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명, 부인할수록 공분만 커지게 된 까닭

[엔터미디어=이만수의 누가 뭐래도] 이창명은 왜 선선히 드러나는 정황들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는 계속해서 음주운전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대중들의 반감은 커져간다.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했지만 지인들과 음식을 곁들인 술자리에 있었다는 게 CCTV 확인 결과 드러났고, 사고 후 배터리가 꺼져 사고를 수습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핸드폰 복원 결과 켜졌다 꺼진 것이 밝혀졌다. 결국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구했지만 그는 공황장애와 과호흡증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사실 이창명에 대한 이러한 세세한 조사들이 과하게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 대중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오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고, 인근 CCTV를 모두 확인하고, 핸드폰을 복원하고 나아가 거짓말 탐지기까지 시도하려 하고 있는 중이다.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그간 너무 약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이창명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이런 대대적인 조사들이 이뤄지고 있는 건 그 상징성이 크고 또한 대중들의 관심도 그만큼 집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창명에 대한 논란들은 시간이 갈수록 가라앉기보다는 점점 커져가는 양상이다. 만일 사안들을 모두 인정했다면 이렇게까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와중에 갖가지 조사들이 행해졌고 거기서 그가 했던 증언들이 거짓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설사 음주운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대중들의 반감은 이 조사에서 밝혀진 여러 거짓 정황들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것은 ‘거짓말’이라는 사안이 ‘음주운전’만큼 대중들에게는 중대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실 위드마크 공식에 따른 이창명의 음주운전 혐의는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낮다고들 말한다. 어느 정도의 음주운전 수치가 있어야 하지만 이창명의 경우 수치가 전혀 나오지 않아 정황만으로 공식을 적용한다는 것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창명은 어쩌면 이토록 사안이 커지고 대중들의 반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음주운전 무혐의로 풀려날 수도 있다. 음주운전 혐의보다 더 큰 잘못은 사고 후 사후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난 것이라고 경찰 측에서는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대중정서가 악화된 상황에서 만일 이창명이 무혐의로 판명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과연 대중들에게 사실로 믿어질 수 있을까. 어쩌면 무혐의 판명이 오히려 그에게는 ‘거짓말’ 이미지와 덧붙여져 앞으로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되지 않을까.

이창명에 대한 반감이 이토록 커지게 된 건 모든 사안들이 증거로서 드러나기 전에 조사과정 하나하나가 마치 브리핑이 되듯 기사화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조사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만에 하나 법적으로 사실이 아님이 판명되었을 때 이미 인격적으로 모욕을 당한 한 개인에게는 ‘상처뿐인 승리’를 안길 수 있다는 점에서 법보다 더 무시무시한 면이 있다.

이창명은 이미 대중들에게 ‘괘씸죄’를 선고 받은 상황이다. 그러니 어떤 면에서 법적 결과는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이든 아니든 차라리 인정하는 편이 나았다는 얘기가 도는 건 그래서다. 이번 이창명 사건은 그래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중정서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언론의 힘이 어떤 경우에는 법보다 더 무섭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칼럼니스트 이만수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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