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투3’, 모처럼의 기회를 에로에게 빼앗긴 이하이와 육성재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얼마 전 새롭게 단장한 후 재도약을 위해 조심스레 초석을 다져온 KBS <해피투게더3>. 바꿔봤자 구태의연하다, 여전히 지루하다, 이런저런 말들이 많았지만 편안하고 친근한 콘셉트를 선호하는 필자와 같은 시청자에겐 목요일이면 꼭 찾게 되는 친구 같은 프로그램이다. 혜리, 유라, 이세영, 최성원이 출연해 웃음과 가슴 찡한 감동을 주었던 지난 주 '꽃길만 걸으소서' 특집이나 <1박 2일> 멤버들이 총 출동했던 '1박 2일 - 이멤버 리멤버 포에버' 특집의 경우 꼭 챙겨 볼 것을 여러 사람에게 권했을 정도였는가 하면 KBS 주말 드라마 <아이가 다섯>의 연기자들이 '님 좀 왕인 듯' 특집을 통해 보여준 색다른 매력에 반해 드라마 방영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이번 주 방송 ‘욕망 남녀’ 특집은 한 마디로 말해 실망이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격이라고 도대체 왜 이 시점에 느닷없이 ‘에로’를 끼얹은 건지 모르겠다. 에로 영화도 엄연한 장르니만큼 에로 영화감독을 폄하할 생각도 경계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출연진을 구성할 때 연령대 고려와 조정은 필수가 아니었을까? 봉만대 감독과 1995년 생 비투비 멤버 육성재와 1996년 생 이하이가 지상파 방송에서 무슨 얘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혹시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갈 것을 기대했던 것인지. 심지어 <해피투게더3>는 엄연히 ‘15세 이상 관람가’를 달고 있는 KBS 예능 프로그램이다.

노출 수준을 언급하며 육성재에게 에로 영화 출연 제의를 한다거나 자식 같은 이들을 앞에 두고 ‘거친 숨결’을 재연한다거나, 그럴 때마다 야릇한 배경 음악이 깔린다거나, JTBC <마녀사냥>에서 자주 쓰이던 포자 터지는 CG가 등장한다거나, 보기 민망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이그룹 멤버에게 답하기 곤란한 스킨십 경험 유무를 묻지를 않나, 20대 초반의 여가수에게 중년 남성들이 에로 비디오를 봤느냐고 묻지를 않나. <해피투게더3>에 대한 깊고 오랜 정이 없었다면 필경 채널을 돌리고 말았을 것이다.



게다가 시작이 봉만대 감독이었기 때문인지 토크 배분 자체가 봉만대 감독에게 쏠려 있는 통에 몇 주간의 인턴 생활을 거쳐 정식 진행자가 된 엄현경도 별 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으며 두 아이의 어머니 입장인 박지윤도 여느 때보다 소심한 반응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서로 어우러지지 못하고 불편했던 것은 시청자뿐만이 아니라 출연진들도 마찬가지였지 싶은데 육성재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개인기를 펼치는 등 두루 애를 써봤지만 또 다시 거론되는 영화 캐스팅 운운. 이건 뭐 도돌이표도 아니고 참. 지상파 인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연예인들에게는 자신의 매력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크나큰 기회임이 분명하다. 엄현경만 해도 한 차례의 출연으로 <해피투게더3>에 입성하지 않았나. 그런 의미에서 모처럼의 기회를 ‘에로’에게 빼앗긴 육성재와 이하이가 안타깝다.

화기애애하고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었던 몇몇 지난 회들을 떠올리니 급기야 눈물이 날 지경이다. <해피투게더3>, 제발 다시는 이러지 마세요!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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