재미와 따뜻한 위안을 모두 맛볼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타인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다. 엿본다고 하지만 초대라는 표현이 더 맞다. 우리가 언제 한채아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 예능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던 여배우의 일상에 우리를 초대한다.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들은 가끔 도끼나 이태곤처럼 이질감 느껴지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마저도 별천지 같은 연예인의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엿보는 재미는 ‘동경’에서 비롯되는 게 아니다.

<나 혼자 산다>는 1인 가구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데서 출발했다. 멋지고 잘난 연예인들도 사실 연애나 일, 가족에 대해 우리와 같은 고민과 감정을 느끼고, 밥하고 청소하고 운동하는 생활이 우리와 별 다르지 않는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공감의 포인트였다. 고급 아파트부터 반지하, 옥탑, 원룸 등등 다양한 주거공간에서 살아가는 출연자들이 등장하지만 경제적인 차이를 떠나 모두들 비슷하게 살아간다는 확인이다.

그리고 김동완처럼 특별한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 김용건처럼 자기관리에 강한 사람, 전현무처럼 무척 바쁜 사람, 육중완처럼 조금 느긋해 보이는 여러 유형의 이웃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색다른 삶의 모습에서 활력을 얻는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의 하루를 토닥이고 또 힘을 내게 만든다.



두 번째 재미는 성장과 성공 스토리다. 나와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에서 한층 나아간 정서다. 우리는 <나 혼자 산다>에서 일거리 하나 없이 방바닥을 긁던 밑바닥부터 성층권을 뚫을 기세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 출연자들을 여럿 만났다. 무명 아이돌 강남이 예능 대세로 커가는 과정, 망원 시장의 허름한 옥탑에 월세 살던 육중완이 장가가는 이야기, 마포 재개발 지역 옥탑에 살던 무명 가수가 한류 예능인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우리 이웃이 내 친구가 성공하는 과정을 지켜본 것처럼 뿌듯하고, 또 왠지 모를 대리만족과 희망을 느낀다.

그래서 지난 주 황치열이 16년 지기 고향 친구들을 카메라 앞에 초대해서, ‘촌스럽게’ 노는 모습은 따뜻한 웃음을 짓게 했다. 친구들 앞에서 인기도 확인하고, 촌놈들이라 못타봤을 유람선도 타보고 월미도 놀이동산을 방문하면서 중화권 예능 스타가 아닌 구미 촌놈 황치열로 돌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나름 9년간의 무명 생활을 딛고 이제 막 홈런을 치기 시작한 것도 축하할 만한데 들뜨지 않고 초심을 지키려는 태도에서 흐뭇함과 더 큰 지지를 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성공이 그들만의 행복이 아니란 점이다. 시청자들과 성공의 행복을 함께 나눈다. 나도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위로,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어렴풋이나마 품게 된다. 실제로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어려움 속에서도 잘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방송에 나온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웃과 친구의 일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그들이 힘든 시간을 버티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 이야기로 느껴진다. 단순히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보는 재미도 있지만 무언가 나누고, 또 전달받아, 우리의 삶을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세 번째 재미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예능 요소다. 다음 주 예고편에서 스키장에 놀러간 에피소드가 나왔다. 함께 여행하고 파티를 하는 것은 혼자 사는 콘셉트에 딱히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웃음과 연속성을 준다. 관찰형 예능은 볼거리의 한계에 직면하면 간혹 뻑뻑해진다. 그런데 이런 익숙한 예능 문법을 통해 웃음과 스토리를 뽑아내며 다채롭고 느슨하지 않게 만든다. 캐릭터를 더 확실히 가다듬고, 멤버들 간의 관계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더 부각시킨다.

타인의 삶에서 만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바로 위안이다. 나영석 사단의 작품도 어느덧 스토리텔링과 공감대의 균형을 조정해 공감의 정서를 강조한다. 그런데 <나 혼자 산다>는 예능적 요소와 공감, 그리고 희망을 담은 성공 스토리까지 예능이면, 예능, 공감이면 공감, 그리고 희망의 따뜻한 메시지면 메시지 모두 종합하고 있다. <나 혼자 산다>가 순항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1인 가구의 공감대를 넘어 이웃이 사라진 시대에, <나 혼자 산다>는 이웃의 역할을 대신하는 예능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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