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그맨 중에 제일 선배잖아요. 제일 윗사람이 이제 시작하겠다는 애들한테 돈을 받아가면서 교육을 시킨다는 건, 저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당연히 무료로 가르쳐야 된다고 생각하죠. 우리가 뽑는 기간 중에, 하고 싶은 사람 선착순으로 오라고 합니다. 오디션 없어요. 관두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남아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가자고 생각하죠.”

- KBS2 <승승장구>에서 전유성의 한 마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그 장면 그 대사] 기인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보다는 ‘한 발짝 앞서가는 남다른 이’라 칭해야 옳을 개그맨 전유성 씨가 경북 청도 사저에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는 사실이야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숙식 제공의 교육 일체를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는 얘기는 <승승장구>를 통해 처음 접했는데, 윗사람으로서의 당연한 도리라는 그의 말에 가슴 뜨끔할 어르신네들 많지 싶었다. 연장자라고, 뭘 좀 더 안다고 음으로 양으로 어른, 스승, 선배 대접이나 받으려 했던 이들이 솔직히 얼마나 많겠나.

그런 이들과는 달리 전유성 씨는 내내 현장에서 아이디어 뱅크 역할은 물론 대본 작업이며 스크립터까지, 발로 오랜 세월 함께 뛰어온 터라 후배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하나하나 제대로 이끌어줄 선배의 필요성 또한 잘 알고 있기에 치열한 오디션이 아닌 선착순으로 뽑아 가르치고 있는 것일 게다. 더구나 세상이 온통 오디션 열풍이다 보니 당도한 차례대로 가르친다는 선발 기준이 남달리 따뜻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특히 남아 있기만 한다면 끝까지 손을 놓지 않겠다는 스승으로서의 자세는 이름만, 연차만 윗사람이 아닌 제대로 된 어른의 풍모가 아니겠나.

재미있는 건 그의 여러 제자 중 자칭 ‘우주 대스타’, 슈퍼주니어의 김희철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아이돌 멤버 김희철을 MC로 양성하고자 원조 개그맨 전유성 씨에게 지도를 맡긴 이수만 씨의 혜안도 감탄할만하고, 아이돌에 대한 편견 없이 기꺼이 제자로 받아들인 전유성 씨의 포용력도 반갑기 그지없다. 무료로 후배들을 가르쳐온 전유성 씨지만 SM 엔터테인먼트는 고마움의 표시로 응분의 수업료를 전달했다 하는데, 그 액수가 너무 과해서 반은 돌려줬을 정도라지 않나. 받지 않을 곳과 받을 곳을 가릴 줄 아는 전유성 씨의 처세 역시 타의 귀감이 될 덕목이지 싶다.

‘몰래 온 손님’으로 깜짝 등장한 김희철은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 같았다. 여느 아이돌과는 차별되는, 자타가 공인한 예능감을 지닌 김희철이지만 이날따라 유달리 자신감을 보였던 건 늘 남을 받쳐주는 역할을 자처해온 스승 곁이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항상 초대 손님에게 초점을 맞추는 <승승장구> MC들 덕일 수도 있다. 평소 전유성 씨가 후배들에게 강조한다는 “MC는 게스트를 끌어줘야지 혼자 뭐든지 다 하는 건 원맨쇼일 뿐이다. 자신의 말이 한 마디도 안 나오더라도 방송이 잘 나오면 성공한 MC다.”라는 부분을 이미 실천하고 있는 <승승장구>이니까.






이참에 김희철의 남다른 예능감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보자면, 얼마 전 종영한 MBC <추억이 빛나는 밤에>를 보는 유일한 재미가 김희철이 맡은 초대 손님 프로필 소개였는데 아직 이십대이고 더욱이 아이돌임에도 가요를 비롯한 추억 속 문화에 대한 감각이 예사롭지 않아 눈여겨 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보이지 않는 화살이 난무하는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겉돌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도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풍성한 감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수려한 외모 뒤에 숨겨져 있는 끈끈하고 구성진 감각의 출처가 늘 궁금했었는데 이제야 수수께끼가 풀리는 기분이다.

나이가 친구를 만드는 게 아니고 얘기가 통하면 친구가 된다는 생각에 나이 어린 이들과도 격의 없이 지낸다는 전유성 씨로 인해 김희철의 내면이 더욱 알차고 단단해졌지 싶다. 어쨌거나 더 이상 뭔가 배우지 않는다 해도 칭찬도 꾸지람도 계속 하실 수 있게 전유성 씨가 늘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김희철,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나 역시 바란다. 서로에게 지워지지 않는 존재로 영원하길 기원하며.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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