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투3’, 이번에는 오래된 불치병을 치유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사우나를 벗어난 KBS2 예능 <해피투게더>가 다시 한번 세트와 옷을 바꿔 입었다. 공간의 성격으로 변화를 이어가던 전통에 따라 이번에는 ‘해피하우스’라는 이름을 내건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손님을 집으로 초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눈다는 과거 <놀러와>와 비슷한 콘셉트다. 늘 그래왔듯이 또 세트를 바꿨구나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번엔 모처럼 한발 더 나아가려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해피투게더>가 매 시즌마다 세트를 새롭게 구성하고, 인적 쇄신을 단행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이 변화를 못 느끼는 이유, 여전히 진부한 예능의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히는 까닭은 실제로는 바뀐 게 없기 때문이다. 나름의 콘셉트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세트를 새로 짓지만 정작 대본은 유재석식 토크쇼의 구도와 에피소드식 토크로 구성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유재석과 패널들로 요약되던 토크쇼의 시스템을 <라디오스타>처럼 고정 패널이 아닌 각자의 캐릭터와 역할이 있는 공동 MC체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비록 2회 만에 많이 옅어지긴 했지만 관리인 명수 이모, 최장기 투숙생 유군, 일 욕심 많은 밉상 스티브 잡무, 명품을 좋아하는 썸남 조세호, 새로 합류한 엄 인턴(엄현경) 등 캐릭터를 부여하고 출연진간의 관계망을 형성하려고 시도했다. 그간 리액션이나 간헐적인 애드립을 첨언하던 제한적인 패널진의 역할 증대와 분배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그 징후와 방식은 엄현경의 가세와 본격적으로 샌드백 역할을 맡은 박명수의 토로에서 드러난다. 지난주, 스포트라이트는 3명의 게스트를 밀어내고 “제가 예능 잘 맞다니까요”라며 출사표를 던진 인턴MC 엄현경에게 쏟아졌다. 성시경과의 밀당으로 시작해 그녀의 진행능력에 대한 칭찬과 견제, 엉뚱한 매력을 포착하는 데 집중됐다. 그리고 이번 주는 게스트로 출연한 또 한명의 매력적인 여배우 박하나와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다시 한 번 매력을 발산할 무대를 보장받았다. 유재석 다음으로 많은 진행멘트를 소화하는 것을 두고 ‘<연예가중계> MC자리를 넘보는 것 같다’는 선배들의 장난어린 응원을 받는 한편 제작진에게 진행 멘트 자제를 요청받은 박명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물론 캐릭터상으로).

엄현경이 박미선을 위시한 코미디언들과 바로 앞에 있던 김풍과 다른 분위기를 끌어올 수 있는 건 예능의 기존 문법과 조직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화력이 떨어진 지금, 유재석식 토크의 단단한 구도 속에 기존 역할을 답습하지 않고 에너지를 불러올 수 있는 인물로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기도 충분하고 여성MC라는 희소성도 뒷받침된다. 박명수에게 “안 맞다”고 손사래를 칠 수 있고, 성시경에게 “평범하다”고 직언을 하면서, 정작 조금은 부족한 장기자랑을 나서서 하면서 공격지점도 열어놓는다.



이런 에너지는 <해피투게더>가 그동안 불치병처럼 끌어안고 있던 게스트의 편차에 따른 한계를 자체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었다. 즉, 고정멤버들끼리 치고받는 토크쇼로 갈 수 있는 불씨다. 질문이 정해져있는 에피소드 나열식 토크쇼에서 질문자가 많을 필요가 없다. 박명수는 자신은 뭘 해야 하는지 어려워한다. 전현무는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과묵하다. 순경 코스프레를 한 조세호는 무리한 설정에 늘 첫 번째 희생양이 된다. 정상급 MC 3명과 정상급 패널 1명이 함께 있는데 게스트에만 의존하는 에피소드식 토크쇼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사실, 안심으로 소고기국밥을 끌이고 있는 셈이다.

물론 아직은 기후나 증후가 엿보이는 정도다. 2회 만에 지난주에 잡은 캐릭터는 사실상 다 날아갔다. 박명수의 말대로 왜 혼자 여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진행도 기존 방식을 답습했다. 게스트들에게 드라마 속 캐릭터와 각자의 연기톤으로 상황극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에피소드를 묻고, 다른 사람에게 또 묻고, 그 다음 사람에게 또 묻고 그 다음 다음 에피소드와 개인기를 부탁하는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사라져도 되는) 토크쇼의 유산을 이어갔다. 엄현경을 부각하기 위한 라이벌 구도는 조금 성급해보였다.



<해피투게더>는 어쨌든 역사가 깊은 브랜드다. 충성도가 있다. 유재석, 전현무의 여전한 활약상은 말할 것도 없고, 박명수도 <인간의 조건>에서 활력을 되찾는 중이다. 가능성은 늘 언제나 충만하다. <해피투게더>가 비록 아무도 모르게 변화를 단행했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1박2일>과 콜라보하는 이슈파이팅보다 우선 MC들끼리 있어도 재밌다는 기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시청자들이 <해피투게더>하면 이번 주는 누가 나오는가라는 궁금증해하기보다 저 집에 놀러 가면 늘 재밌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끔 해야 한다. 지금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다. 오랜만에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진다. 변화를 할듯하다 바로 익숙한 그 방식으로 회귀하는 관성을 벗어날 기회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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