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의 추락으로 본 지상파 3사 드라마의 문제점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예외적인 사례였던가. 최고 시청률 38.8%에 어딜 가든 화제가 되던 <태양의 후예>는 지상파 드라마가 새로 부활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끝난 후 이어진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MBC <굿바이 미스터블랙>, KBS <국수의 신> 그리고 SBS <딴따라>는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로 뚝 떨어졌고 화제성도 그다지 좋지 않다. 어째서 한껏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던 지상파 드라마들은 이렇게 일제히 고개를 숙이게 된 걸까.

그나마 <태양의 후예>의 종영 이후 그 수혜를 그대로 입은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반사이익이다. 애초에 황미나 원작에 대한 기대감을 졸속 연출과 대본이 채워주지 못한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현재 그저 그런 복수극의 틀 안에서 맴돌며 소소한 재미에 머물고 있는 상황. 시청자들이 애써 찾아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의 부진은 여러모로 MBC 드라마가 해왔던 연출 패턴들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시작 부분에서는 심지어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연출이 그 발목을 잡았다.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장면의 연속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맥락 없는 속도는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좀 더 깊게 몰입하지 못하는 원인이 되었다.



<국수의 신>은 <태양의 후예>의 후광효과도 무색하게 가라앉아버렸다. 그것은 여러 모로 <태양의 후예>가 갖고 있던 그 밝은 느낌과는 너무나 상반된 <국수의 신>의 어두움이 기존 시청자들을 모두 외면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하더니 매 회 계속되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는커녕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최근 드라마 트렌드가 밝은 느낌과 사이다 전개를 요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국수의 신>이 추락하는 건 당연하게까지 다가온다. KBS가 많이 해왔던 복수극의 틀에 <제빵왕 김탁구>식의 이야기 전개도 시청자들에게는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 이유다.

<딴따라>는 상대적으로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밝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어딘지 깊이 있는 전개가 아쉬운 작품이다. 이미 연예계 뒷얘기를 다룬 드라마들은 여러번 방영된 바 있다. <온에어>가 그렇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그러하며 최근에는 <프로듀사>가 그랬다.



물론 <딴따라>는 밴드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역시 밴드 소재의 드라마도 <미남이시네요>, <매리는 외박중> 같은 드라마에서 시도된 바 있다. 무언가 새로운 이야기를 하려 했다면 좀 더 음악에 집중하던가, 그게 아니라면 밴드 이외에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가요계의 뒷얘기와 비리 등을 다루는 이야기는 사실 너무 많이 나와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는 면이 있다.

현재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들은 어찌 보면 그간 우리네 시청자들이 그토록 많이 봐왔던 지상파 드라마의 틀 안에서 맴돌고 있는 느낌이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복수극과 소재들, 사회 현실을 소재로 끌어왔지만 그것 역시 어디선가 다뤄졌던 것들의 반복이다. 이런 식으로는 지금의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가 어렵다. 그 어느 때보다 기대치가 높아진 시청자들이 아닌가. 현재 수목극의 부진에서 지상파 3사는 저마다 각자 갖고 있는 매너리즘의 틀을 찾아내 깨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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