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스터즈’, 잘못된 한국인 입양 판타지는 이렇게 교정되어야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사만다 푸터먼과 라이언 미야모토가 감독한 이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는 SNS 시대의 실화판 <페어런트 트랩>이다. LA에 사는 배우인 사만다 푸터먼이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보고 런던에서 패션 공부를 하는 프랑스인 아나이스 보르디에가 페이스북 친구 신청을 하는데, 그들은 알고 봤더니 생년월일, 출생지 외모가 똑같은 입양인 출신이었던 것이다. 자신들이 쌍둥이 자매라는 것을 확인한 둘은 런던과 LA를 번갈아 방문하고 마지막엔 고향인 한국을 찾는다.

영화를 보다보니 세 가지 정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하나씩 풀어보기로 한다.

우선 영화의 기동력이다. 오해가 있을까봐 하는 말인데, <트윈스터즈>는 결코 대충 만든 영화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의 도입부를 보라. 사만다는 자신에게 쌍둥이 자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된 지 겨우 며칠 뒤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 뒤 사만다와 아나이스에게 일어난 중요한 일들은 모두 카메라에 담긴다. 이 기동력은 사만다가 직업배우이고 다큐멘터리에 필요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연줄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화 만들기가 쉬워졌기 때문이다. 기술도 발달했고 킥스타터처럼 자금을 모을 수 있는 방법도 늘어났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아버지의 캠코더를 들고 영화를 찍는 뚱뚱한 오하이오 소녀가 영화계의 새로운 모차르트가 되는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자세한 건 여기를 http://youtu.be/iSePbQVR284 참고하라.) 아직 코폴라가 예언한 혁명의 시대는 오지 않았다. 하지만 <트윈스터즈>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수필을 쓰듯 자신의 인생과 카메라로 스스로 영화를 만들 때가 가까워진 것 같다.

두 번째는 SNS라는 소재이다. SNS를 다룬 소재의 영화들은 지금까지 꽤 많이 나왔고 그 중엔 재미있는 작품들도 많다. <소셜포비아>, <백설공주 살인사건>,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좋아해줘> 모두 SNS가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단지 이들 세계의 SNS는 대부분 단순화되어 있다. <소셜포비아>와 <백설공주 살인사건>의 트위터는 마녀사냥이 유행하는 야만적인 영토이고, <언프렌디드: 친구삭제>의 페이스북은 집단 따돌림의 현장이다. <좋아해줘>의 페이스북은 비교적 로맨틱한 공간이지만 거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피상적이고 가볍다.



<트윈스터즈>는 SNS는 이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일단 페이스북 영화로 소개되고 있지만 이 영화의 온라인 세계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카이프, 텍스트 메시지로 구성된 복잡한 곳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밝고 유쾌하지만 여기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이 복잡한 곳들을 오가는 동안 영화 속의 SNS는 단순한 도구를 떠나 자체적인 우주를 구축한다. 앞으로 우리가 그릴 영화 속 세계에선 SNS와 그 뒤를 이을 에크놀로지의 우주가 점점 더 비중을 넓혀갈 것이다. 그 때를 대비해 스토리텔링의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이야기꾼의 임무이다.

마지막으로 입양이라는 소재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이 소재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바뀐 건 없다.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이 입양인에 대한 이야기에 서툰 것은 그들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이해하는 대신 스스로의 한국식 죄의식을 투영한 한국식 허수아비를 만든 뒤 그것을 괴롭히는 한국식 나쁜 버릇이 들었기 때문이다.

<트윈스터즈>는 이런 판타지가 잘못되었으며 교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견본이다. 물론 입양인의 고통과 고민은 이 영화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충 짧은 상상력을 동원해 적당히 버무리는 것과 당사자의 입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직접 듣는 것은 전혀 다르다. <트윈스터즈>가 개봉되면서 우리가 들어야 하는 이야기가 하나 더 늘어났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트윈스터즈>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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