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저씨’, B급 코미디와 따스한 휴머니즘 드라마 사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SBS 수목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는 저승까지 갔던 중년의 두 아저씨 김영수(김인권)와 한기탁(김수로)이 몸짱 남녀 이해준(정지훈)과 한홍난(오연서)으로 변해 이승에 잠시 컴백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 둘이 이승에 돌아왔을 때 세상은 예상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타고난 성실맨 김영수는 그의 직장인 백화점 상층부에 걸린 플래카드가 비뚤어진 걸 바로 잡으려다 떨어져 한밤중에 사망한다. 하지만 저승에서 돌아와 보니 그는 자살자에 비리 직원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한기탁 또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천적 나석철(오대환)에게 빼앗긴 지 오래다. 그의 첫사랑인 여배우 송이연(이하늬)은 재벌가의 며느리에서 만인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량한 이혼녀로 살고 있다.

물론 이승으로 돌아온 두 사람에게 불행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김영수는 짧고 통통한 평범남에서 키 큰 근육질 미남의 몸이 된다. 한기탁은 건달 출신의 무서운 남자에서 모든 사람들이 혹하는 미녀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각자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지금 현재의 잘 나가는 미남미녀의 힘을 발휘해 이승의 세계를 바꿔보려 한다.

소설 <철도원>으로 유명한 아사다 지로의 원작소설 <츠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드라마화한 <돌아와요 아저씨>는 근래 보기 드문 착하고 인간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정말 이 드라마가 그렇게 착하기만 한 드라마가 맞을까? 사실 <돌아와요 아저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뭔가 돌발적인 ‘병맛’의 역습이 느껴진다.

이 드라마는 희한하게도 ‘복수 금지!’ 드라마다. 당연히 살벌한 복수나 무시무시한 뒤통수치기 같은 건 이 드라마에 없다. 착한 드라마이긴 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잘생긴 남자주인공의 닭살 돋는 대사나 얼굴은 젊은 미녀인데 말투는 할머니인 인물의 훈계하는 대사도 없다. 가끔 황당한 ‘아재개그’가 등장하나 뭐 애교로 봐줄 수 있을 정도다.



더구나 이 드라마의 아재개그를 주로 담당하는 인물은 속은 건달 아저씨나 겉은 미녀인 한홍난(오연서)이다. 한홍난이 짧은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양손에 든 채 팔자걸음을 걸으며 내뱉는 걸쭉한 대사들은 오히려 이 드라마의 독특한 매력으로 자리한 지 오래다. 연민정에 밀린 장보리의 한을 풀려는지 현재 오연서는 이 작품에서 중년남자의 혼이 실린 젊은 처녀 한홍난에 제대로 빙의해 살풀이 중이다.

허나 <돌아와요 아저씨>에 한홍난을 연기하는 오연서의 원맨쇼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사실 <돌아와요 아저씨>의 모든 배우들이 다들 각자의 원맨쇼를 보여준다. 그것도 대놓고 B급으로. 남자주인공 정지훈이 무대 위 비처럼 격렬하게 얼굴을 찡그릴 때마다 오히려 드라마 속 이해준은 엉성하고 어리바리해 보인다. 이 드라마는 멋짐을 보여주는 스타 비와 멋짐이 무너지는 배우 정지훈 사이의 유쾌한 어긋남을 지켜보는 묘한 재미가 있는 셈이다.



이승으로 돌아간 아저씨들과 연락을 주고받는 저승의 리라이프 센터 담당자 마야 역의 라미란은 이 드라마를 귀엽고 그럴 듯한 B급 판타지로 만들어주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미스코리아 이하늬의 ‘겟잇뷰티’하지 않은 어색한 청승 연기조차 시간이 흐를수록 무언가 독특한 B급의 아우라를 형성하는 중이다.

더구나 이 원맨쇼 인물들이 부딪칠 때면 투맨쇼, 쓰리맨쇼로 이어진다. 그러니까 겉보기엔 소박하고 인간적인 스토리의 <돌아와요 아저씨>가 종종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밉지 않은 ‘돌아이, 아저씨’ 같은 B급 냄새를 곳곳에서 풍기는 상황이다.

하지만 <돌아와요 아저씨>가 그저 황당하고 허술한 작전으로 사람들을 웃기는 B급 드라마의 색깔만 을 고수하는 건 아니다. 극 초반 평범한 가장 김영수의 평범함을 잃지 않기 위해 보여주는 처절한 삶을 제대로 그린 김인권 덕에 이 드라마는 휴머니즘의 무게감을 놓치지는 않는다. 이 후에도 김인권 시절의 김영수는 간간이 회상신이나 목소리로 등장 정신 사나운 드라마를 차분하게 정리해준다.



다만 <돌아와요 아저씨>는 아직까지 정신 사나운 B급 코미디와 따스한 휴머니즘 드라마 사이에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다. KBS의 <아이언맨>처럼 시적인 B급 드라마의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거나 MBC의 <메리대구공방전>처럼 컬트적인 로맨스 작품으로 훌쩍 가버린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확실한 방향을 잡을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인상도 있다. 그 때문에 복잡한 이야기가 아님에도 중반부에 이르는 지금까지 산만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당연히 중간에 들어온 시청자들은 감이 잡히지 않아 손을 내젓고 채널을 돌릴 법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하지만 B급 코미디 중간 중간 심어놓은 따스한 이야기의 씨앗이 제대로 발아한다면 이 드라마는 꽤 괜찮게 마무리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꾸준히 시청했던 이들에겐 골 때림과 가슴 울림을 가볍게 오가는 희한한 작품으로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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