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창예능의 붐을 견인한 ‘복면가왕’ 파죽지세 흥행 비결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제28회 한국PD대상 ‘2015년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에 MBC <복면가왕>이 선정됐다. 이는 150여 명의 현직 PD들이 지난 한 해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복면가왕>을 선택했다는 뜻이다. 연예인이 자신의 정체를 가려줄 복면을 쓰고 나와 오로지 노래만으로 평가받는다는 단 한 줄의 기획은 뭇 PD들의 인정과 부러움만 산 것이 아니다. 시청률과 화제성, 모든 면에서 흥행 행진은 지칠 줄 모르는 파죽지세다. 주말 저녁부터 월요일까지 인터넷 게시판과 실시간 검색창에는 ‘음악대장’에 대한 충성을 다시 한 주 더 다짐하는 목소리와 ‘봄처녀 제시오네’(효린) 등의 좋은 노래를 들려준 출연자에 대한 박수가 계속된다.

가창예능은 다양성을 포섭한 예능 안에서도 매우 특별한 장르다. 가장 큰 특징은 말 그대로 노래를 통해 감동과 재미를 만든다는 점이다.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한 노래와 무대는 서바이벌쇼의 범람이 남긴 비옥한 토지 위에서 드라마틱한 편곡과 가창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관련해서 출연자의 지속적인 회전을 바탕으로 하는 쇼의 특징을 지닌다. 노래와 이를 부르는 출연자는 다채로움, 새로운 감동과 즐거움 등의 이유로 일회적으로 소비된다. 따라서 시청자의 흥을 이어갈 캐스팅의 지속적인 뒷받침이 MC보다 더욱 더 중요한 요소다.

이렇게 매번 새로운 인물을 맞이하고 소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몰입을 위해 등장한 장치가 추억, 순수한 도전, 재능의 발견과 같은 노래의 당위와 감동을 뒷받침해주는 설정이다. 잊혀진 가수를 다시 찾아내는 추억과 복고의 감성이든, 숨겨진 재능의 발견이든, 모든 선입견을 배제한 채 가창력으로만 승부를 보는 순수함이든, 특정한 정서적 코드를 녹여 감동을 증폭시킨다. 노래에 감동과 재미를 불어넣는 이러한 코드가 가창예능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핵심이다.



만약 ‘음악대장’으로 추정되는 하현우가 <열린음악회>나 <콘서트7080> <유희열의 스케지북> 혹은 3사의 음악쇼에 출연했다면 이와 같은 관심과 반응을 얻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복면가왕>에 등장한 하현우가(음악대장이 맞다면) 국카스텐 활동보다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얻고 인지도를 쌓게 된 것은 더욱 더 쉽고 가깝게 몰입하게 만든 정서적 코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노래라는 직관적인 콘텐츠를 통해 전달되니 다양한 세대의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가창예능이 일반인 참여 서바이벌쇼의 전유물이 아님을 알렸고, <복면가왕>은 연예인에게 복면을 씌워 일반인 참가자와 같은 순수한 지위로 내려앉혔다. 직업가수들은 그 태그를 떼고, 실력을 의심받던 아이돌은 물론 연기자와 아나운서 등등 모두 노래에 도전해 새로운 이미지와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인생 역전 스토리의 감동이 지겹고 버거워진 지금, 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인지, 노래를 원래 이렇게 잘 부르는지, 혹은 어디까지 잘 부를지, 어떤 노래가 재탄생할지 등을 궁금해 하며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이 호기심은 모든 편견을 배제한 채 가창력만으로 평가를 받는 순수함이란 대의와 함께 작동한다.



순수한 도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승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결과로 남는다. 음악대장과 붙어 떨어진 효린은 그간 숱한 무대에 서고 오디션쇼에 참가하면서 시스타의 이미지, 자신에 대한 편견, 평소 들었던 말들을 벗어난 평가를 받고 싶었고, 그래서 만족한다고 했다. 다른 탈락자들도 하나같이 참여한 경험만으로도 힘을 얻었다고 한다. 서바이벌쇼의 탈락자들은 눈물을 삼키고, <나는 가수다>는 라이벌 심리가 작동했지만 <복면가왕>은 참여한 것만으로도 모두가 승자가 된다. 이런 긍정적 기운은 무대를 지켜보길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

<복면가왕>이 성공적인 가창예능이 될 수 있었던 열쇠는 ‘누가 더 노래를 잘할까?’ ‘저 가수는 누구일까?’ 등의 호기심이다. 순수한 도전이란 순백의 깔끔한 포장지는 그 속에 든 선물을 더욱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단순하면서도,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의미와 감동을 노래에 스며들게 했다. 단순한 음식으로도 결정적인 맛의 차이를 내는 맛집의 비결과 같다.

서바이벌쇼와 함께 상륙했던 가창예능은 이제 <나는 가수다>와 <복면가왕>를 거치며 서바이벌과는 또 다른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찾았다. 그래서일까. 서바이벌 붐 이후 하나의 장르로 머물던 가창예능이 이번 봄 개편에서 SBS는 두 개, MBC에서 한 개 등 한꺼번에 쏟아진다. 노래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색다른 스토리라인으로 개발 활용하는 데다 지속가능성까지 검증해내면서 <복면가왕>은 가창예능의 전성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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