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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의 나라
기사입력 :[ 2016-05-09 15:48 ]


잠입 저널리즘을 통해 본 북한 고위층 아들들의 실상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정치체제와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한 원색적인 거짓말을 정권이 인민에게 강제로 주입하는 나라. 이 나라를 방문한 외국인은 정권이 인민을 동원해 연출한 장면 위주로 안내된다. 인민은 공인된 거짓말 외에 일상적인 거짓말을 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거짓말이 생활이 된 이 나라는 북한이다.

#1. 2011.07.24. 연출된 투표소

“그날 오후 몇몇 (평양과학기술대학) 교사들은 투표소를 견학했다. 교사들은 사진을 찍으라는 권고를 받았고 늘 그렇듯이 아리따운 여성 안내원이 선거를 어떻게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녀에 따르면 선거용지에 두 명의 후보자 이름이 적혀 있고 자유국가에서 하듯이 평양시민들은 그중 한 명을 고른다고 했다. 그러나 담당관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던 한 교사는 그녀 반 학생들이 후보자는 정부가 직접 고른 한 명뿐이고 따라서 선거일이 실제로는 ‘당신이 나타나서 그 후보자를 선택하라는 의미다’라고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이것은 북한 정부가 우리만을 위해 가짜 선거를 준비했다는 의미인가? 투표소와 선거하기 위해 줄지어 있는 인민들 너머 또 무엇이 우리들의 눈만을 위해 있었는가?”

평양과기대 교사 중 일원이었던 한국계 미국 작가 수키 김이 책 《평양의 영어 선생님》에서 제기한 이같은 의문은 합당하다. 북한의 선거에서 후보자는 정권이 지명한 한 명뿐이다. 북한의 투표는 찬성의 뜻으로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는 요식행위다. 반대의 뜻을 표명하려면 선거 감시인이 보는 가운데 투표용지에 선을 그어야 한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그날 “평양 도심에서 선거를 했다”며 “이번이 우리의 첫 번째 선거였고 매우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양과기대에는 학생 270명을 평양 도심에 데려갈 교통수단이 없었다. 수키 김이 학생들에게 선거장에 어떻게 갔느냐고 묻자 그들은 걸어서 갔다고 대답했다. 걸어서 얼마나 걸렸느냐고 슬쩍 물어보자 대답은 30분부터 한 시간까지 제각각이었다. 출발 시각도 따로따로였다.



#2. 세계와 단절된 허위 정보의 섬

평양과기대 학생들은 북한의 권력층이나 엘리트의 아들들이었는데도 세계에 대해 지독하게 무지했다. 한 학생은 수키 김에게 “세계 모든 사람이 조선말을 하느냐”며 “조선말이 너무 우수해서 영국, 중국 그리고 미국에서도 조선말을 한다고 들었다”고 했다. 그들은 주체사상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단호하게 주장했다. 그들은 “냉면을 세계에서 즐기고 있고 냉면이 최고의 음식으로 환영받는다고 들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거짓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한 학생이 5학년 때 토끼를 복제했다고 말했고 다른 학생은 북한 과학자가 혈액형 A형을 B형으로 전환하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수키 김이 자신은 뉴욕의 가게에서 꽃을 사곤 했다고 말하자 이 말을 들은 학생은 “저는 항상 슈퍼마켓에서 꽃을 샀다”고 말했다. 수키 김은 평양의 어떤 가게에서도 신선한 꽃을 본 적이 없었다. 한번은 한 학생이 점심 때 식탁에서 일어나며 생일파티를 준비해야 해서 “쇼핑하러 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양과기대 캠퍼스엔 매점이 아직 없었다.

수키 김은 평양과기대서 영어를 가르쳤다. 정직을 주제로 한 작문 제출 마감일이었다. 학생 중 약 4분의 1이 과제를 기숙사에 두고 왔다고 말했다. 수키 김이 가서 가져오라고 말하자 그들은 멈칫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수키 김은 “그들이 그런 거짓말들을 어릴 적에 들어서 참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그것이 그들이 터득한 생존기술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고 말한다.

중학교 1학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수키 김의 가족사는 전쟁으로 분단됐다. 그의 외삼촌이 6〮25전쟁 때 인민군으로 끌려갔고 전쟁통에 실종된 아버지의 고종사촌 누이들은 북한에서 살고 있음을 일본을 경유한 편지로 알려왔다. 수키 김은 2002년 이후 다섯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처음 세 차례는 북한에서 치르는 행사를 언론매체에 기고하는 일로 갔다. 나머지 두 차례는 평양과기대 교사 신분으로 방북했다. 그는 2011년 여름학기(아마 7월 한 달)와 가을학기(9월 말~12월 20일) 약 넉 달 동안 평양 교외의 평양과기대에서 학생 약 270명과 지냈다.

평양과기대 교사로 방북한 것은 북한 체제 안에서 지내며 실체를 직접 경험해 외부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를 ‘잠입 저널리즘’의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사회 중 하나인 북한이 숨긴 진실을 드러내는 데에는 잠입 저널리즘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의도가 북한에 발각될 경우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게 분명한 행동이었다. 그는 자신이 보고 들은 일과 학생들과 대화를 그때그때 비밀리에 적어 USB에 몰래 저장해놓았다.

평양과기대는 2010년 말 문을 열었다. 수키 김이 영어 교사로 재직한 기간에는 교수가 충원되지 않아 전공 강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평양과기대는 농생명식품공학부, 정보통신공학부, 산업경영학부 등 전공을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과기대는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자금지원으로 설립〮운영되고 있다. 평양과기대의 설립 의도는 궁극적으로 북한에 기독교를 선교한다는 것임을 북한 정권도 알고 있다.



◆ 북한의 거짓말과 강변의 배경

이 책은 폐쇄 사회, 감시 사회, 거주와 이동이 철저하게 통제된 사회, 낙후된 사회, 극도로 궁핍한 사회인 북한의 단편을 전한다. 그러나 이는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우리가 주목할 점은 북한이 거짓말이 일상이 된 사회라는 사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은 외부 세계를 향해, 외국의 방문자에게,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는 필터로 북한발 소식을 걸러내야 한다.

‘에세이’는 그해 가을 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한 단어였다고 수키 김은 들려준다. 그는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논점을 제시하고 논지와 요약을 제출하라고 했다. 그가 에세이가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으면 학생들은 한숨을 쉬며 “재앙”이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들에겐 자신의 생각이 없었고 스스로 생각할 능력도 의지도 없었다. 그들은 기승전결 모두를 김씨 일족과 일당이 지어낸 거짓말로 배웠고, 그 거짓말에서 벗어나면 처벌되는 체제에서 사실을 바탕으로 자신의 주장을 세우는 작업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모두 체제에서 주입받은 결론을 에세이에 쓰겠다고 제안했다. 한 학생은 미국과 일본 중학교의 학교 체벌에 대해 쓰겠다고 했다. 다른 학생은 IQ 측정해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미국 정책이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어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바이오 연료가 유해한데 미국이 최대생산국이라고 말했다. 김장에 대한 글을 써오라고 하자 학생들 거의 절반이 김치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며 다른 모든 나라가 부러워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의 전체 시스템은 비판적 사고를 짓누르기 위해 고안됐다”며“그래서 논지가 증명돼야만 하는 에세이의 양식은 그들의 체제와는 현저하게 대조를 이뤘다”고 논평한다.

이 책을 번역한 언론인 홍권희 씨는 저자 수키 김이 “기자인 나보다 취재의 폭과 깊이, 도전적인 자세에서 훨씬 앞서간다”고 평가했다. 나는 북한 정권이 쥐여주고 보여준 대로 전한 대다수의 언론인과 문인보다 수키 김이 훨씬 진실에 다가섰다고 평가한다. 수키 김이 잠입 저널리즘을 감행해 쓴 이 책은 북한 정권의 거짓말과 억지 주장을 그 자체로 이해하도록 돕는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 smitten@naver.com

[사진=수지김닷컴, 채널A]

[책 정보]
《평양의 영어 선생님》, 지은이 수키 김, 옮긴이 홍권희, 351쪽, 펴낸곳 디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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