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탐험대3’, 대중적인 예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해야 할 선택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열혈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와 달리 처참한 시청률로 폐지됐던 tvN <렛츠고 시감탐험대>가 3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이 프로그램은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의 삶을 최대한 그대로 재현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지난 2013년 파일럿으로 출발해 큰 호응을 얻으면서 정규편성 됐다. 광해군 시절의 민초들의 삶부터 선사시대에 이르기까지 장동민, 유상무, 조세호 등이 다양한 역사 체험을 하는 극한의 생고생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다.

4월 마지막 주 첫 방송에 이어 조선후기 평민과 포도청의 삶을 주제로 또 한 번, 잘못하면 마지막이 될 타임머신이 가동되었다. 유상무, 장동민, 뭐든지 잘 못하는 허당 파이터 김동현과 김주호 등 반가운 조연들이 다시 뭉쳤다. 다만, 지난 시즌 주역인 조세호는 여기도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 합류한 한상진은 흙을 한입에 집어넣으며 전의를 다졌지만, 단역 출연자의 ‘엉덩이 까기’에서 기존 멤버들이 배꼽을 잡고 있을 때 신입 멤버들은 멘탈을 점점 놓기 시작했다. ‘제작진 미쳤다’를 입에 달고 살던 유상무는 변변찮은 바가지로 몇 시간 동안 어렵게 물을 담아 모은 물독을 수레에서 내리다 결국 쏟자 이럴 땐 욕해도 된다면서 시원하게 아씨를 찾았고, 이를 옆에서 배운 십년 차 미남 배우 고주원은 엉덩이를 까고 맞아야 하는 리얼한 태형 앞에 ‘아씨’를 연발했다.

멀쩡한 배우들이 이런저런 분장을 하고, 몇 시간 동안 물을 지고 나르고, 보부상이 되어 죽음의 행군을 시작했다. 도박에도 빠졌다가 통금을 어겨 옥고도 치르고 태형을 받았다. 고생과 후회, 한숨과 불만 그리고 욕설이 아이스하키의 바디체크처럼 어느 정도 허용되는 아무도 경험한 적이 없는 방송이다.

그런데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하드코어 몸개그와 고생기를 강조하고 낄낄거리기를 최대한 자제하는 태도다. 대신 역사 고증에 보다 신경을 써 마치 조선시대 관찰형 예능인 것처럼 들여다본다. 출연자의 숨겨진 매력을 찾는 작법 그대로 새로 합류한 배우들의 캐릭터와 진정성을 부각한다. 촬영을 잠시 끊고 고민하는 출연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그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더욱 철저해진 역사 고증이다. 마이너한 감성의 코미디에 빠지지 않고 대중성을 갖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생고생이 아니라 보다 세련된 스토리텔링과 진지한 역사적 접근으로 마케팅 포인트를 바꿨다. 그런 일환에서 양반과 대비되는 민초의 삶을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시대상의 대비를 그려보는 듯하다. 왜 이렇게 고생하느냐고 항의하고 억울해하는 장면들이 충성도 높은 열혈 시청자들과 나눈 공감대이지만 더 넓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담당 PD는 한 인터뷰에서 “시대가 정해지면 그 시대 의식주를 연구하고 논문도 모으고 전문가를 만나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며 고증을 위해 애쓰고 있음을 말했다. 이런 이유로 2회까지 지난 시즌에 비해 웃음의 강도나 에피소드가 비교적 잔잔하다. 미국 시트콤인 <모던패밀리>에서 막내 아들이 <왕좌의 게임>을 보고 역사공부를 한다고 친 개그가 <렛츠고 시간탐험대3>에는 개그가 아닐 수 있을 정도다.

이 쇼의 제작진은 그동안 한계로 지적되어온 시청률을 해결할 전략을 대중화와 역사 고증으로 선택했다. 그 노력이 1,2회에서 엿보인다. 골수 시청자들의 열혈 지지와 대중성 확장이란 쉽지 않은 극단에서 균형도 잘 잡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더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몰입도를 높여야 한다는 숙제가 여전히 남았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진행을 일종의 설정처럼 활용할 것이 아니라, 보다 극화된 형태로 녹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의 스토리텔링 방식은 모큐멘터리도 아니고, 롤플레잉 게임도 아니고, 관찰형 예능도 아닌 분장한 리얼 버라이어티 쇼에 가장 가깝다. 리얼버라이어티식 생고생으로는 승부를 못 봤다. 선택한 전략을 보다 살리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보다 몰입하기 용이한 방식이 무엇인지 탐구해 봐야 한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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