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세월호 참사를 통해 짚어낸 우리네 참담한 현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보여준 방송에서, KBS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송중기)이나 tvN <시그널>의 이재한(조진웅) 같은 영웅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재난 상황에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곳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특수요원도 없었고,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수사기관은 더더욱 없었다. 오히려 민간 어업구조단이 해경들보다 더 사투를 벌이며 구조에 나섰고,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들과 세월호 유족들이 더 그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을 통해 제기한 세월호와 국정원에 대한 관계에 대한 의혹이나, 사고 당시 청와대 상황실과 해경 그리고 해경과 현장 사이에 오간 교신 내용들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세월호에서 건져 올려져 복원된 노트북에서 나온 의문의 ‘국정원 지적사항’ 파일과, 국정원 출신 사우들이 운영하는 양우공제회에서 세월호에 투자했다는 정황들 그리고 세월호 취항식에 국정원 직원들이 참석했다는 기록 등이 근거로 제시됐고, 교신 내용들은 보고만 하다가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어이없는 정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처럼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를 파고들고 또 사고 당시의 청와대와 해경 사이의 교신 내용들을 보여준 까닭은, 가장 큰 의문으로 제기됐던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을 즉각적으로 구조하지 않고 대기함으로써 왜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는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그런 어이없는 대기상황이 청해진 해운 측의 지시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추정을 했고, 그 이면에는 세월호를 직접 관리해왔다 여겨지는 국정원이 있을 거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실제로 청와대의 보고를 위한 끝없는 교신은 현장의 구조를 지연시킨 요인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 재난 상황에 구조가 아닌 보고를 위해 인원파악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구조자의 증언까지 흘러나왔다.

무려 101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대기하라는 말만 믿고 아이들이 기다리던 그 시간에 어른들은 지시와 명령을 기다리고, 상황 보고를 위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 물론 청와대 상황실의 상황 보고를 위한 정보의 요구는 정당한 것이었지만, 그 시기가 부적절했다고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적했다. 또 그런 요구를 현장에 그대로 전해 구조 상황에도 영향을 미친 해경수뇌부는 분명 잘못이 있다고 꼬집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김상중은 “그 어떤 의혹에도 자유롭고 해명해야 할 의무마저 저버릴 수 있는 국가기관은 없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정원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를 통해 어떤 대책들이 내려졌고 그것은 실효성이 있는 것일까. 사고 이후 내려진 대책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해경을 해체해 계통을 이원화 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더 많은 보고체계를 만들어 “콘트롤 타워 측면에서 보면 후퇴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참사에서 현장에 구조를 나갔던 이들만 징계를 받은 사안에 대해서는 사고가 벌어졌을 때 “현장에 나가지 않으면 징계를 받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현실에 우리가 막연히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생각해왔던 판타지 따위는 결코 없었다. 국민의 생명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보호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국가 기관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왜 대중들이 그토록 판타지의 영웅들에 열광했는가 하는 이야기는 참담하게도 현실이 정반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건 과한 단정일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영웅도 아니고 그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그런 상식적인 인물들일 뿐인데.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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