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열렬한 반응에도 왜 치고나오지 못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그동안 1%대 시청률로 어려움을 겪던 JTBC 예능 <아는 형님>이 뜨는 중이다. 3월 말부터 시작한 학교 포맷이 화제를 불러 모으며 이 땅엔 없던 ‘남자(아재) 예능’으로 각광받고 있다. 여기에 호감도 높은 손석희 사장의 발언도 큰 힘이 됐다. 모처럼 흐름을 탄 데다 프로젝트 아이돌 아이오아이의 예능 순방 스케줄에 포함되면서 지난 주 최초로 2%대 시청률을 돌파했다. 당연히 자체 최고 기록이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아는 형님>은 상승 기류를 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나 <마리텔>, 나영석 사단의 방송들과 달리 화제성과 시청률이 비례하지 않는다. 열광적인 인터넷 여론이 다른 시청자들을 불러 모으는 박수와 응원이 되지 못하고 흩어진다. 왜일까? 남자 시청자들만을 위해서? 결코 아니다. 강예원 편에서 강호동과 김영철 등 출연자들의 진심을 보았다. 그들의 어려움과 고민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진의 진단이 크게 잘못됐다. 이번 시청률 결과에 혹시나 여유를 부릴까봐 <아는 형님>이 바람을 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이 쇼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 원인은 콩트와 상황극을 메인 콘셉트로 내세운 점이다. 이수근의 콩트 능력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는 좋았을 수 있지만 1시간을 버틸 수 있는 콘텐츠는 절대로 아니다. 상황극도 어느 정도 시청자들이 몰입하고 볼 수 있는 스토리라인이 있어야 보기에 매끄럽다. 그런데 <아는 형님>은 설정만 주어주고 전적으로 출연자들에게 의존하는 상황이 어떤 맥락도 없이 펼쳐진다.

홍진영과 솔비가 나온 회를 보면 퀴즈를 풀다, 화장을 하다, 후각의 제왕 등의 복불복 게임을 하는 등 이런저런 상황들이 중구난방으로 나열된다. 따라서 회마다 웃음 정도의 편차가 크고, 공통적으로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진다. 이렇게 스토리와 맥락이 붕괴된 쇼를 1시간 넘게 애정을 갖고 지켜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주는 게스트의 화제성에 기대 확대편성까지 했으니 더 처참했다. <아는 형님>이 주로 인터넷 게시판이나 짤방 위주로 흥행하는 이유다.



상황극은 출연자와 게스트의 상황 대처 능력과 애드립에 모든 것을 맡기는 방식이다. 그런데 지난 주 <프로듀사101>을 패러디한 아이오아이 편에서 흉내 내려고 했던 페이크 다큐, 모큐멘터리 방식은 철저한 대본 위에서 연기를 통해 웃음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아는 형님>은 자랑스럽게 자막으로도 근본 없는 예능, 근본 없는 대본이라고 내세운다. 힌트는 여기에 있다. 무정형의 대본은 사실상 B급 정서를 담보하는 게 아니라 제작 방식이 B등급이란 걸 드러낼 뿐이다.

콩트와 상황극 위주의 구성은 몇 가지 문제를 가치 쳤다. 첫 번째 가지는 게스트 의존형 방송으로 점점 변해가는 점, 두 번째는 자극에 중독되는 선정성 문제다. 우선 민경훈 이외의 모든 멤버들은 <아는 형님> 밖에서 형성된 예능 캐릭터를 끌고 들어온다. 이 쇼 내에서 만들어진 관계망은 전무하다. 웃음 포인트도 이상민과 서장훈에게 이혼을, 이수근에게 도박을, 강호동에게 폼 하락을 소재로 삼는 게 전부다. 김희철이 있긴 하지만 타율이 너무 낮고, 유쾌한 코미디는 아니다. 지난 주 방송에서 멤버들은 여장을 했다. 그런데 강호동의 새침한 연기와 중년 멤버들의 여장이 2016년에도 예능이 될 수 있을까? 이 물음표는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그 때문에 재미와 의외성은 게스트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문제는 무슨 악취미인지 이 또한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가지 않는다. 귀엽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어렵게 불러놓고 왜 이를 악물고 베개 싸움을 하는 걸 20여분 동안 지켜봐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외에 화면을 채운 건 어설픈 콩트, 개인기, 막춤 경연이다. 아이오아이에 관심 없는 <아는 형님> 시청자들이 볼 이유가 전혀 없는 그림들이다. 시청자들과 프로그램이 가족적 정서로 뭉치지 못하는 게스트 의존형 프로그램은 생명력이 짧다. 단골을 만들지 못하는 식당과 같은 이치다.

끝으로 선정성은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아는 형님>의 발목을 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제작진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 쇼에 대한 일부 열렬한 반응과 대중의 시선이 괴리되는 근본 원인은 여성 게스트를 바라보는 쇼의 시선에 있다. 이 쇼는 미모의 어린 여성 게스트와 아재뻘인 멤버들이 합을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정한 듯하다. 아재 예능이라 불리는 이유다. 물론, 어린 여성 연예인을 게스트로 맞이한 게 나쁜 게 아니다. 삼촌팬 뻘인 데프콘(과 정형돈)이 진행하는 <주간아이돌>은 그 또래 시청자, 그 또래 출연자의 눈높이에 맞춘다. 그런데 이 쇼는 다르다. 함께한다기보다 대상화의 코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전효성과 경리에게 19금 농담과 성적 매력을 선보이도록 유도한다.



각종 비하와 불평등은 개그의 출발점이다. 그런데 웃음이 되기 위해서는 희화화하는 주체와 대상이 어떤 맥락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흑인 코미디언들이 주로 인종차별과 흑인 슬랭을 소재로 삼고, 백인 남성이 찌질한 너드 캐릭터를 주로 맡는 건 이런 이유다. 그런데 <아는 형님>의 아재 개그에는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남성 중심 사회의 시선 분명히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남성 직장 상사가 나이 어린 여직원에게 글래머라느니, 몸매와 스킨십 관련한 농담을 하지 않아야 한다. 가족 모임에서 여 조카의 성적 함의가 담긴 ‘드립’에 삼촌이 환호하지 않는다. 여성 게스트 위주로 편성해 이슈화하는 방식에 이런 시선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예능이든, B급 정서든, 아재 개그든, 페미니즘의 이해나 개그의 다양성 이전에 사회적 인식과 윤리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야 코미디가 된다.



리얼 버라이어티를 탄생시킨 MBC는 <뜨거운 형제들>을 선보인 적이 있다. 정형화된 포맷이 없는 자유분방한 형태의 예능으로 ‘아바타 소개팅’을 통해 잠깐 히트를 쳤지만 1년 만에 폐지됐다. 시대를 앞서간 19금 토크와 방송의 품격을 생각지 않는 무정형의 구성으로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외면했다고 평가하지만 실상은 제작진의 역량 부족으로 단명한 케이스다.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무정형이란 세 글자 뒤로 숨었고, 대본은 출연자의 애드립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아바타 소개팅이 히트를 치자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다 초반 신선함의 몇 배나 더한 식상함을 남기고 사라졌다. 근본 없는 예능의 안일함이 가져온 말로였다.

<아는 형님>은 지금 먹잇감을 물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반응도 방영 이래 가장 좋다. 하지만 통하는 아이템이 문제는 없는지, 더 확장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그래야 롱런할 수 있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시청자에 대한 고려 없이, 지금 한번 통했다고 이곳이 금광이라고 생각한다면 식상하지만 <뜨거운 형제들>가 걸었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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