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선언한 ‘런닝맨’은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분점까지 대박 난 중화권의 엄청난 인기와 달리 본점 <런닝맨>은 원조라는 간판 이외에 더 이상 볼 것 없는 맛집이 됐다. 입소문의 내용이 달라진 지 오래고, 방송 후 이슈는 멤버들의 팬 카페 정도에서만 잔잔하게 이는 정도다. 시청률은 이젠 제대를 생각해야 할 때라는 <진짜 사나이>의 절반에 해당하는 6%(닐슨 코리아)대. 아무리 해외에서의 반응이 괜찮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은 지 오래다. 물론, 한국갤럽에서 조사하는 예능 선호도 순위는 늘 <무한도전> 다음이지만 <런닝맨>을 재밌게 봤다든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교정 이외의 공간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은 현실이다.

<런닝맨>이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6년째 큰 변화 없이 이어지면서 스토리라인과 게임의 긴장을 만들어내는 원천 재료인 캐릭터가 고갈됐기 때문이다. <런닝맨>은 리얼버라이어티에서 갈라져 나온 게임쇼다. 즉, 참신하고 새로운 게임을 계속해 개발해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세계관을 발전시켰지만 이 모든 것은 리얼버라이어티의 문법의 토대 위에 있다.

리얼버라이어티의 구조와 뼈대를 이루는 H빔이자 제1덕목이 바로 캐릭터다. 따라서 <런닝맨>도 캐릭터의 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게임의 향배를 결정짓는 가장 명확한 캐릭터인 이광수와 김종국이 유독 중화권에서 인기가 높은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어느 순간부터(꽤 오래 전 일이다) 높아진 게스트 의존도도 역시 캐릭터의 정체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런닝맨>의 이름표처럼 따라다니는 ‘유치하다’는 비판은 그래서 두 번째 문제다. 캐릭터가 식상하다보니 모든 것이 뻔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분위기 쇄신의 기회를 맞이했다. 그동안 제작을 총괄했던 PD가 다시 분점으로 발령받아 가고, 그 빈자리를 보다 젊은 세대의 후임 PD가 맡았다. 그리고 ‘리부트’를 선언했다. 그 후 현실 세계에서는 부산까지 ‘옥새 런닝맨’이 펼쳐지는 동안 실제 <런닝맨>의 추격전을 멈췄다.



지난 20일 방영분을 시작으로 지난주까지 2회 동안 ‘이름표 떼기’로 대표되는 게임을 잠시 내려놓고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스튜디오쇼가 펼쳐졌다. 시청자들과 출연자들이 다시 친해질 수 있도록,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하는데 주안점을 둔 리얼버라이어티의 초창기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분위기는 좋았다. 그 어느 때보다 박장대소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멤버들 간의 친밀함과 캐릭터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문제 인식이 적절했다고 평할 수 있다. 미묘한 긴장감으로 소설을 쓰게 만드는 월요커플의 발전 가능성, 허술한 대박 사업 이야기에 속는 지석진의 팔랑귀, 멤버들의 외모에 대해 서로 비방, 매니저, 전담VJ가 들려주는 진짜 살아 있는 유재석의 사생활도 이야기됐다. 이를 통해 유재석의 까탈스럽고 깐깐한 면모가 조금 드러나고, 월요커플에 대한 평가는 유보되는 등 멤버들 캐릭터에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흥미를 재충전할 기회가 됐다. 출연진이 제작 스텝들의 이름을 맞추는 미션은 오랜 시간 지켜봐준 시청자들에게 내미는 우리는 한 가족이라는 손짓으로 해석할 수 있다.

보다 본격적으로 캐릭터를 부각시킨 ‘꽝손 페스티벌’은 멤버들의 재능, 매력을 발휘할 기회였다. 늘 운이 없던 멤버들의 허탈한 모습을 부각하고, 리지, 남창희를 비롯해 공중파 예능에서 잘 볼 수 없었던 불운한 게스트들을 모아서 <무도>의 못친소 특집 같은 한판을 벌였다. 그런데 여러 게스트가 나왔지만 정확히 말해서 이광수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든 무대였다. 다른 멤버들은 조연이 되고 게스트마저 단역으로 머문 결국 이광수에게 몰아주는 방송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는 기존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스튜디오에서 다시 출발한 변화가 멤버들의 캐릭터를 재충전하기 위함인지, 무엇을 위한 재정비인지 헷갈린 다는 점이다. 이광수 캐릭터에 의존하는 진행방식은 그 이전부터 쭉 이어져온 흐름이었다. 숨고르기일까. 새 출발을 위한 변신이라기엔 딱히 참신하지 않은 스튜디오쇼는 1시간 넘게 지켜볼 힘이 떨어졌다. 추격전 등의 야외 게임 대신 소박한 세트에서 벌이는 벌칙 게임일 뿐이었다. 시청자들이 멤버들의 캐릭터와 관계망에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멤버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거나 멤버간의 관계를 부각하는 방식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튜디오쇼 형태로 첫출발을 끊으면서 <런닝맨>이 조금 달라졌다는 반응, 기대하게 된다는 반응이 분명 있다. 그런데 과연 어떤 출구전략을 갖고 있는지, 어떤 식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갖고 있는지, 지난 2회분 동안의 시그널로는 감지하기 어려웠다. 유재석의 리더십과 인터뷰 능력을 내세우고, 조잔하고 비굴하고 운 없어서 귀여운 광수의 캐릭터를 정예 선봉으로 활용하는 방법은 변화가 아니라 여러 변주 속에서 늘 해왔던 방식이다.

그래서 스튜디오에 모여서 다진 변화가 예고하는 것이 무엇인지 감을 잡지 못하겠다. 이광수는 이미 알려진 주력 공격수다. 그를 더욱 부각하는 것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돌려세울 수 있을까? 한국 시청자들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주말예능에 걸맞은 폭넓은 대중성을 겸비한 <런닝맨>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새롭게 변한 버전은 어떤 모습일지 여전히 궁금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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