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재훈, 진짜 재기 원한다면 이상민 진정성을 배워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조금 실망스럽다. Mnet이 4년 만에 돌아온 <음악의 신2>를 왜 온라인 파일럿으로 먼저 내보냈는지 이해가 된다. 성공한 전작이 있음에도 3주간 분위기를 지켜본 후 일정 기준 이상의 반응이 있을 때 정규 편성하겠다고 했다. 일종의 필터이자 찌질할수록 웃음이 커지는 매니악한 예능의 세계로 시청자들을 소환하려는 주술(미션)이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일주일 만에 관심과 조회 수가 목련 꽃잎처럼 피자마자 떨어졌다. 전대미문의 모큐멘터리 예능 <음악의 신>에 대한 추억과 기대가 사라지는데 3주까지 필요하지 않았다.

<음악의 신>은 찬란한 과거와 화려한 시절을 다 떠내려 보낸 이상민의 어두운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룰라 출신의 성공한 프로듀서이자 사업가로 쌓은 과거의 영광이 쓸려나간 자리에서 이상민은 자신의 이름을 딴 LSM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며, 당시 광풍이 불었던 오디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현실은 주변에 사람도 없고, 빚에 허덕일 때니 자금은 물론 방송의 기회도 잡기 힘든 상황이었다. 돈키호테식 허세였다.

이상민은 실제로 수차례 사업실패가 남긴 부채와 방송가와 가요계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연예기획자의 위상을 코미디의 제물로 바쳤다. 따라서 시청자들은 뻔히 모큐멘터리인 것을 알면서도 리얼한 상황들에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무엇이 방송인지 헷갈려했다. 이상민의 실제 상황에서 이어진 리얼리티가 병맛의 비법이었고, 신선함을 책임지는 냉장시스템이자 재미의 근원이었다. 비록 당시 시스타와 시크릿의 차이를 모를 정도로 연예계 밖에서 이자까야를 운영하던 ‘야인’이었지만 연예기획자이자 방송인으로 재기를 하겠다는 의지는 진짜였다. 이 리얼리티가 <음악의 신>이 모큐멘터리이자 코미디가 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여기에 이상민 특유의 능청스러움과 허세, 인간미에다 운전면허가 없는 매니저 백영광, 랩을 참 잘했던 비서 김가은, 뻔뻔한 글래머 연습생 이수민이 감칠맛을 살렸다. 고영욱이 사고 치기 전까지, 위태로움과 재기발랄함으로 요리한 최고의 리얼리티 코미디였다. 그 결과 이상민은 현재 방송인으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이는 얼마 전 내한한 코난 오브라이언이 <코난쇼>를 런칭했던 과정과 비슷하다.



이렇게 이상민의 위상이 달라진 만큼 <음악의 신2>은 도박 사건과 이혼으로 ‘얼룩진’ 탁재훈의 재기를 콘셉트로 삼았다. 그런데 탁재훈에게는 이상민이 보여준 진정성, 무엇을 원하는 갈망 등의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라기보다 캐릭터의 톤을 잡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폼이 올라오지 않은 건, 아직 내려놓지 못해서다. 룰라 멤버들을 보고 잦은 얼굴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동거녀가 있지 않냐’는 이상민의 질문에 욕설로 반문하고, 스포츠토토를 하는 백 매니저가 농구 결승전은 누구한테 걸어야 하냐고 물을 때 “KCC에 다 걸어”라고 받아치는 재치는 여전하지만 산발적이다.

모큐멘터리의 코미디는 현실을 비튼 맥락에서 피어난다. 예를 들면 [UV신드롬]은 장난이긴 했지만 음악성을 추구하는 데서, <음악의 신>은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은 이상민이 재기에 도전하는 데서 그 씨앗이 있었다. 탁재훈의 재기가 코미디가 되기 위해선 마찬가지로 복귀를 향한 절실한 감정과 같은 리얼리티가 담보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욕설과 자조적인 희화화는 찰진 점성을 갖게 된다.



그런데 리얼리티가 받침이 되지 못하자 생기발랄했던 모큐멘터리는 평범한 대본의 그저 그런 시트콤으로 변했다. 제작진도 이를 알았는지 필요 이상으로 등장인물을 늘렸다. 문제는 지난 시즌 고영욱처럼 현실에서의 관계가 이어지는 인물이 아니라 모두 배역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악의신1>의 재미를 재현하기 위해선 현실을 함께 희화화할 수 있는 실제로 절친한 동료의 도움이 필요한데, 이번 파일럿에서 시즌1의 이지혜나 솔비 같은 인물은 다방 종업원 밖에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방송수위의 경계를 타는 아슬아슬한 리얼리티는 사라지고, 어색한 모큐멘터리 연기만 남았다. 경리, B1A4, 여자친구 등 아이돌들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다른 사람 연습실, 사무실 몰래 빌려 쓰면서 아닌 척 하는 상황처럼 몇 가지 설정도 반복된다. 볶음밥 VVIP쿠폰 코미디는 2012년 윤성호 감독의 시트콤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이것은 가짜다’라는 것, ‘우린 웃기고 싶다’는 욕망이 표면으로 드러내면서 2013년 <방송의 적> 2014년 <엔터테이너스>로 이어지는 망작의 흐름에 <음악의 신2>도 합류하고 있다. 여기서 다시 짚어보자. UV시리즈, <음악의 신>과 <방송의 적>, <엔터테이너스>가 나뉘는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각본에서 차지하는 리얼리티의 비중이다.



2010년 UV가 출현하고 2012년 <음악의 신>으로 절정을 찍을 당시 <오피스> <모던패밀리>와 같은 모큐멘터리 시트콤이 몰고 온 흐름이 있었다. 이 위에서 그동안 방송에서 본 적 없는 핍진한 리얼리티를 실현해 신선했다. 그런데 요즘 예능은 일상의 공유가 화두다. 당시 페이크다큐로 다룰 법한 리얼리티가 이제 기본에 가까워졌다. 이런 시대상황에서 제대로 된 모큐멘터리를 선보이려면 더욱 자극적인 리얼과 설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모큐멘터리, 페이크다큐 장르를 개척한 박준수 PD는 “이상민도 예전의 감을 다시 찾았고, 탁재훈도 해당 장르에 적응했으니 이대로 정규 편성이 된다면 분명 시청자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선 먼저 탁재훈이 이상민처럼 자신을 내어 놓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굳이 산만하게 배역을 따로 마련하고, 시트콤의 틀을 갖출 필요가 없다. 만약 정규편성 결정 후에도 리얼리티를 극대화할 수 없다면, 각본을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춰 <응답하라> 시리즈 수준으로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적과 윤종신이 출연한 두 편의 모큐멘터리와 같은 길을 더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이 고민은 다음 문제다. <음악의 신>의 팬으로서 이 글에서 나눈 고민이 다음 주 이후에도 유효하길 바랄 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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