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위로란

[엔터미디어=정덕현]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 제주소년 오연준과 남다른 뮤지컬 감성을 가진 박예음이 함께 부르는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듣던 타이거 JK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 가사가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먼저 간 아버지가 떠올랐고, 나이 들어가는 자신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Mnet <위키드>가 보여준 한 장면. 어디서도 보기 힘든 타이거 JK의 모습이다. 힙합 전사로서의 이미지는 일찍이 사라진 지 오래다. 대신 아이들의 목소리에 푹 빠져버린 채 보기만 해도 미소를 짓는 아빠의 얼굴이다. 도대체 무엇이 타이거 JK를 이토록 해맑게 만들어버리는 걸까. <위키드>가 보여주는 그 근원적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이들이 나와 노래만 부르면 눈물을 흘려 ‘울보’가 되어버린 유연석은 그 이유로 “깨끗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래가 그리 슬픈 것도 아닌데, 아무런 기교도 섞여있지 않고 그저 음정에 맞춰 갖고 있는 목소리 그대로 부르는 노래는 실제로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박보영 역시 첫 무대에 제주소년 오연준의 노래를 듣는 순간 커다란 충격을 받은 듯 눈물을 쏟아냈다. 첫 무대, 솔로로 부르는 목소리가 이 정도니 팀이 되어 함께 부르는 하모니는 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김창완의 ‘안녕’을 순수하고 맑은 하모니로 들려준 아이들 앞에서 심사위원으로 앉은 동요 작곡가 김방옥은 뭉클한 마음에 목이 메었다. 그녀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노래를 들려준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심사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듀엣 미션에서는 아이들이 노래할 때마다 채워지는 기부점수로 보는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아이들의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장치에서 볼 수 있다는 건 시청자들도 기분 좋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그런 물질적인 기부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들의 순수한 목소리 그 자체가 주는 건, 그 어떤 위로나 위안보다 더 큰 가치를 갖는 것일 게다.

송유진과 최명빈은 ‘내 꿈이 몇 개야’라는 동요를 통해 어른들도 어린이처럼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고, 문혜성과 조이현은 현실적인 이유로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분들에게 문혜성의 자작동요 ‘여행 여행’으로 마치 여행을 떠나는 듯한 그 설렘을 전해주었다. 곽이안과 홍순창은 마치 플라시도 도밍고와 존 덴버의 콜라보를 보는 듯, 애니메시션 <피블의 모험> OST인 ‘Somewhere Out There’을 들려주었고, 이하랑과 우시연은 ‘넌 할 수 있어 라고 말해주세요’라는 곡을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귀여운 모습으로 불러주었다.

도대체 모든 어른들을 울보로 만드는 <위키드>의 실체는 무엇일까. 어른으로 성장해 살아오면서 조금씩 잃고 잊고 있던 그 순수함을 우리는 이 아이들의 투명한 목소리에서 느끼고 있는 건 아닐까. 무한경쟁의 현실 속에서 찌들어갈 수밖에 없던 어른들의 세계가 그 아이들의 목소리만으로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그것이 데드마스크가 되어가던 우리의 눈에 눈물을 맺게 한 것이 아닐까. <위키드>는 음악의 본령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순수함으로 우리의 마음을 울려준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하다 여겨진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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