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가대표’, 예상을 넘어서는 선전을 펼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작년 쿡방이 예능 트렌드가 된 것은 생활상의 변화 때문이었다. 라이프스타일, 특히 1인 가구의 증가와 이른바 ‘가성비’를 추구하게 된 우리사회의 경제적 배경이 한 축을 이뤘고, 더 근본적으로는 도태되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변화해야 하는 삶에 잠시 쉼표를 찍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도 편의를 도모하는 삶을 잠시 멈추고 불편을 감수하고 느리더라도 손수 뭔가를 만드는 ‘크래프트 정신’이 도처에서 피어났다. 배달앱이 전성기를 누리는 한편에서 요리가 살림이 아닌 문화가 된 것이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흐름이다. 그런데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는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은 선상에서 출발했지만 백종원을 상징으로 하는 일상적, 가성비를 따지는 쿡방, 맛집 탐방 프로그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시작은 지극히 일상적이었지만 점점 더 긴장감과 승부, 출중한 능력을 지닌 셰프들의 볼거리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 극단이 <냉장고를 부탁해> 스핀오프 프로그램 <쿡가대표>다.

홍콩, 중국,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 미식대결을 펼치던 <쿡가대표>는 이번엔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미식의 국가, 미슐랭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미슐랭스타 셰프들을 초청해 친선전을 펼쳤다. 서울 강남권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 오너셰프들을 포함한 셰프들과 실제 프랑스에서 온 셰프들이 요리대결을 펼친다니 흥미로울 수밖에 없는 대진이었다.

이번에 초청한 프랑스 셰프들은 <냉장고를 부탁해>의 레퍼런스라 할 수 있는 유럽의 요리 서바이벌쇼 경험자들이 다수 포진했으니 우리 셰프들이 겪어보지 못한 도전이었다.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유럽 강호와 평가전을 갖는 A팀을 보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지난주 중국의 한 오성급 주방의 비매너를 목격하면서 국가대표 대항전의 의미는 보다 진지해졌다. 원정의 어려움과 불리함 속에서 거둔 성과는 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불을 붙인 도화선이 되었다. 이번 주 프랑스에서 온 게스트와의 대결은, <쿡가대표>의 요리쇼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긴장감, 집중력 등의 몰입 요소가 응원의 파도를 타고 높아졌다.



시의도 적절했다. 강호동과 안정환은 이번 대결을 중계하면서 요리 대결이지만 스포츠 같다고 했다. 비공식이지만 국가를 대표해 짧은 시간 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하고 끝나면 서로 상대방을 격려하는 모습은 국제대회에 나선 선수들의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대로 유니폼을 교환하듯 셰프복을 교환하기만 하면 그림은 완벽하게 완성된다.

농담처럼 주고받았지만 이들이 나눈 대화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뻗어 나온 <쿡가대표>의 정체성을 드러낸 한마디다. 이 쇼는 쿡방이 더 이상 라이프스타일 관련 콘텐츠로 머물지 않고도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리를 다루지만 모든 요소와 방식은 스포츠 중계의 재미와 승부의 긴장감에서 따온다. 셰프들의 개인기를 내세우고, 승부의 치열함과 일촉즉발의 상황들에 카메라를 집중한다.

가성비, 라이프스타일을 따지는 쿡방의 기본 원류와는 조금 다른 콘텐츠로 승부를 보는 중이다. 더욱이 자극적인 양념은 잘 배어들었다. 전 세계적 호텔 체인의 어느 중국지점 호텔 주방에 감사할 일이다. 섭외하고 간 자리인 만큼 항의가 있을 수 있음에도 제작진이 모든 불쾌한 상황을 공개한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결정이었다.



결과는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졌다. 점점 하향곡선을 그리던 시청률은 지난주 1.7%대에서 2.1%대로 올라섰다. 완성 요리 개수나 평가단의 면면에서 아무래도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작용한 듯한 맥 빠지는 결과가 나왔지만, 유럽 본토 셰프들의 요리 실력을 감상하고 요리의 열정을 나누는 태도까지 훈훈했다.

맛집 탐방이든, 살림을 돕는 실용 요리법든, 설탕에 대한 논쟁이든, 쿡방(요리)은 이제 예능을 구성하는 한 장르가 됐다. 쿡방의 바람은 김풍이 작년 여름 <해피투게더>에서 말한 거품론을 넘어서 불고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빗나간 결과다. 그간 도태된 셰프들도 있지만 내공이 있는 최현석 등의 스타셰프는 짧은 ‘대세’로 소모되지 않고 살아남았다. 쿡방 자체도 가창, 음악 예능처럼 누구나 평가할 수 있는 직관적인 성격으로 유행이 지나간 자리에 터를 잡았다. 예상을 넘어선 선전이다. <쿡가대표>는 요리와 쿡방이 가성비와 일상을 넘어선 예능의 장르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매 게임마다 증명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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