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논란의 중심 장동민,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장동민이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옹달샘 친구들인 유세윤, 유상무 그리고 그가 공개 연애를 하고 있는 나비와 함께 출연했다. 웃음의 강도로 치면 이들만큼 센 개그맨들도 없다. 보통 사람이라면 얘기하기 힘든 내용들도 이들은 거침없이 드러낸다. 장동민은 나비와의 만남에서부터 밀고 당기는 연애 과정의 이야기까지 토크의 주제로 서슴없이 올렸고, 심지어 건강검진으로 발견한 궤양성 대장염 때문에 좌약을 넣는다는 장동민에게 나비가 넣어주기도 한다고 밝힐 정도로 두 사람의 돈독한 관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치부일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아픔일 수도 있는 대장염과 좌약 이야기마저 옹달샘 친구들은 웃음의 소재로 기꺼이 꺼내놓았다. 굳이 그 상황을 재현해가며 빵빵 터트렸고, 그들이 만들었다는 노래 ‘좋아요 누르고 팔로우’가 ‘좌약 누르고 팔로우’로 들리게 하고 거기에 좌약 넣는 안무까지 보태 포복절도의 웃음을 만들었다.

<라디오스타>에서 보여준 장동민의 모습 어떤 상황에서도 웃길 수 있다면 자신을 무너뜨릴 수 있는 뼈그맨이면서 동시에 한 여자에게는 헌신적일 수 있는 괜찮은 남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장동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그가 하는 개그에는 자주 등장한다. 최근 tvN 예능 <코미디 빅리그> ‘충청도의 힘’이란 코너에서 장동민이 한 일련의 발언과 행동들이 거센 논란에 직면한 것은 그래서다.

이 코너의 내용들이 “이혼 가정의 아이를 조롱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비록 어린 아이의 캐릭터로 등장하지만 이혼 가정의 자녀 캐릭터로 나온 양배차에게 장동민이 생일 때 양쪽에서 선물을 받는다며 ‘이게 재테크’라고 하는 내용은 조롱에 가깝다. 장동민의 할머니 역할로 나오는 황제성 역시 마찬가지다. 양배차가 “할머니에게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하자 황제성이 “지 애비 닮아서 여자냄새는 기가 막히게 맞네”라고 하는 대목도 듣기 불편한 내용임에 분명하다.



장동민만의 대사만이 아니라 황제성의 대사에도 비슷한 기조의 내용들이 들어 있는 걸로 봐서 이 논란의 근간은 <코미디 빅리그>측이 밝힌 바대로 장동민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작진의 불찰이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이 코너에는 장동민의 할머니 역할인 황제성이 손자인 장동민의 고추를 보고 만지는 듯한 장면이 연출되어 있다. 그러니 이건 분명 이 코너를 만든 제작진의 무개념을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결국 ‘충청도의 힘’이란 코너에서 장동민이 하는 역할이나 대사는 대본과 캐릭터에 의한 것일 뿐 그 자신의 생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하지만 문제는 장동민이 이미 작년 4월에 팟캐스트 여성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겪었던 장본인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다른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자숙의 기간’을 갖지 않았다. 대신 ‘방송을 통해 사죄하겠다’는 것이 그의 뜻이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주어진 역할이고 대본의 대사라고 하더라도 더 신중했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이번 사태는 그래서 그가 ‘방송을 통해 사죄하겠다’는 그 이야기에 대한 신뢰를 한참 떨어뜨리는 일이다.



사실 한 때의 잘못이나 실수는 누구나 저지를 수 있다. 그래서 사죄를 한다. 그런데 사죄를 하고 나면 달라지는 점이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사죄는 의도와 상관없이 거짓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중들은 장동민이 자숙의 기간을 갖지 않은 것을 여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니 일거수일투족이 사실은 더 조심스러워야 했던 것이 맞다.

이것은 저 <라디오스타>에서 그가 보여주고 드러내줬던 장동민 개인적인 모습이나 뼈그맨으로서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자상하고 배려 깊은 사람일 수 있다. 또 뼛속까지 개그맨으로서 언제나 웃음을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또한 논란이 될 만한 문제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재미있지만 그 재미가 누군가에게는 엄청난 아픔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굉장한 재능은 신중함을 잃을 때 굉장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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