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고기처럼 스스로 가치를 증명한 ‘썰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바야흐로 총선을 20여일 앞둔 선거 시즌이다. 여야 막론한 진흙탕 공천으로 정치 관련 이슈가 들끓고 있다. JTBC <썰전>은 각 정당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논란에 대한 뉴스 해설과 속 시원한 비판으로 혼란스런 정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제공하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정보, 비판 그리고 견해는 정치에 대한 관심 환기와 갈증을 달래주었고, 만담의 재미는 덤이었다. 계파 갈등과 공천 과정에서 흘러나오는 잡음만 경마장식으로 보도하는 주류언론 탓에 정치에 환멸을 느낀 시청자들이 다시 총선에 관심을 갖게끔 도선사 역할을 매끄럽게 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여야를 막론하고 그 어느 때보다 탁한 정국 속에서 매일매일 드라마틱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정세 속에서 <썰전>은 ‘정치 예능’의 역할을 톡톡히 하며 훌륭한 시사상식 교보재로 다가왔다. 특히 더불어 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를 둘러싼 비례대표 공천 논란 과정을 단두대 대신 작두 위에 올라탄 듯 ‘소름’ 돋는 정확한 예측으로 읽어냈다.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는 각각 김종인 대표를 선무당과 정치8단이라고 달리 표현했지만 진퇴양난, 막다른 골목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녹화일과 방송일 사이의 시차 동안 <썰전>에서 이 둘이 나눈 이야기는 실제로 이뤄졌다. 새누리당에서 벌어진 ‘진박과 눈 밖’간의 공천권 대결 중 벌어진 김무성 대표의 옥새 반란과 전 변호사가 ‘이한구 공천위원장은 나보다 머리 나쁘다’는 직설적인 비판을 가한, 유승민 의원 탈당 사태의 예상 흐름도 대부분 방송일 기준으로 현실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번 사태로 새누리당이 수도권에서 어려움을 겪으리라는 예상에 신빙성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썰전>은 공천 논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이번 총선에서 각 정당이 어떤 색을 띄고 있는지, 차이는 무엇인지 각 당의 대표적인 공약을 통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해설했다. 이를 테면 법인세나 청년수당과 관련한 공약을 비교하며 개인의 책임에 방점을 두는 새누리당과 국가의 적극적 개입을 추구하는 야당의 정치철학을 비교할 수 있게 펼쳐놓았다.

법인세 관련 공약에서 대기업 위주의 정책으로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새누리당과 서민계층의 소비여력 개선을 위한 인위적인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는 주요 야당이 각자 무엇을 말하는지, 기회와 정보를 제공하는 선에서 청년 지원 공약을 짠 새누리당과 취업 지원금을 주장하는 야당의 ‘청년수당’ 공약의 근원적인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각 당의 색깔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런 정확한 예측들과 공부가 될 수 있는 해설들은 <썰전>의 수다가 겉만 번지르르한 자극적인 옐로저널리즘이 아닌, 뉴스를 뜯어본다는 말이 단순한 수사가 아닌, 실제로 귀를 기울여 들을만한 정치예능이란 믿음을 다시 한 번 확인받는 기회가 됐다. <썰전>의 인지도와 공신력은 매우 높다. 몸담았던 공신인 이철희, 이준석 등은 이번 총선에서 각각 비례대표와 지역구로 출마했다. 법정에서 더 바쁘게 된 강용석도 들썩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느 자극적인 종편의 시사토크와는 다른 차원의 ‘논객’임을 이른바 2기 멤버들도 결과로 보여준 것이다.



전 변호사는 “무지하고 천박한 지도자가 국민을 괴롭힌다”고 했다. 이를 조금 바꿔 말하면 무지하고 천박한 무관심이 국민을 괴롭히는 지도자를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공부가 필요한 시기, 앞길 혹은 희망이 잘 엿보이지 않는 혼탁한 상황에서 <썰전>은 정치와 선거에 다시 한 번 관심을 돌리도록 했다. 거대담론에 함몰되는 공약과 패거리 정치밖에 보여주지 않는 주류언론사의 뉴스로는 읽어내지 못할 진짜 정보와 견해를 통해서 말이다.

지난 대선에 등장한 정치 수다 콘텐츠는 이제 일상의 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 시사를 내세우지만 정작 균형이나 견해를 밑바탕해주는 정보와 논리가 부족한 자극적인 종편의 시사토크쇼가 우려스러울 만큼 넘쳐나고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 이때 예능인 <썰전>은 오히려 정치를 더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예능적 가치와 교양적 가치를 증명했다. 이제 3년째다. 또 한 번의 선거 시즌을 맞이해 <썰전>은 균형 있는 견해와 품격을 갖춘 교양예능으로, 정치 수혜주 자리에 스스로 올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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